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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대디' 부담 초보 아빠, 당황하셨어요?

남성도 시달리는 산후우울증세

“딸아이가 태어난 지 6개월쯤 됐나. 어느 날 아이를 들어올리는데 갑자기 무게가 두 배는 되는 것 같더라고요.” 생후 1년 된 아이를 둔 강동일(31·가명)씨 얘기다. 한밤에 아이가 칭얼대면 달래고, 낮에는 정신없이 일하다 일찍 퇴근해 아이 돌보는 일상이 반복됐을 때였다.

강씨는 “마음과 다르게 자꾸 의욕이 없어지고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 자책감이 들었다”며 “요즘 남자들은 다들 육아에 적극적인데 나는 좋은 아빠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토로했다.

아빠도 약해질 때가 있다. 특히 아빠로서 첫걸음을 뗀 초보 아빠가 그렇다. 묵직한 책임감이 어깨를 누르고, 아이를 중심으로 변하는 환경에 우왕좌왕하면서 어느 날 문득 삶이 막막해진다.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호석 교수는 “산후우울증은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데 알고 보면 남자도 여자 못지않게 출산·육아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처럼 ‘아빠 육아’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아빠의 부담감은 엄마 못지않다. 아빠가 우울하면 아이도 영향을 받는다.

가정내 소외감, 과도한 책임감이 주 요인

아빠가 되는 훈련은 녹록지 않다. 여성 산후우울증의 주 원인은 갑작스러운 호르몬 변화인 반면 남성의 산후우울증세는 환경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책임감 같은 심리적 요인이 주요 이유다. 서호석 교수는 “아기 위주로 돌아가는 생활의 변화에서 오는 당혹감, 아내의 관심이 아이에게 쏠리면서 찾아오는 소외감, 양육비에 대한 걱정·불안 등 과도한 책임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빠가 되는 시기는 사회적으로 완전히 자리잡기 전인 경우가 많다.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훈 교수는 “경제적으로 튼튼한 기반이 없어 새로 부양할 아기에 대한 책임감이 막연한 불안감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일도 육아도 거뜬히 해내는 아빠가 좋은 부모상으로 떠오르면서 부담이 더하다. ‘생각과느낌 클리닉’ 정우열(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수퍼대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젊은 아빠도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육아에 참여하지만 적응 과정에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젖병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고, 잠을 재우고 시시때때로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하면 자신감을 잃는다. 하고 싶은 일·계획을 미루는 생활이 반복되면 자유를 잃은 것 같은 상실감·압박감도 든다. 서호석 교수는 “산후 첫 1년 동안 3~5%의 아빠가 산후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다”며 “젊은 아빠가 나이든 아빠에 비해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성훈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육아·좋은아빠에 대해 교육받지 않고 자라난 남성이 대다수”라며 “조언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고, 스스로 아버지의 위치를 터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짚었다. 이렇다 보니 아빠가 당황하면 침착성을 잃어버린다.

김영훈 교수는 “아이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방법·절차를 하나하나 습득하기보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혼란스러워진다”고 말했다. 여기에 낮에는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밤에는 우는 아이를 달래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상황이 반복되면 몸까지 더 지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방치되는 우울감, 게임 중독·짜증으로 표출

아빠의 산후우울증세는 방치되기 쉽다. 아빠는 엄마와 달리 감정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한다. 정우열 원장은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는 주변으로부터 육아가 힘들다는 것에 공감과 위로를 받지만 아빠는 외면받는다”며 “정서적으로 응원과 지지를 못 받으면 감정은 더 위축된다”고 말했다.

아빠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정우열 원장은 “남자는 원래 자신의 감정에 무뎌서 이것이 우울증의 초기 단계인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했다. 우울하더라도 ‘남자한테 이런 건 별문제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넘긴다.

그러다 감정이 쌓이면 부정적인 생각·행동으로 표출된다. 경제적인 능력이나 아내를 잘 도와주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자책감, 부모님은 왜 도와줄 상황이 못 되는지 원망하는 감정들이다. 기운이 없어 행동이 느려지고 일에 능률이 떨어지거나 반대로 안절부절못하고 진득하게 앉아 있지 못하는 등 행동의 변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서호석 교수는 “짜증·화가 많아지거나 아기를 귀찮아하고, 귀가 시간이 늦어지면서 게임·술에 의존하는 증상도 있다”고 말했다.

아빠가 우울하면 아이 정서 발달에도 악영향

아빠의 산후우울증세는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울한 아빠는 아이에게 별 관심이 없다. 이런 태도는 아빠와 아이 사이 애착 형성을 방해한다. 옥스퍼드대 폴 람찬디니 팀이 발표한 연구(2005, 2008)에 따르면 산후우울증을 겪은 아빠를 둔 아이는 만 세 살이 됐을 때 과잉행동을 보이는 비율이 더 높았고, 이런 영향은 아이들이 어릴수록 두드러졌다.

미국소아의학회지 연구(2011)에 따르면 우울증에 걸린 아빠는 아기와 거의 놀아주지 않고 책을 읽어 줄 가능성은 절반에 그쳤다. 반면에 매질할 가능성은 4배 높았다. 책을 읽어주지 않은 아이는 두 돌이 됐을 때 또래 아이보다 구사하는 어휘 수가 훨씬 적었다. 서호석 교수는 “우울증·불안 장애가 오거나 또래와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부정적인 정서를 형성하기 쉽다”고 말했다.

아빠도 감정을 지지받는 것이 필요하다. 정성훈 교수는 “아내가 칭찬을 많이 해주고 의욕을 돋워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기저귀 갈기·분유 타기·아이목욕시키기처럼 육아의 기본적인 부분을 미리 공부하면서 아이에 대한 책임감과 변화하는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준비하는 자세가 도움이 된다. 감정 표현에 서툰 아빠인 만큼 부부가 다양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우울증을 예방한다.

부부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방법이다. 정우열 원장은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부관계가 소홀해지기 쉬운데 이것이 다시 스트레스로 작용해 우울증으로 이어진다”며 “아이를 잠시 맡기고 부부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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