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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 위암? 대장암 검사도 꼭 받으세요

대장암·위암은 짝꿍 … 병에도 단짝 있다

“집중력 장애 89%, 신경계 질환 42%, 조울증 42%, 심장질환 99%….” 영화 ‘가타카’(1997)에서는 주인공 빈센트가 앞으로 앓게 될 질환을 예측하는 장면이 나온다. 유전자를 분석해 서로 다른 각 질환이 발생할 확률을 계산한 것이다. 질병에도 친한 사이가 있다. 환경·유전적 요인이 비슷하거나 하나의 질병이 다른 질병의 원인이 돼 함께 나타나기 쉬운 ‘단짝질병’이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이소희(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장기별로 병을 진단하는 것을 넘어 전신에 퍼져 있는 질환의 연계성을 찾는 연구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인체는 하나의 조직이고, 장기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연관 질환을 아는 것은 발병하기 쉬운 병을 놓치지 않고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유전적 요인 비슷한 질환 함께 발생

“아버지와 오빠가 위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저도 걱정이 돼 그동안 속이 안 좋고 토할 때마다 위내시경을 쭉 받아왔어요. 그런데 제게 대장암이 생긴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지난해 10월, 박모(62)씨는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다. 박씨는 삼겹살과 쇠고기 장조림을 항상 먹을 정도로 고기를 좋아했다. 인스턴트 커피와 탄산음료도 입에 달고 살았다. 아버지와 오빠가 위암을 앓았던 터라 박씨는 소화가 안 될 때마다 위암을 의심했다. 그렇지만 검사 결과는 뜻밖에도 대장암이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덕우(소화기내과) 교수는 “위암과 대장암은 발병 원인이 비슷한데 식습관·운동부족·흡연 같은 생활습관 때문”이라며 “박씨처럼 위암 발병 확률이 높다면 대장암 검사도 함께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고대 안산병원 이상우(소화기내과) 교수팀이 위에 용종(혹)이 있거나 위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416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대장암 전 단계인 용종 발생이 일반인보다 34% 높았다. 이상우 교수는 “위와 대장은 암이 동시에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위내시경에서 용종이 발견되면 악성이 아니더라도 추가로 대장내시경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권했다.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은 혈관 건강에 영향을 받는 단짝질병이다. 서울성모병원 신용삼(신경외과) 교수는 “심장질환자 2명 중 1명은 뇌혈관질환자”라며 “사망원인 1, 2위인 두 질환은 함께 관리해야 하는 연관질환”이라고 말했다. 신용삼 교수는 2009~2012년까지 심장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 249명을 대상으로 CT(컴퓨터단층촬영)와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어 뇌혈관질환을 검사했다. 그 결과 53.4%(133명)에서 뇌혈관질환이 발견됐다. 신 교수는 “당뇨·고혈압·고지혈증·흡연·스트레스 때문에 혈관이 망가지면 심장뿐 아니라 뇌혈관까지 좁아진다”고 말했다. 남성의 경우 발기부전이 심장질환을 예고할 수도 있다. 음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도 예외 없이 탄력성이 떨어지거나 좁아지기 때문이다.

집안에 여성암 있으면 2년마다 검진을

특정 유전자 때문에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짝꿍암이 있다. 유방암과 난소암이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부인암센터 박상일 과장은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유방암 여성은 난소암 위험이 두 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여성에게서 난소암이 발병할 확률은 10% 수준. BRCA는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예방적 유방암 절제를 받았던 이유로 잘 알려진 유전자다.

자궁내막암·대장암·유방암도 유전 영향을 받는 연관암이다. 박상일 과장은 “가족 중에 자궁내막암·유방암·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유전적으로 자궁내막암 발병률이 높다”며 “가족력이 있는 20세 이상의 성인 여성은 적어도 2년에 한 번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샘암 문병인 센터장은 “젊은 여성일수록 유전적 원인이 크게 작용하므로 연관암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유전적으로 관련 있는 암을 알고, 검진에 신경쓸 수 있도록 경각심을 주는 게 중요하다.

구강건조증과 골다공증, 폐렴·이석증 주요 원인

한 가지 질병이 다른 질병의 원인이 돼 발병 위험을 높이는 연관질환도 있다. 구강건조증과 폐렴이 대표적인 질환이다. 구강건조증은 65세 이상 노인의 3분의 1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다. 서울대 치과병원 구강내과 고홍섭 교수는 “구강건조증이 심한 노인 환자는 침이 향균작용을 충분히 못해 입속에 세균과 곰팡이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균을 흡입하기 쉬워 폐렴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고 교수는 “폐렴은 노인의 사망원인 6위이면서 예방 가능한 질환 1위”라고 말했다.

뼈 건강과 평형감각도 관련이 있다. 골다공증이 있는 환자가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면 이석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석’은 귀의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에 붙어 있는 작은 칼슘 덩어리다. 골다공증으로 칼슘이 빠져나가면 본래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어지러움을 느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최현승(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석증은 중년 여성에게 많이 발병한다”며 “골다공증 같은 뼈 대사와 관련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치매는 또 다른 이름의 당뇨병이라 불릴 만큼 두 질환 간 연관이 깊다.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송인욱 교수는 “당뇨가 있으면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치매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치매는 뇌세포가 늙어서 발생하는 알츠하이머와 뇌혈관이 막힌 혈관성치매가 있다. 당뇨가 치매와 관련 있는 원인은 세 가지. 송인욱 교수는 “당뇨 때문에 혈액이 걸쭉해지면 뇌의 미세혈관을 막기 쉬워 혈관성 치매가 잘 생긴다”며 “당뇨 때문에 혈중에 인슐린 농도가 올라가는 것 자체도 알츠하이머 발병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당뇨를 과하게 조절했을 때 나타나는 저혈당은 뇌세포를 손상시켜 치매를 유발한다. 당뇨가 있다면 치매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보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등 생활습관을 함께 개선한다.

이소희 교수는 “연관질환을 알면 놓칠 수 있는 다른 질병을 점검 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어 “위험인자를 파악하면 기본 건강검진 외에 본인에게 맞는 검진 항목을 추가해 비용 대비 효율적인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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