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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홈쇼핑서 유산균 추천…불법인 줄 모르셨나요

기능성 식품 과장광고 주의보

대중 신뢰 높은 스타 의사들
특정제품 효능 부풀려 홍보
일반 식품을 "황제식" 소개도


“의사가 나와서 추천할 정도면 효과 있는 약 아닌가요.”

 유모(45·여·서울 양천구)씨는 지난달 TV 홈쇼핑을 보다 유산균 제품을 구입했다. 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 딸(18)이 변비로 고생하는 게 안쓰럽던 차에 TV를 보게 됐다. 방송에 출연한 현직 의사인 D씨의 말이 강하게 뇌리에 박히면서 제품 구매를 자극했다.

 “유산균을 넣어줌으로써 장내 환경을 좋게 해줍니다. 제가 저희 딸한테는 꼭 먹이고 있어요.”



 그러면서 D씨는 “(용종은) 거의 대부분 암으로 가는 전 단계(전 암성 병변)다. 내버려두면 언젠가 암으로 간다”며 용종(혹)의 위험성을 들먹였다. D씨가 ‘유산균이 용종을 예방한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유씨는 그렇다고 받아들였다. 유씨는 “의사가 말하니까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약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혹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 제품은 약이 아니라 단순한 건강기능식품이었다.

 의사·한의사가 직접 방송에 출연해 어떤 제품을 내놓고 추천하면 아무래도 의심을 덜하고 믿기 쉽다. 본인이나 가족이 직접 먹고 있다는 말에 소비자들은 혹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 상당수가 효과를 부풀리는 허위·과장 광고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안만호 대변인은 “건강기능식품은 말 그대로 식품일 뿐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이런 사실을 잘 아는 의료인들이 전문가로서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인의 건강기능식품 추천은 실정법 위반이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수의사·약사·한약사·대학교수 등이 제품의 기능성을 보증하거나 제품을 지정·공인·추천·지도 또는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 등의 표시 광고’ 하는 행위를 허위 과대 광고로 규정하고 있다. 의료인이 제품의 연구나 개발에 참여했다면 이 사실만 광고할 수 있다. 식약처 홍영표 건강기능식품정책 TF팀장은 “전문가를 내세운 광고를 소비자가 쉽게 믿기 때문에 이런 광고를 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과 현실은 딴판이다. 1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올 들어 의료인이 TV홈쇼핑에 나와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했다 주의 또는 권고 조치를 받은 사례는 5건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4건이었던 것에 비해 1년 새 급증했다. 유산균(4건), 다이어트 제품(1건) 등이었다. 지난 8월 방송된 다이어트 제품은 의사 C씨가 등장해 “체지방 감량, 부담 없이 시작하세요”라며 노골적으로 광고했고 방통심의위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았다.

 최근에는 의료인이 일반 식품의 효과도 곧잘 부풀린다. 한의사 A씨는 자신이 개발했다는 제품을 홈쇼핑에서 소개하면서 “역사가 천년 가까이 된다. 황제에게 진상하는 대표 보양식”이라고 선전했다. 결국 방송법 위반으로 방통심의위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 제품은 인터넷을 통해 팔린다. 한국소비자원 임현옥 식의약안전팀 과장은 “홍삼 성분이 있다고 광고하는 식품 중엔 실제로 보면 아주 미미한 양만 들어갔는데도 소비자들은 몸에 좋은 줄 알고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의료인의 부도덕한 일탈 행위에 대해 관련 협회가 뒤늦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최근 A씨를 비롯한 한의사 3명을 자체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한의사협회 김태호 홍보이사는 “최근 들어 의료인을 내세운 광고가 심해지는 양상”이라며 “스타 의료인들이 건강기능식품이나 일반 식품을 소비자가 의약품으로 착각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런 제품들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익명을 원한 한 의사는 “비타민이나 유산균은 대형마트에서도 판다. 의사들이 홍보하는 제품이라고 그것보다 더 특별하다고 보긴 어렵다”며 “사람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사는 “소위 스타 의사라는 이들은 자신들의 말 한마디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의료인은 처벌도 피해 간다. 방통심의위는 방송사에 경고나 주의 조치를 내린다. 식약처는 제품 판매자(업체)에게 책임을 묻는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상 품위손상을 들어 1년 이하의 면허 자격 정지를 내릴 수 있지만 허위·과장 광고로 이런 처분을 한 전례가 없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임강섭 사무관은 “식약처·공정거래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 등 소관 부처가 여러 군데 걸쳐 있어 허위·과장 광고를 적발하는 과정이 쉽지 않고 업체들이 이를 악용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인 단체가 특정 제품을 추천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한 주방세제 제품을 추천해 문제가 됐다. 이 제품의 산성도가 정부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의협이 추천 대가로 2004년부터 21억7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껌·치약·칫솔 등을 추천하는데 이 역시 비판을 받는다.

 식약처 안만호 대변인은 “암, 다이어트, 성기능 개선 등을 내세우는 건강기능식품은 과대 광고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며 “TV에서 의사를 비롯한 유명한 사람이 나와서 광고하거나 홍보해도 만병통치약이라고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주영·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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