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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을 가다:전라북도 정읍시]"달하 노피곰 도다샤…" 백제가요 정읍사의 고향

100년 역사 샘고을 시장…전국 5대 재래시장 꼽혀
하루 10만명 찾는 내장산…내장사 벚꽃길도 볼 만

"아따~성님 얼릉 오쇼~싸게 싸게 장보고 머리도 해야씅께~!"

70대 할머니가 80살은 족히 넘어보이는 어르신의 손을 잡고 방앗간에 들어가 들깨를 맡긴다. 그리곤 곧바로 바로 옆 미장원으로 들어간다.

모든 게 현대화되고 빨라지는 요즘 세월이 갈수록 더 활기를 띠는 재래시장이 있다. 바로 1914년에 문을 연 정읍시 샘고을시장이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샘고을시장에는 시쳇말로 '없는 것은 빼고 있을 것'은 다 있다.



내부를 둘러보니 각종 야채, 과일, 반찬류, 젓갈류는 물론 다양한 농축산물, 수산물, 건어물 그리고 옷, 잡화 등 350여 개의 점포가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었다.

또 '경아네수산', '88정육점', '대광닭집', '동서상회', '명희네 축산물센터' 등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점포이름이 많았다.

"아따, 좀만 더 깎아줘잉~." "뭔말이당가, 솔찬히 깎았구만~."

싸우는 듯 옥신각신 물건값을 흥정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서는 생기마저 느껴진다.

일제강점기 당시 '정읍 제1시장'으로 만들어진 샘고을시장은 시민공모를 통해 오늘의 이름을 갖게 됐으며 부산의 '자갈치 시장' 등과 함께 전국 5대 재래시장으로 교과서에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드라마 주제가로 쓰여 최근 다시 유명해진 노래 '정읍사'의 첫 소절이다.

'정읍사'는 전라북도 '정읍'을 배경으로 불린 노래인데 행상 나간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아내가 불렀던 것으로, 결국 남편은 돌아오지 않고 아내는 망부석이 됐다고 설화에 전해진다.

학창시절 배웠던 '정읍사'는 바로 아직 남아 있는 유일한 백제가요일 뿐 아니라 한글로 전해오는 가장 오래된 노래이기도 하다.

또한 고려와 조선시대 궁중의 연례악으로 널리 쓰였으며 지금도 국가의 주요 행사 때 연주되는 '수제천'이 바로 '정읍사'를 국악합주곡으로 연주한 곡이기도 하다.

정읍시는 한민족의 역사상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한 곳이기도 하다.

녹두장군 전봉준을 중심으로 한 농민군은 농민들을 괴롭히는 정부 관료와 지방관을 벌주기 위해 바로 이곳에서 1894년 동학농민운동을 일으켰다. 탐관오리를 벌하고 농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조선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자 결국 무력대결로 치달았고 농민군은 고부, 정읍, 태안, 부안, 전주 등 호남 지역 대부분을 함락했었다.

올해로 120주년을 맞은 동학농민운동은 청나라와 일본이 진압군을 보내는 바람에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갑오개혁의 도화선이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정부가 '전주 화약'을 맺고 집강소를 설치하도록 해 한국 민주주의의 시발점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농민들이 중심이 된 집강소는 '공문서에 한글사용', '교육기관의 확대 설치', '화폐제도 개혁/도량형 통일', '조혼금지/과부의 재혼 허가', '천민차별 철폐'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구한말의 개혁을 이끌었다.

집강소는 지방자치기구로서 현대 지방자치제의 원형으로 평가 받기도 한다. 한국 현대사에 있어 정읍은 다시 한번 중요한 장소로 등장하는데 1946년 6월3일 이승만이 그 유명한 '정읍발언'을 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당시 이승만은 '남한 단독으로 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미국 등을 상대로 단독정부 수립 운동을 펼쳐 결국 그 뜻을 이뤄냈다.

정읍시를 얘기하면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내장산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아기단풍'으로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시즌에는 하루에 10만 명이 찾는다는 내장산은 호남지역 5대 명산으로 꼽히기도 한다. '내장'이란 뜻은 안에 뭔가를 많이 갖고 있다는 뜻이며 백제 의자왕 당시 창건된 내장사도 아름다우며 벚꽃길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정읍=신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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