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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광장] 이민사 유물 한국행, 반대 할 일 아니다

배국희/광복회 미서남부지회장

"애국가를 울리려고 매일 밤마다 잠자리에 누워 생각했어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우슈(중국 전통무술) 금메달리스트가 인터뷰도중 눈물을 펑펑 쏟으며 한 말이다. '애국가를 울리려고…', 이것이 애국이다. "오렌지 하나를 따더라도 애국하는 마음으로 따라"고 일깨웠던 이민 초창기 도산 선생의 가르침도 있다.

나는 7년 전 한국 임시정부 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중국의 대한민국 독립사적지 탐방에 한국의 대학생들과 함께 참가한 일이 있다. 12박13일의 강행군을 끝내고 모여서 토론을 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애국선열들처럼 죽기를 각오하고 독립운동 할 일도 없는데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애국할 수 있겠는가.' 그때 함께 여행했던 어느 연세 드신 역사학자의 말이 인상깊었다. "내 집 앞마당을 깨끗이 쓰는 것도 애국입니다."

운동을 하면서도, 오렌지를 따면서도, 마당을 쓸면서도 우리가 애국을 생각한다면 내 조국을 부끄럽게 만드는 온갖 비리와 부정이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흑백으로 정확히 옳고 그름이 가려지지 않는 과제에 부딪쳤을 때다. 그 한 예가 요즘 갑자기 찬·반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대한인국민회 유물 본국 위탁관리 문제다.

대한인국민회관 복원 때부터 관여해 온 인연으로 내게는 밤잠을 설치게 하는 고민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유물 소유권을 가진 교회와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이 뜻을 모았고, 유물의 보존과 연구, 한인사회와 후세 교육 등을 두루 만족시킬 만한 최적의 방법으로 찾은 것이 독립기념관으로의 조건부 위탁 관리였다.



독립기념관은 유물을 고해상도로 디지털화하고 인덱스 작업을 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을 갖췄으며 한국의 독립운동사만을 전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원이 10여 명이나 된다. 물론 세계 어디서나 학자와 후손들이 인터넷 접속을 통해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한인사회가 유물을 확실하게 보존할 수 있는 마땅한 시설을 갖추면 언제든지 돌려보낸다는 데도 합의했다. 이 모든 일들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우리의 조건을 충분히 반영시키며 이뤄질 것이다.

전문시설을 갖춘 USC도서관이 디지털화하겠다고 나서고, UCLA가 수장고를 제공하겠다고 제의한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이 귀한 자료들은 우리 이민자들의 것인 동시에 조국 독립운동사의 일부이기도 하다. 초기 이민자들이 조국 독립을 열망하면서 이바지한 귀한 업적을 한국의 전문 연구원들이 먼저 헤아리게 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미국대학에 자료를 넘겨 디지털화하고 보존하는 것과 비교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유물의 한국행에 반대하는 새 단체가 갑작스럽게 결성돼 소송도 불사한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반대하는 단체도 한미박물관을 건립해 궁극적으로 유물을 한인사회에서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더욱 아쉬움이 크다. 한미박물관 건립은 아직 첫 삽이 땅에 닿지도 않았으니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

나중에 한미박물관이 유물을 보관할 만한 한인사회의 마땅한 시설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그때까지는 한국에서 애국심을 가진 한국 학자들이 보존·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렇게도 반대할 이유인지 묻고 싶다. 선조의 넋을 두고 법적 공방까지 벌이는 사이에 유물이 더욱 훼손될까 우려된다. 이번 일은 목소리 크고 돈 많은 사람이 힘을 쓰는 방식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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