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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0주년 - 중앙일보에 바란다]"한인사회 질적 성장 위해 고발기능 강화해달라"

'이렇게 했으면…' 독자들과 대담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보통사람 애환 담고
한인 정치지망생.단체장 등 심층취재 기대
저소득층.약자. 소수계 말에 귀 기울여 주고
시 조례.소송 등 어려운 사안,알차게 보도를
남북 통일.1세 이민 역사 이야기 더 필요
좋은기사라도 오.탈자가 있으면 신뢰안가


LA중앙일보가 40번째 생일을 맞았다. 공자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 것에 미혹되지 않는' 불혹이다. 불혹을 맞기까지 중앙일보는 격려와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독자들의 성원으로 성장했다.

지난 8일, 독자 3명을 만나 중앙일보에 바라는 점과 개선할 점을 함께 나눴다. 수십 년 신문을 읽어온 관록에서 나오는 지적은 날카로웠다.

이날 모임에서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소속 사이먼 양(작가), 이기원(리커스토어), 애나 이(부동산업)씨가 참석했고, 이원영 논설위원 겸 기획특집부장이 중앙일보를 대신해 대담을 나눴다. 정리= 구혜영 기자

-LA중앙일보가 마흔살이 됐다.

사이먼 양(이하 양): "우선, 중앙일보의 40주년을 축하한다. LA한인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언론으로서 의식 있고, 책임감 있는 신문이 되길 바란다. 거두절미하고, 우리 커뮤니티는 지난 40년 동안 크게 성장했지만 아직도 문제가 많다. 일부 한인 단체들은 요즘 법정싸움이니 알력 다툼이니 정신이 없다. 교회들도 말들이 많다. 한인사회에 공동체 정신이 사라졌다. 이 부분에서 신문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썩어있는 문제를 과감하게 시정하기보다는 시끄럽지 않게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이원영 부국장(이하 중앙): "신문의 지향에 대한 이야기 같다. 기자들끼리도 자주 하는 말인데 신문은 정보·계몽·재미 등 여러 가치를 추구한다. 중앙일보는 커뮤니티와 동반자 입장에서 함께 성장했다. 커뮤니티 신문이라는 것에 충실하기 위해 정보제공에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사회악을 고발하는 언론의 기능은 물론 중요하다. 이제는 LA한인사회도 성장했고, 질적인 도약을 이루어야 할 시기가 되었다. 그에 맞춰 언론이 추구하는 가치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양: "요즘 JTBC의 손석희 앵커를 보며, 희망을 보고 있다. 낮은 시청률로 시작해 지금은 '가장 영향력 있는 뉴스'가 됐다. 이것은 손 앵커가 참다운 언론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의 한 일간지는 1년간 음주 폭행 실태를 파헤치는 시리즈를 게재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왔다. LA한인타운도 고쳐야 할 문제가 많이 있다. 신문이 사회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중앙: "동감한다. 그동안 앞으로 심층 기획취재 등을 통해 커뮤니티의 부정적인 모습을 개선하고 사회를 더욱 밝고 건전하게 만드는 데 신문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신문에 아쉬웠던 점은.

이기원(이하 이): "신문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몰랐던 것을 알게 된다는 것에 있다. 사실 정부나 시 조례, 소송 등 어려운 사안들은 특정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른다. 예를 들어, 신문을 보면 '사우스LA의 리커스토어에서 한인 종업원이 권총강도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등과 같은 사건 기사가 많다. 이런 기사에는 대체로 용의자가 체포됐는지, 보석금은 얼마 냈는지 등에 관한 후속기사가 따른다. 그러나 그 사망한 종업원이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그 가게는 어떻게 되는지 등이 궁금하다. 각종 법안과 행정처리 단계, 혜택 등에 대한 정보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애나 이(이하 애나): "아무리 좋은 기사라도 오·탈자가 많으면 마이너스다. 그동안 여러번 불만 제기도 하고, 신문을 오려 우편으로 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80% 정도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걸러지지 않는 문장들이 있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오탈자가 있으면 신뢰가 안 간다."

애나: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기자가 교정까지 책임지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미국에선 신문이 한인 2세들의 한국어 교재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바른 교육을 위해서라도 전문 교정이 꼭 필요하다."

-신문에서 어떤 기사를 읽고 싶은가.

이: "우리들의 이야기, 이민생활을 하는 우리들의 땀, 눈물, 웃음을 보고 싶다. 우리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려주면 좋겠다. 독자 기고란 확대를 건의한다."

애나: "지면에서 일본군 성노예 문제나 남북 통일, 1세 이민 역사 이야기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이건 과거가 아닌 현재의 문제다. 일흔을 넘은 한인 1세들은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민주화운동 등 20세기 역사의 굵직굵직한 고개를 모두 넘어선 증인들이다. 중앙일보는 이들이 몸으로 견뎌낸 역사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것도 역사다."

양: "한인 정치 지망생이나 선거구 재조정 문제, 한인 단체장 비리 심층취재 기사를 보고 싶다. 우리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려면 정치력 신장이 우선이다. 신문이 적극적으로 한인 정치인들을 밀고, 끌어주는 역할을 해야한다. 일부 한인 단체장들이 이름값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깊숙이 비리를 파헤쳐 주길 바란다."

-기사 외에 중앙일보에 궁금한 거 없나.

양: "JTBC 아메리카는 언제 오나?"

중앙: "준비중이다. 경쟁력 있는 한국 JTBC 콘텐츠에 미주에서 자체제작한 뉴스를 합쳐 '야무진' 방송을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중앙일보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소중한 TV가 JTBC 아메리카를 위한 하나의 단계다."

애나: "기자들의 취재가 궁금하다. 어떻게 특정 시기에 맞춰 기사를 준비하는지, 기사는 어떤 식으로 선정되는지 알고 싶다."

중앙: "많은 취재와 회의의 집합체가 신문이다. 중요한 기사의 경우 취재 과정을 기사에 소개하는 등 독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인 것 같다."

-다른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양: "중앙일보는 LA한인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신문이다. 단체들의 입장을 대신 말해주는 신문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삶을 담아낸 '살아있는' 신문이 되길 바란다. 특히 저소득층과 약자, 소수계의 말에 귀 기울여주길 부탁한다."

애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길 바란다. 신문의 생명은 진실이다."

이: "문제를 던져만 놓고 끝나는 기사 말고, 손에 잡히는 유용한 신문을 만들어달라."

정리=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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