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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미소 한 번 없이 … 아베와 25분간 두 마디씩 대화

시진핑, 손님 아베보다 늦게 등장
탁자·국기도 없이 소파서 회담
시 “중·일 관계 어려운 원인 명확”
아베 “관계개선 첫발” 의미 부여

만나기는 했지만 양국 정상에 웃음은커녕 미소도 없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0일 오전 11시50분부터 약 25분간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첫 정상회담을 했다. 일 총리와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은 2011년 12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이후 약 3년 만이다. 하지만 격식이나 내용 면에서 한 시간 전 열린 한·중 정상회담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먼저 시 주석은 아베 총리보다 늦게 나타났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주인인 시 주석이 손님을 먼저 와 기다리게 한 것이다. 아베는 선 채로 10여 초 동안 머쓱하게 기다려야만 했다. 뒤늦게 나타난 시 주석은 아베 총리가 내민 손을 잡기는 했지만 화가 난 듯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아베 총리가 악수한 채 뭔가 인사말을 건넸고, 옆에 있던 통역사가 옮기려 했지만 시 주석은 고개를 홱 돌려 사진 촬영에 응했다. 민망해진 아베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후 언론에 공개된 장면 중 두 사람은 한 번도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시 주석이 마지 못해 아베 총리를 만난다는 것을 대놓고 드러내는 듯했다. 마치 지난 3월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회담 장소도 의외였다. 인민대회당이란 격식을 갖추긴 했지만 중·일 회담은 간담회와 같았다. 통상적으로 공식 정상회담의 경우 양측이 양국 국기가 놓인 테이블을 두고 일렬로 마주 앉아 진행한다. 보통 탁자에는 꽃과 참석자 명찰이 놓인다.

그러나 이날 중·일 정상회담은 탁자 없이 말굽 모양으로 배치된 소파에 앉은 채 진행됐다. 일본 측 배석자도 3명으로 제한됐다. 국기도 따로 없었다. 격의 없는 접견이나 면담에 쓰이는 방식이다. 시 주석이 먼저 기다리며 박 대통령을 환하게 웃으며 맞이했고, 탁자를 사이에 두고 양측 참석자가 마주 보며 진행된 한·중 정상회담과는 대조적이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대내외적으로 ‘공식 정상회담은 아니다’란 인상을 주기 위해 의도적 연출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APEC 주최국이라 만나주기는 하지만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는 적극 나설 뜻이 없음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회담 후 홈페이지에 올린 발표문에서 “일본 측 요청에 의해 성사된 만남”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본 회담에서도 양측은 지난 7일 발표한 ‘중·일 간 4개 합의문’을 확인하는 정도로 두 마디씩 주고받은 채 끝났다고 한다. 시 주석은 “최근 2년간 중·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시비곡직(是非曲直)’은 명확하다”며 일본의 역사인식을 겨냥했다. 나아가 “역사 문제는 13억 중국 인민의 감정 문제다. 일본이 양국 간 합의한 정치 문건과 무라야마(村山) 담화 등 역대 정부가 밝힌 약속을 준수할 때만 비로소 우호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야스쿠니란 단어를 꺼내지 않았지만 ‘정치적 곤란을 극복하기로 약간의 인식 일치를 봤다’는 합의문에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 중단 의미가 담겨 있음을 못박은 셈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은 적극적 평화주의 아래서 역대 일 정부가 역사 문제에 관해 밝힌 ‘인식’을 지속적으로 견지할 것”이라며 “4개 항의 공동 인식을 실현하고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 “일·중 관계 개선을 위한 첫걸음이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회담에 동석한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부 장관은 시 주석의 ‘굳은 표정’에 대한 질문이 잇따르자 “시 주석이 매우 자연스럽게 대응한 것으로 본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도쿄에서) 중국 상하이 극단의 발레 공연 ‘따오기’를 관람했다’고 말하자 동조하듯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반박했다.

도쿄·베이징=김현기·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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