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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참사 13주년…추모박물관에서 시간을 되돌리다

지난 5월 개관한 지하박물관
쌍둥이빌딩 건물 잔해 등 전시
현장 기록 담은 특별전시관도

13년이 흐르고 나서야 제대로 된 박물관이 설립됐다. 지난 13년 동안 매년 9월 11일이 되면 미국인들을 포함한 전세계인들은 그 날을 기억한다. 그 날 그 시간에 내가 있었던 곳을 소식을 접한 순간을 떠올린다.

평소처럼 출근길에 나섰다가 소식을 들은 사람들 태평양 건너 저 멀리 한국에서 수업중 뉴스를 접한 학생들. '평생 살면서 신문에서 그렇게 큰 제목은 처음 봤다'고 기억을 더듬는 사람들….

그 기억들을 모아 사고 현장 지하 깊숙히 자리잡은 이 곳에 꾹꾹 눌러담았다. 지난 5월 21일 개관한 9.11 추모박물관(9.11 Memorial Museum)이다. 8년 동안 폭염 속에서 폭설과 폭우를 뚫고 이어진 공사 끝에 탄생한 박물관이다. 어제는 박물관 개관 후 처음 맞는 9.11 기념일이었다. 이번 주말 추모의 기운을 이어받아 이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지하로 지하로…



박물관은 기억 저편을 침투하듯 지하로 지하로 계속 들어가며 관람객들을 이끈다. 지상에서 시작해 한 층 내려가면 로비가 펼쳐진다. 여기서 램프를 따라 내려가면 사건을 견뎌낸 기억의 조각들이 보인다. 램프 주변에는 이제 사진으로만 남은 쌍둥이 빌딩의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져있다.

사진을 감상하며 발걸음을 조금 더 옮겨보면 램프 끝에 있는 발코니에 다다른다. 발코니에서 아래층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주요 유물인 '마지막 기둥(The Last Column)'이 눈에 띈다. 공사 현장 한 가운데에 세워져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기둥이다.

멀찌감치 보이는 유물들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생존자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직접 발을 디딜 순 없다. 그저 옆에서 바라보며 지하로 한 층 더 내려갈 뿐. 계단을 내려가면 왼편으로 아까 보았던 마지막 기둥이 서 있는 메모리얼 홀에 다다른다.

곳곳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기둥에 매달려 있는 글귀나 사진 등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한쪽 벽면에는 로마 시인 버질의 서사시 '아이네이스' 중 한 구절이 장식한다. 'No Day Shall Erase You From the Memory of Time(시간의 흐름이 결코 그대들에 대한 기억을 지우지 못하리)'.

참사를 떠올리며…

박물관 밖 지상에는 희생자 2983명의 이름이 적힌 분수대가 있다면 여기 지하에는 그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그 옆에는 공사 과정을 타임랩스로 찍은 영상과 인터뷰 영상이 마련돼 있다. 사진과 영상을 보고 나오면 길게 펼쳐진 '추모의 길(Tribute Walk)'이 있다.

이주사랑 기자 jsrlee@koreadaily.com

벽면을 따라 뉴욕의 아티스트들이 전하는 마음이 줄지어 있다. 예술의 도시 뉴욕답게 슬픔마저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드림 바이크' '레이디 리버티' 등 작품을 볼 수 있다. 길 끝에는 참사 당시 비행기와 충돌한 북쪽 타워 93~96층의 부러진 철근이 놓여있다.

한때 번쩍이는 위용을 자랑하던 빌딩은 어느덧 녹슨 철근과 폭격에 색이 바랜 물체로만 남아있었다. 북쪽 타워 맨 꼭대기에 있던 안테나는 부러진 철덩어리가 되어 돌아왔고 북쪽 타워 96~99층에 있던 철근 또한 충돌에 구부러진 채로 박물관에 매달려 있다.

빠른 속도를 자랑하던 쌍둥이 빌딩 엘레베이터 모터 또한 공개돼 있다. 참사 당시 엘레베이터와 관련된 일화가 하나 전해진다. 사고로 인해 운행중이던 엘레베이터에 갇힌 사람들 이야기다.

구조의 손길만을 기다리던 상황 속에서 마침 함께 탑승해 있던 창문 청소부의 도구를 이용해 문을 열었지만 그들 앞에는 무너진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사람들이 협력해 도구로 구멍을 뚫어 그 구멍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는 희망의 메세지다.

사건을 추적하다

파운데이션 홀 옆에는 별도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일반에게는 사진 촬영이 금지된 이 곳으로 들어가면 2001년으로 돌아가 사건을 주욱 따라가보는 기록 전시가 펼쳐진다. 세 파트로 나뉘어진 이 전시는 당시 방송 화면 신문 지면 사진 전화 메시지 소지품 등을 총동원해 구성했다.

파트1에서는 사건 당일로 돌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중과 지상에서 펼쳐진 일들을 정리했다. 사건 당일 오전의 일상적인 신문 지면과 다음날 충격에 휩싸인 지면은 극명히 대조된다. 속보에 당황하는 TV 속 아나운서들의 모습도 보이고 비행기에서 마지막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는 한 남성의 전화 메세지도 들린다.

사건 후 건물 잔해 더미 속에서 끊임없이 울려대는 소방관들의 '패스 알람(PASS Alarm)'이 귀를 자극한다. 패스 알람이 울린다는 말은 알람을 차고 있던 소방관에게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시는 우리를 사건 현장 당일의 긴박함과 혼란 속으로 안내한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1993년 무역센터 폭탄 사건으로 거슬로 올라가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과 테러범들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마지막 파트는 참사 이후의 모습 재건을 위한 뉴요커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전시장을 빠져나와 지상으로 올라오면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마치 무덤을 다녀온 듯한 무거움이 어깨에 자못 남아있지만 그 아픔의 무게가 있기에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가능성을 안고 있는 건 아닐까.

[박물관 정보]

▶입장료: 성인 24달러 65세 이상 시니어.학생 18달러 7~17세 15달러 6세 이하는 무료이며 예매 가능하다. 매주 화요일 오후 5시부터는 무료 입장.

▶주소: 180 Greenwich St(E전철 월드트레이드센터역 또는 R전철 코틀랜드스트릿 하차)

▶문의: 212-266-5211(전화) 911memorial.org(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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