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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기윤실 '광야의 소리'] 생떽쥐베리와 함께 하는 가을

어린왕자로 잘 알려진 생떽쥐베리의 작품을 읽다 보면 그는 결코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는 꿈꾸기는 무슨 거창한 인생의 목표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없이 따뜻한, 그리고 우리를 향수에 젖게 하는 동화적 세계입니다.

그의 작품에는 늘 '사막, 밤하늘, 별, 고향집'이 등장합니다. 생떽쥐베리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질주하는 삶에서 잠깐 멈출 것을 권고합니다. 그 대신에 우리를 사색과 느림과 의미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우리가 일상의 삶에서 잊고 있는 그러나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해줍니다.

그의 이야기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긍정이 있고 사랑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 있습니다.

'사막의 도시'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사랑은 창고에 저장해둔 물건처럼 아무 때가 쉽게 꺼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것은 설레는 가슴이 전제되어야 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무감각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 텐데 우리의 현실은 나이와 무감각이 비례하고 있습니다.



눈물을 잊어버리고, 감동할 줄 모르고, 기뻐할 줄 모르고, 설렐 줄 모릅니다. 그것들이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은 아닐진대, 우리는 밤하늘을 보고 감동하기는커녕 밤하늘의 별이 있는지조차 잊은 채 그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설레기에는 너무나 삶에 지쳤습니다.' 얼마든지 말할 수 있습니다. 결코, 변명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그렇게 말해놓고서도 어쩔 수 없이 씁쓸해 집니다.

다시 감동하고 싶습니다. 눈물을 흘리고 싶습니다. 그래야 사람이 산다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린왕자'에 나오는 말입니다. "어른들은 숫자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내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말하면 그들은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결코 물어보지 않는다." 어른들이란 존재는 친구를 사귀면 나이가 몇 살인지, 고향이 어딘지, 취미가 무엇인지, 재산이 얼만지,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하지만, 어린왕자에게는 그 애의 목소리가 어떤 색깔인지, 그 애가 나비를 좋아하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이 가을에는 분주한 삶을 잠시 멈추고, 아름다움으로 물든 삶의 신비를 보고 싶습니다. 그것을 볼 수 있는 어린왕자이고 싶습니다. 어른이면서도 어린애 같이 살다 떠난 생떽쥐베리가 되고 싶습니다.

김동일 목사 (생명찬교회)
gopem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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