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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 소음에 이상 반응 … 당신 몸이 이상한 거 아니야?

소음 민감증 고치려면

최근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분쟁이 칼부림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층간소음은 이미 사회적 문제다. 소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 원인이다. 몸과 감정이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다. 왜 그럴까. 의학전문가들은 층간소음 스트레스가 몸의 이상반응일 수 있다고 말한다. 층간소음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의학적 관점에서 풀어봤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 청각과민증

서울 강동구에 사는 직장인 이선경(35)씨. 이씨는 소리 때문에 괴롭다. 사소한 소리도 귀에 거슬린다. 처음에는 청력이 남들에 비해 유난히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씨에게 소리는 스트레스다. 음악을 듣거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고역이다.

이씨처럼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청각과민증이라고 한다. 이비인후과 질환이다. 이 경우 보통사람이 불편하지 않는 소리도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귀가 아프거나 심지어 공포감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심하면 소리로 인한 고통 때문에 외출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편두통 환자에게 더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각과민증은 청력이 좋은 것이 아니다. 우리의 귀 안에는 작은 근육들이 있는데, 이 근육은 큰 소리로부터 청각기관을 방어하는 기능을 한다. 큰 소리가 들리면 근육이 작동해 소리의 일정 부분을 차단한다. 청각과민증은 이 근육이 마비돼 정상적인 상태에서 차단되던 소리가 여과 없이 귓속으로 들어오는 상태다. 또 청신경이 뇌로 전달되는 경로에 문제가 있을 때도 나타난다. 그래서 청각과민증 환자는 견딜 수 있는 소리의 크기가 보통사람보다 작다.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박문서 교수는 “보통사람은 100dB(데시벨·소리의 상대적 크기의 단위) 이상의 소리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청각과민증 환자는 60~80dB에도 견디기 어렵다”며 “다른 사람은 괜찮은 수준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고 괴로워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비행기 소리는 140dB, 오토바이 100dB, 세탁기 70dB, 대화 시 목소리가 40~50dB 수준이다.

난 민감한 사람? 이유 있었네

스트레스가 청각과민증만의 문제는 아니다. 청각과민증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1.4~23%로 보고된다.

또 하나는 감각적인 문제다.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반복되는 자극에 두 가지로 반응한다. 갈수록 둔감해지느냐 민감해지느냐다. 이는 200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뇌과학자 에릭 캔들(Eric Richard Kandel) 박사의 민달팽이 실험에서도 잘 나타난다. 민달팽이에 전기침 자극을 반복했을 때 한 부류는 점점 덜 움찔하고, 어떤 부류는 갈수록 더 심하게 반응한다는 것.

반복 자극은 둔감화 과정을 밟는 것이 정상이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는 “반복 자극은 처음에는 신경이 쓰이다가 점차 무뎌지는 둔감화 과정을 밟는다”며 “층간소음 스트레스는 역으로 민감화 과정을 거친 경우”라고 말했다.

특히 같은 자극에도 민감화가 잘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의학적으로 이를 ‘자극박탈상황’이라고 부른다. 일상생활에서 별 자극이 없는 상황을 말한다. 이를테면 거동이 불편해 누워만 있거나 이렇다 할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다. 이 상황에서는 층간소음이 새로운 자극으로 작용해 민감화 과정을 밟게 된다. 낮에는 아무렇지 않은 시계 초침소리가 밤에는 크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상에 건강한 자극이 별로 없을수록 부정적 자극에 민감해진다.  

내 몸 체크 중요 … 건강한 자극을 주자

해결책은 있다. 청각과민증이라면 진단 후 치료가 필요하다. 단 약물요법이나 수술 등으로 단번에 나아지기 어렵다. ‘탈감작요법’이라고 해서 치료스케줄에 따라 점진적으로 소리에 적응하는 훈련을 받게 된다. 박문서 교수는 “청각과민증 60~70%는 탈감작요법을 통해 정상적인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감화된 경우라면 건강한 자극으로 대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임 교수는 “(층간소음이) 둔감화 과정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 며 “산책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등 평소 감정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건강한 자극을 찾는 것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단 편집 경향을 보이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층간소음에 대해 윗집에서 고의적으로 소음을 낸다고 생각하거나 집안 장소를 옮겨다니며 층간소음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면 편집적 경향일 가능성이 있다. 증상이 악화되면 ‘윗집에서 나를 쫓아다니면서 소음을 낸다’는 망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임세원 교수는 층간소음에 대해 항의하기 전에 반드시 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사람도 그렇게 느끼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전문적으로는 외부타당화 과정이라고 한다. 그는 “다른 가족구성원에게 자신이 느끼는 것이 타당한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 않다면 자신이 민감화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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