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관 유물 처리 법적 대응만은 피합시다"
보관 방법 놓고 대립양상 양측 만나 해결책 모색
'한국 위탁 후 반환' 'LA에 수장고' 입장차 재확인
대한인국민회 유물 처리를 둘러싸고 대결양상을 보여 온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임시 이사장 민병용)과 한미역사보존위원회(가칭· 위원장 김시면) 대표자들이 처음으로 만나 합의점을 모색했다. 15일 LA한인타운 뉴서울호텔에서 열린 이날 모임에 기념재단 측에서 민 이사장을 비롯한 권영신, 윤효신, 배국희 이사, 보존위 측에서는 김 위원장과 서동성, 이자경 위원이 참석해 2시간여 동안 진지한 토론을 했다.
양측은 궁극적으로 유물의 한인사회 영구보존에는 같은 생각이었다.보존위 측 김 위원장은 "당장에라도 한인사회에서 기금모금 운동을 전개해 수장고를 갖춘 박물관을 지어 유물을 보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기념재단의 민 이사장도 "수장고를 짓는 문제는 이전에도 한국정부에 요청을 했을 정도로 기념재단에서도 관심을 기울여 온 문제다. 다만, 당장 실현될 수 없기에 일단 유물을 한국에 조건부 위탁했다가 돌려받는 것을 대안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토론 참석자들은 '지난 2003년 대한인국민회 총회관 복원공사 중 발견된 2만여 점의 유물이 한인 이민 선조의 생활과 독립운동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만큼 우리가 잘 보관했다 후세에 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방법과 절차에서는 여전히 입장 차를 보였다.
서동성 변호사는 "유물의 훼손상태가 심하니 당장 USC에 맡겨 약품처리 등을 할 수 있도록 하자. USC나 UCLA에서 무상으로 해줄 수 있다고 했다"고 제안했고, 이민역사연구가인 이자경 위원도 "왜, 꼭 유물을 한국으로 보내야만 하느냐"며 기념재단을 압박했다.
기념재단의 권 이사는 "LA의 유물이 한국의 후손들에게도 교육 자료로 활용돼야 한다. 유물을 한국에 위탁하는 것은 보존과 연구 외에도 한국민들에게 LA의 선조가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LA에 마땅한 시설이 갖춰지면 반환받아도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모임에서 타협점을 찾지는 못했지만 이해의 폭은 넓혔다는 것이 양측의 평가다.
특히 유물 발견 후 11년 동안 기념재단 이사들은 유물 소유권을 가진 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 측을 설득하고 함께 보존에 힘쓰자는 합의를 이뤄냈다는 설명을 했고, 보존위 관계자들도 그런 노고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양측은 법적대응은 제쳐두고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하자'며 자리를 마무리 했다. 격한 토론으로 잠시 얼굴을 붉혔던 이 위원도 먼저 손을 내밀며 기념재단 위원들과 악수를 하는 훈훈한 모습을 남기기도 했다.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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