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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스토리] 론 와인이 빛나는 밤에

배문경/법무법인 김앤배 공동대표변호사, GL 와인클럽 회장

‘빰 빠반 빠반 빠바안빠빠빠…' 1970~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잊지 못하는 멜로디가 있다. 한 소절만 들어도 세일러복을 입은 꿈 많은 소녀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멜로디, 죽어도 잊지 못할 그 멜로디는 바로 ‘이종환의 별이 빛나는 밤에’의 시그널 뮤직이다. 청춘의 가슴에 빛나는 별처럼 기억되는 음악이다.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말은 신비의 명약인 듯 이제 40~50대가 훌쩍 넘어버린 중년의 가슴도 쿵쾅쿵쾅 설레게 한다. 오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이야기하는 것은 프랑스의 대표적 와인인 론(Rhone) 와인을 위해서다. 이 론 와인의 산지가 프랑스의 대표적 산지인 론강 유역이며, 이 론강은 와인 외에도 고흐의 작품인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로 유명한 곳이다. 마치 론강의 별처럼 와인이 반짝반짝 빛나는 곳인 것이다.

프랑스의 보르도·버건디·샴페인을 마셔보고 좋아한다면 론 와인은 아마도 매우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프랑스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그리고 정형화된 와인이 전혀 아니고 아주 야성적인 스타일로 감미로운 흙 내음과 잘 익은 검은 과일의 향이 풍부하고 향신료 향이 대단히 강렬하게 느껴지는 와인이다.

론은 프랑스에서는 보르도 다음가는 와인 산지다. 과거 교황들이 즐겨 마시던 론 와인은 성대한 만찬에 자주 등장했으며, 이곳 미국에서도 최근 론 와인의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나 늘어나는 등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론강에서 이름을 따온 론 밸리는 스위스 알프스의 고지대에서 시작해 쥐라 산맥의 협곡을 지나 프랑스로 흐른다. 론 밸리의 포도밭은 리옹 남부에서 시작해 베르사유 서쪽의 지중해까지 약 400km나 굽이굽이 계곡으로 이어진다. 그야말로 ‘론강따라 천리길’의 포도밭이 펼쳐지는 것이다.

론 지역에서는 레드 와인이 지배적이지만 화이트 와인과 로제 와인, 스파클링 와인도 생산한다. 론은 약간 더 고급 와인으로 유명한 북부 론과 포도가 더 크고 대중적인 남부 론으로 나눠진다.

북부 론은 대륙성 기후로 론 밸리에서 가장 귀하고 값비싼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북부 론에서 재배되는 유일한 적포도 품종이 시라(Syrah)인데, 이름에서 느껴지는 시크한 분위기처럼 마치 사냥에서 잡은 짐승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야성을 풍긴다. 또 흰 후추 향을 시작으로 감초, 숲, 가죽의 향이 폭발적으로 쏟아져나오면서 검은 자두, 블루베리의 풍미가 층층이 겹친다. 이처럼 강렬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포도 나무들이 최소 40년 이상, 어떤 것은 100년이 넘기 때문이다. 오래된 나무들은 포도송이를 많이 맺지 못해도 힘과 농축도가 대단하다. 가장 유명한 곳은 에르미타주 (Hermitage)로, 색깔이 진하고 풍부한 맛이 특징이며 7~8년 이상 중후한 맛을 즐길 수 있고 좋은 것은 15년 이상 보관할 수 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인 영국의 잰시스 로빈슨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 지역이기도 하다. 또한 코트 로티(Cote-Rotie), 크로즈 에르미타주(Crozes-Hermitage) 역시 시라로 만든 것이다.

북부 론과 남부 론은 기후 차이도 큰데, 남부 론은 햇빛이 많고 허브와 올리브가 잘 자라는 지중해성 기후다. 무더운 날에는 알프스에서 차가운 북서풍(미스트랄)이 강하게 불어오는데, 이 북서풍이 열기를 식혀 포도가 산도를 유지하도록 돕고 수확기가 가까워 오면 습도와 곰팡이를 예방한다. 남부 론의 대표적인 적포도 품종은 시라가 아닌 그르나슈인데, 중요한 것은 단일 포도 품종을 기본으로 하는 북부 론과 달리 남부 론 와인은 언제나 여러 품종을 블렌딩한다는 것이다.

론강과 별을 뗄려야 뗄 수 없듯, 내 마음의 영원한 ‘별’ 이종환도 술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요즘 술 잘 안 하시죠’라고 묻던 후배에게 ‘야 이 친구야, 기름 안 넣고 달리는 차 봤어’라고 말하던 이종환. 그가 로맨틱하면서도 애틋한 목소리로 시 한수 읊조리는 날이면 그 밤은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 11월 깊어가는 가을밤,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그의 시 낭송을 안주 삼아 론 와인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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