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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수임 / 화가.맨해튼

아침에 남편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은 떴지만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다. 한잠 더 자고 나면 밤새 이불을 감싸고 뒤치다꺼리 다 지새운 피곤이 풀리겠지만 잠은 다시 오지 않았다. 기운이 없고 기분도 그저 그렇다.

'빨리 가야 하는데'라며 시어머니가 요즈음 전화통화 때마다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 반복하시기 때문이다. 사람 목숨이 죽고 싶을 때 끊을 수만 있다면 아픈 목숨 굳이 연장하겠느냐만 그럴 수도 없고 그때마다 남편의 대답은 한결같다. "가긴 자꾸 어딜 간다고 그래요."

우리만 빼고 자식 모두 LA에서 가까이 살며 어머님에게 잘한다. 특히 큰형님과 동서가 상냥해서 며느리 잘 얻었다고 주위에서 부러워들 하는데 멀리 있는 나보고 어쩌라는지.

시할머니 모시고 오랜 세월 외국으로 떠도시는 시아버지 없이 아이 다섯을 키우느라 집안 살림만 했으니. 숫기가 없으셔서 모임에도 나가지 않아 친구도 없으시다. 나이 들어 하던 살림을 놓고 나니 남는 것은 혼자 있는 긴긴 시간뿐 아픈 곳도 없다시는데 우울증이 온 것 같다.

나를 무척이나 예뻐하시던 시아버님이 둘째 녀석 낳았을 때 만만치 않은 가격의 판화기를 사주셨다. 아이와 남편에게만 매달리지 말고 전공을 살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노후를 보람있게 보내라고 긴 한숨을 내쉬며 혼자 남겨질 밥과 빨래만 할 줄 아는 시어머니 앞날을 걱정하셨다.

양가부모님은 내가 뭔가 필요로 할 때 물심양면으로 많이 도와주셨다. 난 시어머니의 괴롭다는 말조차 듣기 싫어하니 죄송함을 동반한 귀찮음으로 나의 야속함에 내가 괴롭다.

자식이 함께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닐진대. 본인 스스로 젊었을 때부터 소일거리를 찾아 배웠어야 했는데 자식 키우며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 어찌 취미생활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이웃 폴리시 친구 아버지도 오랜 병석에서 괴로워하다 얼마 전에 가셨다.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만난 그녀의 입에서 자기는 아버지처럼 몸이 아프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했다며 '수 너는 어떻게 할 꺼야?' 하는 갑작스러운 질문을 했다.

"가장 편하게 죽는 방법을 너는 알고 있니?" 하고 웃으며 물었다. 지금은 웃고 지나치듯 이야기하지만 언젠가는 고통 없이 죽는 방법이 절실히 필요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리 함께 차차 연구해 보자'며 씁쓸하게 헤어졌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살을 생각할 만큼 무척이나 가여운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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