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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0주년 특별기획-하와이 코나 열방대학을 가다] 노동 통해 섬김을 배우다

단기자원 봉사 하루 8시간씩…숙식은 학교에서 무료 제공
노동의 목적 소유 아닌 섬김, 일 통해 얻는 건 삶의 의미

매학기 100여명 넘게 헌신
젊은 한인봉사자들도 많아


세계 각국의 기독인들이 노동으로 땀의 가치를 찾고 있다. 미주중앙일보 창간 40주년 기획으로 지난 15일 하와이 최남단에 위치한 빅아일랜드 섬을 찾아갔다. '코나 커피'로 널리 알려진 그 섬엔 미국 유명 기독교 학교인 '열방대학(University of the Nations)'이 있다. 이 학교는 현재 '미션빌더(mission builder)'라는 단기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시행중이다. 자원봉사자가 되면 8주~12주동안 학교에서 숙식을 하며 각종 노동(하루 8시간)에 참여하게 된다. '나'를 위한 노동은 소유에 목적을 두지만, 타인을 위한 노동은 섬김이다. 치열하게 소유를 좇는 시대속에 노동의 가치를 역설로 되새기는 젊은이들을 만나봤다.

16일 오전 9시 열방대학. 캠퍼스 한쪽엔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헤드폰을 낀 젊은이들이 기계로 잔디를 깎고 있다.

열방대학에서 프로그렘 디렉터를 맡고 있는 이지훈 목사가 길안내를 맡았다. 이 목사는 "여기는 다른 학교와 달리 모든 업무 및 시설 관리를 '미션빌더'라 불리는 자원봉사자가 맡고 있다"고 했다.

열방대학엔 시설 보수, 화장실 청소, 기숙사 관리, 밭 갈기, 주방봉사 등 20여 개 직군에 걸쳐 150여 명의 미션빌더가 일을 하고 있다. 미션빌더 중에는 한인들도 있다. 이 목사는 "매학기 보통 10여 명의 한인들이 미션빌더로서 열방대학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 목사의 안내를 따라 기숙사로 향했다. 한 학생이 손걸레를 들고 기숙사 방을 열심히 청소하고 있었다. 탁한나(23·경성대)양은 미션빌더로 일한 지 3개월째다.

한나양은 "한국에서 20대의 삶은 졸업도, 취직도, 스펙 쌓기도 모든 걸 '빨리빨리'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그런 환경에 쫓기다 보면 생각의 시간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잠시 휴학을 선택 하고 봉사하며 삶을 돌아보기 위해 왔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미션빌더가 가장 많이 배치되는 곳으로 가자"며 주방으로 안내했다. 1000여 명의 재학생을 위해 음식을 조리하고 설거지를 하려면 상당한 인력이 필요하다.

주방에서 일하는 박진주(21·동신대)양은 한국서 스튜어디스 학과에 다니는 학생이다.

지난 6월부터 일한 진주양은 "처음에는 의사소통도 어렵고 일이 너무 고되서 적응하기 힘들었다"며 "하지만 한국과 달리 봉사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고, 노동을 즐겁게 대하는 외국 친구들을 보면서 일에 대한 관점도 변하게 되고, 즐겁게 일하기로 마음 먹었더니 삶의 시각이 변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션빌더는 일하는 시간(보통 오전 8시~오후 4시) 외에 열방대학에서 진행되는 각종 예배, 기도 모임, 성경 강의 등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주방에서 8주째 미션빌더로 일한 이소원(21·동덕여대)양은 "같은 신앙을 가진 이들이 함께 만나 일을 하다 보니 많은것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었다"며 "여러 친구와 성경 묵상도 하고 함께 기도 생활을 하다 보니 신앙심도 좋아졌다"고 전했다.

주방에서 야채 통을 번쩍 드는 여학생이 보여 "일이 힘들지 않느냐"고 말을 건넸다. 탁수진(23·남서울대학교)양은 애니메이션 작가가 꿈이다.

수진양은 "그동안 일을 통해 다른 사람과 '경쟁'만 할 줄 알았지 타인과 협동하며 즐겁게 같이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이곳에서 배웠다"며 "미션빌더를 통해 섬김을 배웠고 내가 일을 해야 하는 목적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코나 열방대학=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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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미션빌더 체험해 봤더니…
"말이 없어도 우리는 삶과 생각을 나눴다"


열방대학에 ‘1일 미션빌더’를 신청해봤다.

직접 일하며 몸으로 부딪히는 취재를 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출장까지 와서 일에 일을 더 하겠다니 학교 측에서는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사실 이날(16일)은 생일이었다. 생일에 출장을 온 터라 “안 괜찮다”고 대답하고 싶었으나, 일단 취재가 중요했다. 미션빌더 팀 매니저가 “무엇을 잘하느냐”고 묻기에 “아무 일이라도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다.

