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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후] 목사가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

목사와 ‘돈’은 상극의 개념일까.

'청빈'은 자발적일 때 꽃이 피는 가치다. 강요가 아닌 선택이 돼야 한다. 만약 환경 또는 상황에 따라 가난을 불가피하게 수용해야 하는 이들에게 현실을 무시하고 '청빈'만 요구한다면 그건 일종의 폭력과 같다.

목사도 안정된 삶을 추구해야 한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이들이 많아서다. 물론 고급 승용차, 고액 연봉 등 필요 이상을 누리는 일부 목사들의 경우는 분명 심각한 문제지만, 특정한 소수 계층의 사례를 일반화시킬 순 없다.

지난주 종교면에 '일하는 목회자'를 보도했다. 사례비를 넉넉하게 또는 거르지 않고 지급받는 일부 중대형교회 목사들을 제외하면 다수의 숨겨진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이젠 목사도 당당하게 직업을 가져야 한다. 교계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한 곳이다. 성직자는 넘치고 자리(교회)는 한정됐는데 신학교에선 계속 목사가 양산된다. 목회자로만 활동하는 게 갈수록 힘든 시대가 되다 보니 직업을 가진 목사, 대안적 목회 등이 주목받는 이유다.

오늘날 개신교의 교세는 점점 감소하고 있다. 예전처럼 사람들이 교회로 마구 몰리는 시대는 분명 지났다. 내심 생활이 보장되는 대형교회 목사를 꿈꾼다면 그건 허황 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어렵사리 교회에 취직이 됐어도 담임목사가 아닌 이상 한인 교계에서 부사역자가 받는 임금은 낮다. 그렇게라도 버텨서 입지를 다져가면 좋겠지만, 행여 사역을 그만두는 상황이 온다면 순식간에 실직자로 전락한다.

사실 교계의 생리도 사회의 메커니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목사 간의 보이지 않는 알력, 정치적 요소, 라인 등이 존재한다. 적자생존의 환경에서 생계가 교회에만 묶이게 되면 자칫 목사로서 소신 또는 소명이 퇴화될 소지가 있다. 교회 내 부패나, 불법이 발생해도 소위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기 합리화 또는 비겁한 침묵을 선택할 위험도 따른다.

목회자는 교회에서 생계비를 받겠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해야 한다. 사역지를 구하지 못했거나, 목회의 뚜렷한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했을 때, 사역하던 교회를 그만둘 경우, 노후를 대비해 언제라도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 능력을 갖춰야 한다.

목회자는 '물질(돈)'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그건 '현실(생계)'을 부정하고 신이 모든 걸 책임질 거라는 망상이 아니다. 앞으로의 교계 구조는 기본 생활은 스스로 영위하면서 소신있게 사역을 병행하는 자비량 형태의 목회를 더욱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목회자의 의식은 너무 교회에만 갇혀 있었다. 요즘같이 급변하는 세상에선 목사가 사회 생활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사회를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사람들의 삶을 직접 체감 및 공감할 수 있어 폭넓은 안목을 갖는데 도움이 된다.

꼭 성직만 '성직'이 아니다. 세속직업도 성직과 같은 마음으로 감당할 수 있다. 일하는 목사를 더 는 어색하게 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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