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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운동·환우회 활동…암 덕에 제 2인생 살게 돼 행복해요

유방암, 5년 생존율 91%…당신 가슴 지킬 수 있어요

유방암은 여성에게 ‘몸과 마음의 암’이다. 생명을 잃거나 치료가 되더라도 여성성의 상징인 가슴을 잘라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선 생존율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 유방암으로 죽는 시대는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10월은 세계 유방암 예방의 달이다. 매년 유방암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핑크리본 캠페인이 열린다. 전문가들은 유방암은 관심을 기울이면 충분히 예방·완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방암 5년 상대생존율은 1990년대 초반 77.9%에 불과했다. 이제는 91.3%(2011년)에 달한다. 전체 암 평균(66.3%)과 큰 차이를 보인다. 초기에 발견해 치료를 받으면 97.8%까지 높아진다. 유방을 벗어나 주위 장기나 조직, 림프절에 전이돼도 5년 생존율(89.9%)이 90%에 육박한다. 국내 전체 사망자 100명 중 유방암으로 숨지는 사람(0.75명)은 한 명도 채 안 된다.



의학이 발전하고, 환자의 생활습관 개선 등 투병의지 덕분이다. 치료도 가슴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국립암센터 이은숙 유방암센터장은 “과거에는 유방암으로 진단되면 유방조직 전체를 제거했지만 요즘은 암의 범위를 정확히 평가한 뒤 최소한의 범위만 절제한다”며 “예후가 좋은 대표적인 암”이라고 말했다. 유방성형·재건도 잘 돼 외형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과 조기발견이다. 유방암 환자 발생률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최근 10년 새 유방암 발생자가 2배 넘게 늘었다. 2001년 한해 발생하는 유방암 환자는 7165명이었다.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1년에는 그 수가 1만6015명으로 늘었다.

유방암 고위험군이라면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족력·음주·비만이 주 위험요소다. 자가검진과 정기검진을 꾸준히 받아야 한다. 30세에 접어든 여성은 매월 유방 자가검진을 하고,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2년 주기로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40세 이상은 1~2년 간격으로 진찰과 유방촬영술을 받는 것이 권고된다. 이 센터장은 “멍울로 나타나는 유방암은 매달 생리가 끝난 뒤 2~7일째 자가검진만으로도 발견할 수 있다”며 “정기적인 검진은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방암 이겨낸 환자들

여성의 암 발생률 2위 유방암. 예후가 좋아 ‘착한 암’으로 불린다. 5년 생존율이 90%를 넘는다. 단 ‘조기에 발견했을 경우’에 한해서다. 4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5년 내에 사망한다. 생존율만큼 재발률도 높다. 가슴을 떼어내고 탈모를 경험하는 등 여성으로서의 상실감도 크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1만4000명에 달하는 여성이 유방암과 싸운다.

“유방암입니다.” 6년 전 최경선(39·여)씨는 이 한마디에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다. 두 언니를 유방암으로 잃은 터였다. 항상 가족력을 염두에 둔 탓에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언니처럼 나도 죽을 수 있겠다는 공포와 두려움이 밀려왔죠. 엄마한테는 차마 막내딸까지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했어요.”

수술만 하면 끝날 줄 알았다. 유방암 1기였지만 암세포가 많이 퍼져 유방전절제술을 시행했다. 수술 후 급격한 상실감이 밀려들었다. “체격이 커서 가슴을 절제한 쪽과 다른 쪽의 차이가 확연했어요. 남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밖에 나가지도 못했죠.” 누구에게 털어놓지도 못했다. 이를 악물고 참았던 감정들이 어느 날 한꺼번에 몰려와 수술 때보다도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그때 최씨가 찾은 건 유방암 환자를 위해 병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국립암센터를 통해 ‘텔레코칭(전화상담)’과 ‘연극치료’를 접했다. 힘들 때면 마니토(상담사)에게 전화해 길게는 1시간 동안 대화했다. 친한 친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속얘기를 늘어놓고 위안을 받았다. 연극치료를 통해서는 엄마에게 말 못했던 투병생활의 고통과 그로 인한 응어리를 모두 털어냈다. 그렇게 속내를 표출하니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예전엔 앞만 보며 일과 가족에만 몰두했죠. 나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나를 위해 살아요. 여행도 하고, 영화도 보고, 먹고 싶은 거 먹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요. 힘들면 잠깐 쉬어가면 되죠 뭐, 결국 중요한 건 나니까요. 유방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아등바등하며 살았을 거예요.” 치료 후 생존 6년에 접어들어 약을 끊고 정기검사만 받고 있는 최씨는 완치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채식과 꾸준한 운동

또 다른 암 극복 노하우는 채식 위주의 식단과 꾸준한 운동이다. 자연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주말농장을 찾았다. 다섯 평 남짓한 작은 텃밭에 상추·토마토·오이 등 채소를 하나 둘씩 심었다. 직접 재배한 신선한 ‘유기농 채소’는 이씨의 식탁 위에 올랐다. 과일도 제철·오색과일로 챙겨 먹고, 물은 하루 1.5L 이상 마셨다. 평일에는 틈나는 대로 하루 8㎞가량 걸었다.

이렇게 투병 11년이 지난 지금, 이씨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다른 암환자와는 다르게 무엇이든 먹을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으며, 일반인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삶을 살 수 있어서다. “가슴과 머리카락이 없으면 어때요?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바랄 게 없지요.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어요. 암 덕분에 제2의 인생을 살게 돼서 행복하다고. 다른 암이 아닌 유방암에 걸려서 감사하다고.”

담담하게 투병생활

“담담하게 버틴 것 같아요. 오히려 당당했죠.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지면 아예 삭발해 버렸고, 삭발한 채로 재즈댄스·수영 등 하고 싶은 건 다 했어요. 남들이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물으면 반문했죠. ‘내가 죄인도 아니고 아픈 것뿐인데 왜 못해?’라고요.” 2002년 유방암 진단을 받은 한경아(44)씨는 12년 생존자다. 암환자는 대개 위축되거나 무기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한씨는 오히려 씩씩했다. 온천 사우나실 앞에서 ‘항암 환자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보고 주인에게 한참을 따지기도 했다.

한씨는 갓 결혼한 30대 초반에 부분절제술을 하고 항암·방사선치료까지 했다. 문제는 임신이었다. 치료를 끝낸 지 6개월 만에 임신했다. 일반적으로 방사선치료 후 1년 이상은 피임을 권장한다. 기형아 출산의 우려 때문이다. 걱정은 됐지만 한씨는 유산 대신 출산을 택했다. 수술하지 않은 쪽 유방으로 모유 수유도 했다. 한씨는 “방사선치료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큰애가 발달장애가 있다”며 “하지만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큰애를 포기했더라면 그 애를 통해 느끼는 지금의 행복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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