매니저는 만족한다는 듯 흔쾌히 허락한 뒤, 곧바로 앞치마와 비닐 장갑을 손에 쥐여주었다. 그만큼 주방 일손이 필요하다는 의미였을까. 취재수첩과 카메라를 내려놓고 즉시 주방으로 투입됐다. 잠깐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을 앞둔 오전 11시. 괜한 호기를 부린 건 아닌가 싶어 순간 “아차” 했지만 결정을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

주방에선 아무도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머뭇거리는 기자에게 탁수진 양이 다가와 “여긴 각자 알아서 일을 찾아야 해요. 먼저 눈에 보이는 것부터 치우세요”라고 귀띔했다.

무작정 식기가 쌓인 곳으로 갔다. 아침식사 때 쓰인 식기를 물에 헹군 뒤 건조대로 옮기기 시작했다. 건조대에 쌓인 철제 식기는 눈치껏 본래 위치로 갔다 놓았다. 주방 내 뜨거운 조리 열기로 인해 온몸에 땀이 주르륵 흘렀다.

설거지를 하던 박진주 양이 “힘들죠?”라고 물었다. 팀원 간에 인사도 없이 곧바로 일을 해서 매우 서먹서먹하던 찰나에 그 한마디는 너무나 따뜻했다. 함께 일하며 자연스레 인터뷰를 하려 했지만 도무지 쉴 틈이 없었다.

아무 말 없이 같은 일만 반복하다 보니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아 시계를 봤더니 겨우 40분만 지났을 뿐이다.

진주양은 “계속 일만 하니까 아무 생각도 안나죠? 여기가 이런 곳이에요. (웃음) 그래도 몸은 힘들지만 느끼는 것도 많을 거에요”라고 힘을 북돋아 주었다.

그때 한 백인 학생이 휴대폰으로 빠른 템포의 CCM 음악을 틀었다. 음악이 나오자 설거지를 하던 미션빌더들이 흥얼흥얼 노래도 부르고 손놀림도 빨라졌다.

출장온 기자가 설거지를 하는 게 재미있어 보였는지, 함께 일하던 진주양과 수진양이 기자 업무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함께 일하면서 왜 기자가 됐고, 8년간 기자 일을 통해 어떤 점을 배우고, 느꼈는지 나누게 됐다. 그러면서 그들의 이야기도 듣게 됐다. 더 이상 일을 위한 일이 아니었다. 취재를 위해 선택했던 노동은 어느새 서로의 삶과 생각을 자연스레 나누는 매개가 됐다.

그건 ‘기자’라는 일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생일선물이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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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빌더 되려면
열린 마음·섬기는 자세 기본
서류 심사 및 인터뷰 거쳐야


미션빌더는 ‘예수의 섬김’ 정신을 기본으로 한다.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을 추구한다.

열방대학 이지훈 목사(사진)는 “기독교인으로서 신앙과 삶이 섬김을 통해 하나 되기를 소망하고 기대한다”며 “세계 각국 사람이 모이는 곳이어서 열린 마음과 섬기고자 하는 자세만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전했다.

노동 외에는 월요아침예배, 화요일 저녁 미팅, 목요저녁 예배 등의 모임도 갖는다. 물론 캠퍼스 내 각종 행사에 참여가 가능하다. 일하는 것 외에는 자유시간이다. 미션빌더에게는 봉사 기간(8주~12주) 동안 기숙사와 학교 식당 등 모든 숙식(비행기표 제외)이 무료로 제공된다.

신청은 열방대학 웹사이트(www.uofnkona.edu)를 통해 가능하다. 자격은 18세~80세 사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신청서, 추천서와 함께 전화 인터뷰(기본 영어 회화 필요)를 거쳐야 하며 싱글일 경우 40달러, 부부는 60달러의 접수비를 내야 한다. 봉사를 위한 직군 배정은 인터뷰를 거쳐 정해진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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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방대학은…
전세계 142개국 600여 개 지역에 캠퍼스


지난 1978년 ‘아시아태평양기독교대학(PACU)’이라는 이름으로 하와이 코나 지역에서 시작됐다. 1989년 현재 학교 이름으로 변경됐다.

선교단체인 예수전도단이 함께 운영되고 있는데 스위스 로잔, 호주 퍼스, 한국 제주도 등 전세계 142개국 600여 개 지역에 열방대학 지부 또는 캠퍼스가 있다.

기독교 사역, 커뮤니케이션, 상담, 교육, 인문, 국제 연구, 예술, 스포츠, 과학 등의 학과 과정은 모두 선교를 효율적으로 감당하는 것에 목표를 둔다.

‘DTS(예수제자훈련)’라 불리는 프로그램은 예수의 정신을 기본으로 가르치며 12주 강의, 12주의 전도 여행 등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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