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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인형 앞에 두고도 두리번…'소아 약시' 검진해야

아이가 자주 얼굴을 찡그리거나 흘겨본다고 야단만 치진 않았을까. 자주 넘어지고 부딪친다고 “부산하다”며 아이 탓만 하진 않았을까. 부모의 부주의로 평생 아이에게 멍에를 안겨주는 질환이 있다. 100명 중 2~3명이 앓는다는 ‘소아 약시’다.

소아 약시는 제때 진단·치료하지 않으면 개선하기 어렵다. 말 못하는 아이의 눈 건강은 부모의 몫이다. 아이의 행동을 관심과 애정이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는 일은 약시 치료의 첫 단추다. 11월 11일 ‘눈의 날’을 맞아 우리 아이의 눈 건강을 점검해보자.

조기 치료 못하면 시력장애

만 1세의 시력은 0.1에 불과하다. 시력은 성장단계별로 대뇌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발달하고, 만 6세쯤 성인 수준이 된다. 세브란스 안과 한진우 교수는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가 대뇌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시(視)경로가 발달하게 되고 비로소 시력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경로가 정상으로 발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시각정보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을 때다. 사시이거나 눈의 굴절 이상이 생기면 뇌는 상대적으로 나쁜 쪽 눈이 받아들이는 정보를 무시한다. 잘 보이는 쪽만 계속 사용하면서 다른 쪽 시력이 퇴화한다. 안경을 써도 시력이 1.0 이하로 나오고, 두 눈의 시력 차가 0.2 이상 나기도 한다. 시신경 이상이나 안구질환이 없어도 이 정도 시력장애가 생기면 약시 판정을 받는다. 외국에서는 이런 이유로 약시를 “게으른 눈(lazy eyes)”으로 부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5년간 약시 진료 인원은 10만1505명에 이른다. 이 중 10세 미만이 6만2369명이다. 소아약시가 전체의 61.6%에 달한다. 진단율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전체 소아의 3%가량이 약시를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약시를 방치하면 평생 시력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 약시는 수술로 치료가 불가능하다. 시력 형성이 완료되는 만 9세가 지나면 시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대한안과학회 조사 결과 만 4세에 시작한 소아 약시 완치율은 95%였지만 만 8세 때는 23%로 3배 이상 낮았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칠판이 안 보인다고 할 때면 이미 늦을 수 있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안과 이영춘(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 이사장) 교수는 “시력이 빠르게 발달하는 민감기(2~4세)에 약시를 치료하면 그만큼 결과가 좋고, 치료 기간도 훨씬 짧아진다”며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곳을 오래 못 쳐다보면

아이가 소아 약시를 앓고 있을 때 나타나는 행동이 있다. 사시로 인한 약시는 발견이 쉽다. 하나의 눈을 기준으로 양쪽 눈의 균형을 재본다. 소아 약시 환자 대부분이 사시로 병원을 찾는다. 반대로 약시가 사시로 발전하기도 한다. 사시는 약시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문제는 근시·원시·난시 등 굴절 이상으로 생기는 약시다. 겉보기에 이상이 없고, 아이도 불편이나 통증을 느끼지 않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시력이 좋지 않은 성인이 하는 행동을 아이가 한다면 약시를 의심한다. 사물을 볼 때 미간을 찡그리거나 가까이 다가가 보는 식이다. 잘 보이는 눈을 이용하기 위해 사물을 흘겨보고, 책을 읽을 때 머리를 한쪽으로 자주 기울인다. 이로 인해 어깨 높이가 차이날 수도 있다. 책을 읽고 난 뒤 눈을 세게 누르거나 손가락으로 자신이 읽는 부분을 짚어가며 읽기도 한다.

아이가 자주 넘어지거나 물건을 자주 깨뜨려도 약시를 의심해 본다. 한쪽 눈을 감으면 사물과의 거리를 판단하는 원근감이 떨어진다. 약시를 앓는 아이는 사물에 부딪치거나 물건을 잘못 잡고 떨어뜨리는 일이 잦다. 무의식적으로 먼 곳을 바라볼 때 한쪽 눈을 손으로 가리기도 한다. 잘 보이는 눈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한진우 교수는 “심한 아토피 환자는 눈을 자주 긁어서 근시나 난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런 시력 차이가 약시로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족의 관심 중요

아이가 이런 행동을 보이면 보다 적극적으로 소아 약시를 확인해야 한다. 물체를 들고 눈앞에서 좌우로 흔들어보는 방법이다. 이때 두 눈이 모두 물체를 따라가지 않고 한쪽 눈만 따라간다면 약시일 가능성이 크다. 약시를 앓으면 로봇이나 인형처럼 아이가 흥미 있어 하는 물건을 앞에 두고도 시선을 주지 않은 채 두리번거린다. 아이의 한쪽 눈을 가리고 행동을 지켜보고 이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 정밀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소아 약시는 안경을 이용해 눈의 굴절 이상을 교정해 치료한다. 시력이 좋은 눈은 가리고 나쁜 쪽 사용량을 늘려 시력을 회복하는 ‘가림치료’나 혹은 이 두 가지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양쪽 눈의 시력 차가 매우 크면 안경 대신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기도 한다. 만일 아이가 안대 착용을 완강히 거부하거나 피부질환 등의 문제가 있다면 0.5~1.0% 수준의 아트로핀을 정상 눈에 넣고 가까운 곳을 볼 때는 약시안을, 먼 곳을 볼 때는 정상안을 쓰도록 하는 ‘약물처벌치료’를 고려한다. 단, ‘눈 운동’이나 ‘눈 체조’ 등이 시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평생 눈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이영춘 교수는 “소아 약시는 조기 발견으로 완치할 수 있으므로 부모가 아이의 이상 증상을 확인하고 정기검진으로 눈 건강을 지켜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정렬 기자 lif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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