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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고급적인 세상 이야기

우리 교회는 예배 말미에 축도를 하기 전에 교우들을 세상으로 내보내는 ‘파송’ 순서를 갖는다.

파송사는 “세상으로 평안히 나아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라는 두 문장을 다른 교우들을 바라보며 한목소리로 권고하는 형식이다. 예배를 통해 기도와 찬양과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을 경험했으니 그 소중한 경험을 갖고 세상에 나아가서 한 주간 예수의 제자로 열심히 살자는 뜻이다.

이렇듯 그리스도인들은 오랫동안 교회 안에서 누릴 은총을 세상을 나아가서 쓰는 것으로 여겨왔다. 그것을 전도하고 부르든 선교라고 부르든, 아니면 복음의 실천이라고 부르든 결국은 교회 ‘안’에서의 경험을 교회 ‘밖’ 세상에 쏟아내 놓는 것으로 생각해 왔던 것이다. 그러면서 교회 ‘밖’의 것이 교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타락’이니 ‘세속화’니 ‘상업주의’니 하며 극구 경계해 왔다. 물론 그 중에는 정말로 들여와서는 안 될 것들도 있다. 물질우선주의나 성장주의, 성공주의, 상업주의 등이 그런 것들이겠다.

요즘 교회를 정직하게 들여다보면 세상적인 것들을 경계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다 들여오고 있다. 어떤 것은 ‘신앙’이란 이름으로 포장해서 은근히 들여오고 또 어떤 것은 아예 포장조차 하지 않고 대놓고 들여온다. 수만 명의 청중을 커다란 경기장에 모아놓고 자주 성경을 인용하며 설교하는 유명한 백인 목사가 있다. 난 그 경기장에 가서 직접 들은 적은 없지만 TV에서 방송하는 걸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성경 얘기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말하려는 바에 설득력이 있는데 왜 굳이 성경을 인용할까 하는 생각 말이다. 자기 말에 종교적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서일까. 그의 얘기는 설교라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 ‘세상 얘기’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기왕 교회와 세상의 문턱이 낮아져서 세상 얘기를 교회 안으로 들려올 거면 고급적인 얘기를 들여오면 좋겠다는 생각 말이다. 예컨대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 같은 ‘자의식’을 갖게 된 것인지, 어떻게 하면 인류가 서로 다투지 않고 협력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 사람이 발전시킨 ‘기술’을 어떻게 하면 책임감 있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지, 어떻게 해야 창조세계와 바람직한 관계를 맺고 공존할 것인지 등의 얘기들 말이다. 그 중에는 신앙과 관련시킬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으리라. 아무려면 어떤가. 지금 교회 안에 들어와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담론과 실천을 장악하고 있는 물질주의, 성공주의도 어차피 그리스도교 신앙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들 아닌가. 어차피 할 세상 이야기라면 기왕이면 고급적인 세상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곽건용 목사 / 나성향린교회
kwakgunyong@goodneighborhoo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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