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집중조명] <1> 이프/덴(If/Then)
브로드웨이 현존 최고 스타
'위키드' 이디나 멘젤 주연
지난해에 비해 관객수는 15% 증가했고 공연 숫자도 26개에서 30개로 늘었다. 경제위기 이후 줄곧 '비성수기'로 낙인 찍혔던 '브로드웨이의 9월'이 드디어 명예 회복을 한 것. 2008년 이후 최고의 9월 티켓 판매고를 올리며 티켓 평균 100달러를 호가하는 호황을 누렸다. 브로드웨이에도 풍년이 온 셈이다.
당분간 풍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새 작품 오프닝 준비에 한창인 극장도 많은데다가 '대목' 할러데이 시즌이 다가오고 있질 않나.
풍년이 왔으니 누려보자. 사랑과 행복, 이별과 아픔, 고난과 고통 등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인생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브로드웨이가 들려주는 사람 사는 이야기, 한 달에 하나씩 소개한다.
제목이 조금 요상하다. If(만약~라면)/Then(그다음에는). 만약 '무슨 뮤지컬 제목이 이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다음에는 공연을 한번 보길 바란다. 만약 '제목이 독특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다음에도 공연을 한번 보길 바란다.
지난 3월 초연된 이 작품은 이디나 멘젤(사진)이 엘리자베스 역을 맡아 큰 화제가 됐다. 뮤지컬 '위키드'의 오리지널 엘파바로 이름을 날린 이디나 멘젤은 브로드웨이의 디바다.
멘젤의 파워풀한 가창력과 일품 연기를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게다가 음악과 각본을 맡은 톰 키트와 브라이언 요키는 2009년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로 호흡을 맞춘 파트너다. 넥스트 투 노멀은 2010년 퓰리처 드라마상을 수상했다.
이프/덴의 배경은 뉴욕. 주인공은 이혼을 갓 경험한 38세 도시설계가 '엘리자베스'다. 엘리자베스는 보통 여자들보다 '만약'이라는 질문을 훨씬 더 많이 던지는 편이다. '이 상황에서 내가 만약 이렇게 했다면? 아니, 다르게 했다면?'
무엇을 선택할까
첫 장면은 매디슨스퀘어파크. 뉴욕을 떠나 있다가 이혼 후 새출발을 위해 돌아온 엘리자베스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다. 한 친구는 '케이트', 그리고 다른 한 친구는 '루카스'. 케이트는 엘리자베스를 '리즈(Liz)'라고 부르고 루카스는 엘리자베스의 대학 시절 별명인 '베스(Beth)'로 부른다.
케이트와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인가 아니면 루카스와 함께 보낼 것인가.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리즈의 이야기'와 '베스의 이야기' 두 갈래로 갈라져 뒤섞여 전개된다. 순간의 선택이 인생 전체를 뒤집어놓게 된 것. (공연장에서 나눠주는 플레이빌 뮤지컬 넘버를 확인하면 리즈와 베스가 각각 등장하는 장면을 알 수 있다)
리즈vs베스
줄거리를 우선 살펴보자. 케이트를 따라 '섹시 기타 가이'의 연주를 듣기로 결정한 리즈에게 갑자기 한 남성이 다가온다. 군의관으로 두 번째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조시'다.
조시는 '뻔해보이지만 뻔해보이지 않는' 수법으로 다가가지만 리즈에게 거절당한다. 얼마 후 브루클린 방면 A전철에서 둘은 또 한번 만나지만 리즈는 다시 한번 거절한다. 세 번째, 매디슨스퀘어파크에서 또다시 마주친 둘은 결국 데이트를 하게 된다.
리즈의 39세 생일날, 리즈는 조시에게 임신 소식을 전하고 둘은 결혼해 아들 둘을 낳고 산다. 어느날 조시는 세 번째 복무 명령을 받게 되고 해외 전쟁터로 떠나게 된다. 결국 그 곳에서 조시는 임무 수행중 숨진다. 좌절에 빠져있던 리즈는 다시 힘을 내 새로운 시작에 도전한다.
이번에는 베스의 이야기. 루카스와 함께 뉴욕시 개발 프로젝트 반대 시위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베스는 루카스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멀리서 베스를 지켜보던 남성은 군의관 조시. 조시가 다가가 말을 걸어보려던 찰나, 대학 시절 연인이었던 루카스는 베스에게 갑작스럽게 키스한다. 조시는 그 광경을 보고 뒤돌아선다.
