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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아씨플라자, "건물 매각 . 마트 폐점 소문 듣고 알았다"

입점 10여 개 업체 업주.직원들 패닉 상태
"이 겨울에 어디가라고"…최소 시간도 안줘
법적 문제 없어도 영세 업자들 상당수 피해

"요즘 장사가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먼저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개점휴업상태예요.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씨플라자 2층 현대가구점 조현곤 사장은 이 곳에서 11년을 장사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아씨플라자가 중국계 부동산 업체에 매각되고 아씨플라자의 모회사인 리브라더스 측으로부터 12월 말까지 매장을 정리하라는 통보를 받으면서 앞길이 막막하다.

그는 "지금 쓰는 공간이 5000스퀘어피트다. 이 겨울에 어디서 이만한 규모의 매장을 한 달 반 만에 구할 수 있겠냐"며 "플러싱 한인상권 쪽도 알아보기는 했지만 렌트가 너무 올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994년 문을 연 아씨플라자가 최근 건물이 팔리고 수퍼마켓 영업까지 중단하면서 조 사장을 포함해 이 건물에 입점해 있던 10여 개 업체 업주들과 직원들은 패닉 상태다. 손님이 줄어든 것은 둘째치고 당장 이전해야 할 곳을 찾아야 한다. 그나마 12월까지 여유가 있는 2층의 몇몇 업체들은 새로운 장소를 찾았지만 1층 마켓 내에 있던 2개의 식당과 화장품 매장은 마켓이 문을 닫으면서 함께 문을 닫아야 했다. 아씨플라자가 폐업한 후 맞은 첫 주말인 지난 8일 이 곳을 찾아 세입자들을 직접 만나봤다.

◆'이 겨울에 어디로…'=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토요일 오후지만 3만 스퀘어피트의 아씨플라자 2층에는 손님보다 입점 업체 직원들이 더 많았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몰에는 적막감만 맴돌았다. 세입자들은 건물 소유주인 리브라더스와 아씨플라자에 불만이 많았다. 건물이 팔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 곳에서 비즈니스로 생계를 이어가는 세입자들에게 다른 곳으로 이전할 최소한의 시간을 줬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물이 팔렸다는 것도 마트가 문을 닫는다는 사실도 신문이나 소문을 통해 들었지 리브라더스나 아씨플라자 건물을 관리하는 K.C.J.리얼티로부터 먼저 공식적인 통보가 없었다 게 이들의 주장이다.

조 사장은 "리스 계약상에는 연장이 안될 경우 최소 6개월 전에 알려주도록 되어 있지만 건물을 관리하는 K.C.J.리얼티로부터 받은 통보라고는 지난달 21일 등기 우편으로 온 편지가 전부"라며 "10월 31일 끝나는 리스를 더 이상 연장할 수 없으니 키 반납하고 나가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아씨플라자 건물 2층의 앵커 테넌트인 의류업체 국보의 스티브 신 사장 역시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다. 매각 소식에 입점해 있는 업체들도 문을 닫는다는 소문이 돌며 매장을 찾는 손님이 반으로 줄었다. 또 영업을 하는지 여부를 묻는 전화도 하루에 수십 통씩 걸려왔다. 그는 "새로운 매장을 찾기는 했지만 지금 사용하는 공간의 3분의 1 수준이라 가지고 있는 재고들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 쉬었다. 이어 "그래도 나는 사정이 낫다. 1층에 입점한 사람들은 사정이 더 딱하다"고 말했다.

◆하루 매상 10달러=1층으로 내려가봤다. 어둠이 깔린 오후 5시. 예전 같으면 저녁 찬거리를 장만하러 오는 사람들로 붐볐을 마트 입구에는 히스패닉 남성 두 명만 앉아있었다. 이들은 아직 마트가 문을 닫은 지 모르고 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있었다.

마트 입구 쪽으로 세차장과 속옷가게가 있었다. 그 곳에서 세차장 이지스팀의 노권호 부사장을 만났다. 일찌감치 문을 닫은 그는 "마트 보고 들어왔는데 문닫고 나니 손님이 확 줄었다"며 "옆에 속옷 가게도 오늘 부로 영업을 하지 않는다더라. 마트 문닫은 이후 어떤 날은 하루 10달러어치 팔았다는데 문을 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안타까워했다. 상호도 걸려있지 않은 속옷 가게의 문은 닫혀있었고 짐 정리하던 박스만 유리문 사이로 보였다.

마트 안에서 영업했던 2개의 식당과 화장품점은 이전할 틈도 없이 문을 닫았다. 아씨플라자 건물 매각 계약이 성사된 후 두 달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세입자들은 지난달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리브라더스 측에 내년 4월까지 영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나흘 뒤 12월 말까지 예정대로 철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입자는 "매장마다 리스 계약이 달랐다. 어떤 매장은 1년 단위로 어떤 곳은 한 달 단위로 되어 있다. 이렇게 문을 닫고 내 쫓는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영세한 업자들이 상당수였다"며 "그래도 한인 동포를 기반으로 성장한 한인 기업이라면 이들에게 최소한의 생존권은 보호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번 사건을 '대기업의 횡포'라고 말했다.

한편 리브라더스의 이재환 전무는 이달 초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말까지 입점 업체들은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며 "내년부터는 운영권이 중국계 업체로 넘어가기 때문에 새로운 건물주와 계약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동그라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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