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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개신교에 스며든 분단의 상처

대학 때 '동아시아학'을 전공했습니다.

강의에서 종종 남북관계나 한반도 문제가 거론될 때면 아무래도 미국 학생들보다는 좀 더 실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분단 국가라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과연 그 누가 한국인만큼 정서적으로 공감하며 관심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분단의 역사적 슬픔이 빚어낸 상처는 쓰라린 아픔이 됐습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좌우 대립과 갈등은 어쩌면 깊은 상처로 인한 폐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폐해는 개신교계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인간의 종교성과 극단의 정치적 이념이 만나면 섬뜩해집니다. 망상이라는 부작용을 낳아서입니다.

실제 교계 이슈를 취재하다 보면 당혹스러운 일을 자주 접합니다. 몇 예로 오정현 목사의 박사 학위 논문 표절과 서울사랑의교회 건축 논란을 취재할 때입니다. 남가주 지역 대형교회에서 시무하던 한 목회자가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북한이 한국교회 죽이기 전략을 시행중이다.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간첩 세력이 5만 명이나 활동하고 있다. 빨갱이가 하는 짓에 동조하지 마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얼마 전 수억 원의 돈이 소요된 한국 목회자들의 미국 관광이 논란이 됐습니다. 이 행사를 준비한 뉴욕 지역 한 유명 교회 교역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갑자기 "당신 혹시 좌파냐, 난 좌파와는 얘기 안 한다"며 역정을 낸 일도 있었습니다.

교계 이슈를 난데없이 이념 구도로 몰아간 사례는 너무나 많습니다. 좌우 프레임에 종교가 갇혀버린 오늘날 교계의 씁쓸한 단면입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변질된 좌우 개념이 종교라는 도구를 통해 교계 곳곳에 지속적으로 스며든 결과입니다.

지난주 종교면 커버스토리에 한 미주지역 출신 사역자가 '12월 한국 전쟁설'로 논란을 일으킨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예언을 빙자한 한 사람의 주장 때문에 많은 이들이 현혹되고 혼란에 빠졌습니다.

지금도 일부 개신교 인사들은 각종 집회를 통해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종교와 이념을 엮어 위험한 메시지를 계속 전하고 있습니다.

종교심을 바탕으로 수용되는 맹목과 긴박함은 정치, 사회, 국제 정세 등 다각도로 판단할 수 있는 요소까지 마비시켜버립니다.

그런 주장을 교계 내부에서 성경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목회자나 신학자의 몫일 겁니다. 다만, 종교가 분란을 야기하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은 마땅히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일입니다.

강력한 이념적 도그마 형성에 종교까지 이용당하는 현실이 참으로 슬픕니다. 적어도 종교만큼은 분단이 야기한 아픔을 싸매고 보듬으려는 역할을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한 노력이 없는 종교라면 계속 폐해만 낳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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