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칼럼] 후손들에게 물려줄 사회

윤대중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사무국장

최근 미주리주의 퍼거슨 시를 방문했다. 지난 8월 9일 경찰의 총격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흑인 청소년 마이크 브라운 군의 숨진 현장에 찾아가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날 숨진 현장 거리에는 늦은 저녁 시간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모인 수 많은 사람들이 놓고 간 헌화들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헌화를 소중하게 놓고 가는 브라운 또래의 청소년들을 바라보며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브라운이 숨진 현장은 네온 사인이 혼란하게 번쩍이고 높은 건물들이 하늘을 가리는 대 도시 한 복판이 아니다. 미국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가정집과 단층 아파트가 자리 잡은 전통적인 교외의 동네 한복판이었다. 그 동네 한복판은 아이들이 운동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신나게 달려야 하는 거리였다. 그러나 그 거리에서 밝은 대낮, 한 참 꽃이 피기도 전 나이의 18세 브라운 군은 왜 경찰의 총을 맞고 숨졌을까? 그리고 총격을 맞고 피를 흘리는 그의 시신은 왜 4시간 이상 그 찬 거리에 방치되어야 했을까?
 
경찰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총격 당시 브라운 군은 아무런 흉기나 총기를 소지하지 않은 비무장이었다. 여러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브라운 군은 총을 겨눈 경찰을 향해 저항 의사가 없다는 표현으로 두 손을 들었다고 하는 데 왜 그 경찰은 6발씩이나 총격을 가했을까?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브라운 군을 총격 사살한 경찰관은 기소되거나 체포되지 않았다. 퍼거슨 경찰국을 관할하는 세인트 루이스 카운티 기소 검사는 특별사건 조사팀을 꾸려 사건을 조사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하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 대배심원 제도를 통해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이를 지켜 보는 퍼거슨의 많은 흑인 주민들은 경찰국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퍼거슨 사태는 지난 1992년 로스앤젤레스 시에서 발생한 4.29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흑인 로드니 킹을 처참하게 폭행했던 4명의 백인 경찰관들이 모든 기소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로스앤젤레스의 흑인 커뮤니티는 퍼거슨과 비슷하게 거리로 나와서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했다. 그 과정에서 매우 안타깝게도 한인타운에 있던 무고한 많은 한인 소유의 가게들이 피해를 입었다.


 
도움을 구하는 한인들을 돕는 대신 경찰들은 주로 백인들과 부자들이 거주하는 교외지역을 보호하기 위해서 경찰력을 파견했다. 이 사태 이후 많은 한인들은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밖힌 인종 차별 등 사회.경제적 문제들에 눈을 뜨게 됐다.
 
로스앤젤레스 4.29 사태가 발생한 지 22년 지난 오늘에도 흑인들에 대한 미국형사사법제도는 많은 의문점을 갖게 한다. 최근 통계에 따른면 미국 내 전체 흑인 인구비율은 13%이나 감옥에 수감된 흑인의 비율은 전체 수감자의 40%라고 한다. 또한 유엔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거주 하는 30% 이상의 흑인 남성은 살아 가면서 최소 한 번은 경찰로부터 특별한 이유 없는 검문을 당하거나 감옥에 가게 된다고 한다.
 
같은 유색인종으로 인종차별을 경험해서일까, 아니면 고 브라운 군 같은 청소년을 자식으로 둔 부모 입장에서인지, 미국 사회에서 인종 차별, 경찰 폭력으로 상처를 받고, 고통을 당하고 있는 흑인 커뮤니티의 문제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앞으로 우리가 유색인종 후세들에게 좀더 인도적이고 정의로운 미국을 물려주기를 원한다면 한인들도 퍼거슨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