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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갖고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입니다

다른 말투·억양 보이면 얕잡아 보는 것 같아 '씁쓸'
"한인 사회 마음의 문 열고 품어 주면 함께 더 성장"

#유향순대 전 사장 김철씨 부부
·
"우리 부부가 꼭 다시 일어서 탈북형제를 위해 귀하게 쓰임 받게 해 주세요."

지난 13일 오전, 탈북동포가 주로 출석하는 LA한인타운 빛나라 교회에서는 한 부부의 간절한 기도가 이어지고 있었다.

탈북동포 김철-김정희 부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림픽과 노먼디 코너에 유향순대를 운영하며 '사장님' 소리를 듣던 커플이다. 탈북동포들 사이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자 롤모델이었다. 특히, 김철씨는 북한을 탈출한 지 20년이 지났고, 미국생활 경험만도 10년 이상이라 자본주의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동포들에게는 '교과서'와도 같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경기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김씨 부부는 지난 여름께 4년간 유지해 온 식당을 접고 말았다. 탈북한 노동당 외화벌이꾼과 여군 출신으로 지난 2000년 남한에서 만나 결혼하고 2002년 도미 후 8년이란 세월을 고생한 끝에 장만한 식당이었다.

"실망이 컸죠. 한동안 일할 의욕도 내지 못했어요."

그러나 부부는 오래지 않아 마음을 추스르고 교회를 찾아 기도하면서 다시 한 번 힘을 내기로 했다.

김철씨는 스시맨, 부인은 남의 식당 주방일을 돕고 있다.

신앙이 돈독한 부부는 아침에는 식당일이 없는 탓에 주일은 물론이고 주중에도 교회를 주로 찾는다. 비슷한 처지의 탈북동포를 만나면 인사도 하고 함께 성공을 다짐하는 이야기도 나눈다.

김철씨는 "탈북동포들에게 미국생활은 큰 충격이다. 영어도 안 되고 기술도 없이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를 살다보니,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사실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 도움을 주겠다고 하면 덥썩 물었다가 마음에 큰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며 "탈북동포들이 한인사회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탓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가 빨리 자리를 잡고 탈북동포를 돕겠다며 더욱 열심히 기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탈북동포와 한인사회에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철씨는 "탈북동포들은 다들 열심히 살려고 한다. 다만, 초반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런 도움을 한인사회에서 줄 수 있다면 마음을 열고 한인사회 일원으로 기꺼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족 제일교회 손윤철 목사

중국 흑룡강성 목단강 혜림이 고향인 손윤철(작은사진) 목사. 손 목사는 LA한인타운 3가와 베렌도 북쪽 코너에 있는 조선족제일교회 담임이다. 중국에서부터 목사 공부를 했고, 안수까지 받았기 때문에 크게 새로울 것은 없다. 올해로 미국에 온 지 7년 째인 손 목사는 두 명의 중·고생과 아내 4식구를 건사해야 하지만 마침 든든한 후원자까지 만나 조선족 중심의 개척교회를 이끌며 복음을 전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더 좋은 삶을 찾아 고향을 떠나 온 다른 조선족 동포들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2~3개 일자리를 전전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안정됐다.

하지만 손 목사에게도 고민이 있다. 한인타운에서 개척교회를 하면서 한 차례 '실패'를 맛본 탓이다. "올림픽길 쪽에서 다른 교회를 했지요. 조선족도 오고 탈북자나 다른 한인들도 왔는데 이들을 하나로 엮는다는 게 참 쉽지 않더라구요. 살아 온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지요."

손 목사는 이후 지금의 장소로 옮겨 당장은 조선족만을 상대로 목회를 다시 시작했다. 아직은 규모가 작아 조선족 10여 명이 출석하는 정도라, 틈틈이 후원자 일도 도우면서 '또 다른 우리'를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조선족은 중국말을 하지만 차이나타운에서 살아갈 수 없어요. 민족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탈북자들과도 성장환경이 달라 어울림에 한계가 있어요. 다만, 탈북자나 조선족은 한인타운을 떠나 살기 어렵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한인사회가 이들을 껴안을 수만 있다면 한민족으로 동화하는 과정을 단축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있다"고 밝혔다.

그런 이유로 손 목사는 요즘 다시 탈북자, 한인 교인을 수용하려는 시도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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