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풍향계] 에볼라 집단공포의 '불편한 진실'

이 종 호/논설위원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두렵다. '균(菌)'이 무서운 것도 그래서이다. 신대륙 발견 후 아메리카 원주민 인구는 95% 이상 줄었다. 정복자의 총칼에 의해서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들이 옮겨온 병균, 세균, 바이러스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중세 유럽에서도 주기적으로 전염병이 돌았다. 심할 땐 흑사병으로 전 인구의 3분의 1이 희생됐다. 19세기엔 콜레라가, 20세기 들어서는 스페인 독감이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조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임진왜란 직전 조선 사람 셋 중 하나는 역병(疫病), 즉 돌림병으로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염병(장티푸스), 마마(천연두), 호열자(콜레라)는 한 세기 전만 해도범보다 무서운 이름이었다. '균'에 대한 공포는 그렇게 온 인류에게 트라우마가 되었다. 새로운 균이 발견될 때마다 전 세계가 화들짝 경기를 일으키는 이유다.

이번엔 에볼라다.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것은 38년 전 아프리카 콩고 북부 에볼라강 인근에서였다. 세계보건기구 집계를 보니 발견 당시인 1976년부터 2012년까지 2387명이 감염됐고 1590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올해 사달이 났다. 감염자도 사망자도 폭발적으로 늘어 10월 15일 현재 9216명이 감염되었고 4555명이 사망한 것이다.

올해 감염 및 사망자의 99.8%는 서부 아프리카 세 나라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에 집중됐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감염자가 나왔지만 손꼽을 정도다. 그럼에도 지구촌 전역이 집단공포에 휩싸여 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조금만 열이 나도, 조금만 기침을 해도 격리시킨다. 환자 치료에 관여했던 사람이 탑승했다는 이유로 멕시코에선 크루즈 유람선의 입항조차 거부했다. 에볼라 환자가 나오자 미국 여행을 계획했다가 취소한 한국인도 있다.



치사율이 70%까지 이른다는 에볼라 확산은 물론 막아야 한다. 일이 커지기 전에 미리 대비하고 예방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같은 과잉대응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력한 숙주는 아프리카 과일박쥐다. 그 놈을 직접 잡아먹거나 그 배설물에 오염된 동물을 잡아먹지 않는 한 감염되기 힘들다고 한다. 사람끼리는 콧물.침.혈액.정액 등으로만 옮는다. 공기 전염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벌벌 떠는 것은 아무래도 뉴스의 영향인 것같다.

여기서 불편한 진실 한 가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확인된 위협은 더 이상 위협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뉴스 선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따지고 보면 세상엔 에볼라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치명적인 것들이 널려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지금도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에이즈로 목숨을 잃는다. 미 전역에서 독감으로 매년 수만 명이, 또 단순 감기로도 수천 명이 죽는다. 총기사고로, 교통사고로 희생되는 사람 역시 해마다 수만 명이다. 그렇지만 이런 것은 더 이상 큰 뉴스가 되지 않는다. 현대의 뉴스는 불안과 공포, 의심과 흥미를 팔아야 산다. 대중의 시선을 붙들어 매는 데 그만큼 좋은 재료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에볼라가 딱 그렇다.

뉴스를 전하는 신문 종사자로서 이런 말 하는 것은 그렇지만 이제라도 제발 뉴스 하나하나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너무 불안해하지도 말고 흥분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게 뉴스 과잉 시대에 안정과 평화를 누리며 사는 비결이다. 에볼라에 전전긍긍할 시간에 차라리 안전벨트 확인하고, 음주운전 않고, 독감 예방주사 맞는 편이 나와 가족의 안녕에 훨씬 더 요긴하겠다.

시간이 가면 결국 에볼라도 잠잠해질 것이다. 온 세계가 나서고 있고 그동안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을 외면했던 글로벌 제약사들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긴 이것도 그렇게 호들갑 부린 뉴스 덕분이었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