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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한탄강과 에볼라

박용필/논설고문

한탄강은 철원을 거쳐 휴전선을 따라 임진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줄기다. 절벽과 협곡이 어우러져 풍광이 무척 수려하지만 한편으로는 분단의 한이 탄식처럼 흐르는 곳이다.

미국에선 한탄강을 '한타(Hanta)'라고 부른다. 대체 그 사연이 뭘까. 6.25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공군의 참전으로 상황이 급변하자 미국은 한탄강 주변의 이른바 '철의 삼각지대'에서 적극 방어전을 펼쳤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병사들이 퍽퍽 쓰러졌다. 급성출혈과 고열을 동반한 괴질이었다.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병력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기록에는 3000여 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온다. 치사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절반 가량은 숨진 것으로 파악된다.

미군 수뇌부는 처음엔 중국의 생물무기로 의심했다. 확인만 되면 원폭투하를 비롯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판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중공군의 공격 또한 동력을 잃은 게 아닌가. 역시 괴질이 휩쓸었던 탓이다. 미국의 오판으로 하마터면 한반도가 초토화될 뻔 했다.

발병원인이 규명된 건 그로부터 25년 후. 이호왕 교수(고려대)가 한탄강에 서식하는 들쥐를 바이러스 운반체로 확인해 세계 의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교수는 이를 '한탄 바이러스'로 명명했으나 발음이 어려웠는지 아니면 오자가 났는지 미국선 '한타'라 불렀다. 이 업적으로 이 교수는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로 거론됐으나 당시 국력이 약했던 때문인지 무산됐다.



한타 바이러스는 90년대 중반 미국서도 맹위를 떨쳤다. '포 코너스(Four Corners)'라는 지역에서다. 콜로라도와 유타 애리조나 뉴멕시코 등 4개 주가 만나는 곳이다.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한타가 창궐 수십명이 목숨을 잃어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한탄강 못지 않게 요즘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강이 있다. 아프리카 콩고의 '에볼라 강'이다. 이곳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는 것.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료는커녕 백신조차 없어 감염되면 그야말로 죽음이다. 증상도 한타와 비슷해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아프리카 한 켠의 일로만 생각했던 에볼라 사태가 이젠 우리의 일상에까지 파고 들고 있는 느낌이다. 심지어 미국이 지구의 인구를 줄이기 위해 만든 생물무기라는 등 루머가 나돌고 있어 미국 정부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하기야 미국이 식민지 시절 영국군이 인디언 토벌에 사용한 무기가 바로 홍역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를 묻힌 담요 몇 장을 선물이라고 준 것. 대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온 인디언들에게 면역성이 있을리 없었다. 전염병이 삽시간에 번져 원주민들은 속절없이 떼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인디언 잔혹사에 나오는 실화다.

인간과 바이러스의 끊임없는 전쟁.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에볼라와의 전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백신개발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는 한편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서아프리카에 병력 4000명 파견을 선도적으로 결정한 나라도 미국이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은 '나 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고. 그런 가운데 한국이 의료인력을 현지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한탄강의 보은이라고 할까.

에볼라 사태로 보면 미국 외에는 아직 대안이 없는 듯 하다. 미국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다가도 재앙이 터지면 세계가 미국만 쳐다보는 걸 봐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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