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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0주년 - 시카고 한인사회 40년]편리한 교통·값싼 주택값…클락길에 첫 한인상권

70년대 중반 로렌스 길로 상권 이동…코리아타운 불려
90년대부터 살기 좋은 북서 외곽 한인 밀집지역 부각

1893년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박람회를 통해 조선 사절단이 시카고에 머물렀지만 본격적인 한인 이민역사는 이후 50여년이 지난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레디 오(한국명 오종규) 예비역 소령이 노스웨스턴 치대를 졸업하고 벨몬트와 클락길 인근에 자신의 치과 오피스를 연다.
이후 클락과 셰필드길 인근은 한인 상점과 거주지역이 들어섰다. 60년대 들어 미국 이민이 증가했고 본격적인 시카고 한인 이민역사가 시작되며 한인 상권과 밀집지역에도 변화가 생겼다. 시카고 한인 상권과 밀집지역의 변화를 통해 시카고 한인 이민사를 살펴봤다.


클락길에 67년 첫 한인업소

시카고의 한인 상권이 첫 번째로 이뤄진 곳은 클락과 셰필드길 주변 지역이다. 시카고 북부지역에 해당되는 곳이다. 이후 로렌스, 포스터, 브린마, 링컨길로 확대됐다. 이전보다 북서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클락과 로렌스 인근 지역이 시카고 시내 한인 상권이었다면 본격적인 시카고 서버브 상권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뎀스터와 골프/밀워키다. 시카고 서버브 중에서도 북서쪽으로 진행됐다. 최근에는 이곳으로부터 더 넓게 흩어졌다. 노스브룩과 글렌뷰, 몰튼그로브, 샴버그, 호프만에스테이츠, 버논힐, 먼덜라인, 알링턴하이츠, 마운트프로스펙트, 네이퍼빌 등이 해당된다.

2012년 한인들에 의해 발간된 ‘시카고한인이민사’에 따르면 클락길에 첫 한인업소가 들어선 것은 1967년이다. 당시 대부분의 한인들은 가난한 유학생들이었고 독일 광부들이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미국으로 들어와 시카고에 정착을 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이들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한국 음식을 파는 식당과 식품점을 원했다. 당시 클락길 입주 한인 업종을 보면 식당과 식품점, 여행사, 보험회사 등이었다. 1970년대 중반 클락길 한인 업소는 60개로 늘어난다.

이렇게 클락길에 많은 한인들이 모일 수 있었던 이유로는 편리한 교통과 값싼 주택값 때문이었다. 이곳에는 다운타운으로 연결되는 버스와 지하철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한인들에게 좋았다. 또 렌트 역시 다운타운에 가까운 남쪽보다 저렴해 한인 이민자들이 몰렸다. 현재도 도매업을 중심으로 한인 소유의 업소들이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울 길-한인타운 표지판도

클락길에서 번성한 한인업소는 1970년대 중반 들어 그보다 더 북서쪽에 위치한 로렌스길로 이주하기 시작한다. 로렌스 인근은 시카고에서도 다민족문화가 풍부한 알바니팍 커뮤니티의 중심지다. 지금도 라틴, 인도, 중동계 주민들이 섞여 거주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만 5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전까지 한인들이 몰려 있던 클락길이 다운타운으로 통하는 대중교통은 편리하지만 94번 고속도로와는 떨어져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당시부터 한인들이 자가용을 소유하면서 고속도로 이용이 빈번하게 된 것도 로렌스 지역으로의 이전을 촉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유태인들이 시 북쪽과 외곽으로 이주하면서 한인들에겐 기회가 됐다. 당시 기록을 보면 유태인들이 판 상가를 한인들이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곧 한인 상권 형성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로렌스길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90번 고속도로 진입로, 동쪽으로는 켓지길까지 한글로 된 간판이 곳곳에 들어서기도 했다. 또 로렌스길 일부가 서울 드라이브로 명명되기도 했으며 고속도로 로렌스길 출입로에 코리아타운이라는 표지판이 들어서기도 했다. 1980년대 초 로렌스길 인근에는 270여개의 한인 업소가 존재했는데 오랫동안 코리아타운으로 불렸다.

상권은 밀워키·골프길에 집중

1990년대 이후 이민자들은 비교적 많은 자금을 확보한 채 이민을 왔다. 기존 이민자들 역시 그간의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보다 좋은 환경을 찾아 시카고 외곽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은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글렌뷰와 노스브룩은 훌륭한 학군과 거주조건이 뛰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이 두 지역이 대표적인 한인 밀집지역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상권은 나일스의 밀워키와 골프길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나일스의 수퍼H마트와 아씨플라자가 그 중심에 있다. 이전에는 아시아수퍼, 하나수퍼 등도 이곳에 있었다. 지금은 BBCN으로 이름이 바뀐 포스터은행 역시 골프와 밀워키에 지점이 있었다. 이를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옥튼길, 북쪽으로는 던디길, 동쪽으로는 94번 고속도로, 서쪽으로는 294번 고속도로까지 한인 업소가 밀집돼 있다.

골프와 밀워키가 한인 업소 최대 밀집지라면 샴버그와 호프만에스테이츠는 서쪽 중심지다. 기존 한인 밀집지역이 94번 고속도로를 타고 시카고 북쪽으로 뻗어갔다면 샴버그 등은 90번 고속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가면 닿는다. 이 지역 역시 아시안이 밀집한 곳으로 우드필드쇼핑센터를 중심으로 상업시설도 모여 있다. 인근의 마운트프로스펙트, 알링턴하이츠, 팰러타인, 인버니스, 배링턴 등지에도 한인들이 많다.

시카고 서쪽 서버브인 네이퍼빌과 라일, 위튼 지역에도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에는 아리곤국립연구소와 페르미연구소 등이 있어 고학력, 전문직 종사 한인들이 많은 특징이 있다.

중앙일보 사옥도 한인상권 따라 이전

시카고 중앙일보의 역사도 한인상권의 변화와 함께 했다.
중앙일보 본사가 처음으로 자리 잡은 곳은 어빙팍과 엘스톤길이 교차하는 곳의 단독건물이었다. 당시는 클락길 인근에 한인 업소가 많았고 로렌스쪽으로 서서히 이주가 진행중인 시기였다.

중앙일보 사옥의 두 번째 위치는 켓지와 윌슨길 인근이었다. 인근 로렌스길에 한인 업소들이 들어섰던 곳에서 가까웠다. 2000년대부터는 오헤어공항 인근의 엘크그로브로 이주했다.
엘크그로브는 골프와 밀워키길 한인밀집상권과 가깝고 시카고 북서부 서버브지역의 중심권에 위치해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근 샴버그와 호프만에스테이츠, 마운트프로스펙트, 알링턴하이츠, 팰러타인 등의 한인 밀집 지역과도 접근성이 좋다.

박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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