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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학의 정석] 고득점 강의의 '독'

존 김 수학강사/마스터프렙·압구정동 Prep101 Academy

30~40년 전 'SAT 학원'이라는 것이 거의 없던 시절이다. 미국의 학부모들은 SAT 같은 대학입학시험은 평소 실력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SAT 기출 문제들을 미리 풀어보고 시험에 응시하는 것 자체를 '부정행위'라고 인식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명문대에 진학하려는 학생이라면, 그리고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되는 경우라면, 미리 학원에 가서 기출 문제 내지는 출제 예상 문제들을 풀어보는 것이 필수과정이 된 시대가 되었다. 학원에서 학생들의 기본 실력을 향상시켜 시험 점수가 올라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실력은 오르지 않았는데 점수만 올랐다고 하면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칼리지보드는 QAS(Question and answer service)라는 기출 시험지를 시험 본 학생들에게 18달러를 받고 제공하는데, 이렇게 공개된 기출문제들을 미국이나 한국이나 대부분의 SAT학원들이 모아서 수업교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칼리지보드가 공개하지 않는 문제들을 불법적으로 유출시켜서 강의하는 학원들도 문제지만, 예전에 사용했던 문제들을 그대로 재사용하고 또 시험지 보안에도 소홀했던 칼리지보드의 책임 역시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지난 5월에 SAT Reasoning 시험은 칼리지보드가 이전에 출제한 문제나 지문을 재사용하지 않고 출제했다고 해서 응시생들의 성적이 전반적으로 나빴다는 이야기가 학원가에 떠돌았다.

평상시에 전혀 공부를 하지 않다가 학원에 와서 해결책을 찾는 학생들을 만난다. 이런 경우는 실력을 향상시키기 보다는 아주 짧은 기간에 시험 점수만 보장받기 원한다. SAT 기출문제들을 많이 풀어보는 것은 시험성적 향상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문제를 풀고 나서 학생 스스로 채점을 해보고 왜 틀렸는지, 무엇을 몰랐었는지, 문제마다 관련된 개념이 무엇인지 등의 분석을 하지 않으면 시험 성적은 항상 제자리에 머물게 된다.

학원에서도 마찬가지다. SAT 실전 모의고사를 보고 나서 곧바로 학원 강사들의 준비된 문제풀이 강의를 듣는 것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아니라 반대로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점수를 올리기 위해 여기저기 학원을 옮겨다니던 학생들은 정작 본인이 정말로 알고서 맞췄는지, 아니면 예전에 다른 학원들에서 '구경'했던 문제라서 맞춘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샘플 문제에 숫자만 바꿔 넣기를 하면서 계산기를 가지고 문제를 푸는 경우 역시 공부를 한다고 보기 애매하다. 문제를 읽고 답을 찾는 수준이 아니라 문제와 관련된 수학 개념과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수학 영역에서의 고득점이 가능하다. 그런데 대다수의 학생들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큰 폭으로 시험 점수를 향상시키기를 원할 뿐이다. 그런 방법 내지는 노하우가 있다고 광고를 하면 거짓말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혹시나' 하며 믿고 싶어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너무 많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는데 학교 성적은 나쁘니 대입 시험점수라도 잘 받아야 되겠다는 다급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런 식으로라도 고득점을 만들었다고 해서, 과연 좋은 것일까? 미국 명문대 한인 학생들의 40% 이상이 졸업을 못하고, 중퇴한다는 언론 보도 기사들은 이런 문제의 결과를 시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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