베스가 개발 프로젝트 반대 시위에 참석한 다음날. 아이러니하게도 베스는 바로 그 프로젝트 운영자 자리를 제안받고 승낙한다. 한편 베스와 루카스는 함께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베스는 자신의 39살 생일파티에서 루카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아이를 낙태한다.
베스는 일터에서 승승장구한다. 루카스 또한 활동가로 이름을 떨친다. 루카스·케이트와 함께 공원에서 만나기로 한 베스에게 한 남성이 다가온다. 세 번째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조시다.
암시와 선택 그리고 도전
사실 이 작품의 배경이 뉴욕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무한한 가능성이 숨어 있는 도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뉴욕이 아니던가. 그와 동시에 뉴욕은 로맨틱한 도시다.
이 곳에서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작품 속 캐릭터들의 모습이 우리 시대의 20~30대들을 떠올리게 한다. 조시와 리즈가 두 번째 '운명적으로' 마주쳤을 때, 조시는 리즈에게 질문한다.
"벌써 두 번째 만남인데, 암시가 아닐까?(Don't you think this is a sign?)" 리즈는 이렇게 답한다. "암시? 난 선택을 믿어(I believe in choices)" 하지만 둘은 결국 '알 수 없는 일(You never know)'이라며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그 결과는 비극적이었지만 리즈는 또 한번 새롭게 삶을 시작한다.
암시와 선택이 난무하는 이 도시. '만약'이라는 가정과 '그다음에는?'이라는 의문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삶을 살아야 할까. 아니면 알 수 없기에 한 발자국 앞으로 발을 내딛어봐야 하는걸까.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를 들어봤으니 이제 선택은 당신 몫이다.
이주사랑 기자 [email protected]
[이 장면을 눈여겨 보세요]
뮤지컬의 3대 구성요소가 노래·춤·극이라면 이 작품은 사실 춤 부분이 다소 약한 것은 사실이다. 극도 충분히 이해하기엔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그러나 이디나 멘젤을 비롯한 라션즈, 앤서니 랩, 제임스 스나이더 등 주요 캐스트들의 노래와 연기가 훌륭하기에 한 번쯤 볼 만한 뮤지컬.
◆'A Map of New York'=베스가 도시 설계 프로젝트 운영자 자리를 제안받는 장면. 오랜 친구인 스티븐이 자리를 제안하며 전체 캐스트와 함께 부르는 노래다. 출연진들이 부르는 노래에서 각자의 추억이 담긴 뉴욕의 구석구석을 나눈다. 처음 일자리를 얻었던 곳, 항상 장을 보던 그 곳, 내가 처음 살았던 그 집…. '삶이 움직이고 교차하는 도시(City where lifes happen and intersect)'라는 대사가 정확히 맞물린다.
바닥에는 뉴욕시 지하철 지도가 불빛으로 수놓아져 있다. 비스듬히 세워진 대형 거울이 지도를 비춰 오케스트라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도 무대 바닥을 볼 수 있다. 대형 거울을 세트에 활용한 점이 신선한 아이디어로 다가온다.
◆'What the Fuck?'=리즈와 베스의 이야기가 함께 엮이는 장면.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좋은 장면이기도 하다. 리즈와 조시가 하룻밤을 보내는 것에서 시작해 베스와 루카스의 이야기로 끝난다. 리즈의 당혹스러운 표정 연기와 노래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Always Starting over'=이디나 멘젤의 솔로곡. 조시가 숨진 뒤 리즈가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부르는 노래다. 특별한 장치 없이 이디나 멘젤의 목소리와 감성으로만 채워지는 장면에서 브로드웨이 디바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대형 거울을 활용해 무대 공간을 3차원적으로 표현한 것 또한 눈에 띈다.
공연정보
▶공연장: 리처드로저스시어터(Richard Rodgers Theatre, 226 W 46th St)
▶일반 티켓: 142~200달러(오케스트라 기준)
▶할인 티켓: 110달러( www.ohshow.net, 212-842-9311 한국어 가능), 로터리 35달러(공연 시작 2시간 전 극장 앞에서 신청)
▶웹사이트: ifthenthemusic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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