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현대 미술이란 무엇인가' 테마 인터뷰…광주 비엔날레 첫 막올린 임민욱씨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터치'
삶과 죽음 정의 내리기 어려워
개념미술 통해 관객에 문제 제기

전세계 미술계의 관심 속에 광주 비엔날레의 첫 막을 올린 작가는 임민욱씨였다.

그는 전야제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 3일, 광주 비엔날레 앞 광장에서 '내비게이션 아이디'라는 오프닝 퍼포먼스를 한시간에 걸쳐 선보였다. 이승만 정권 당시 인문군 부역 혐의를 뒤집어 쓴 민간인들이 군과 경찰에 의해 이유도 없이 학살당한 경북 경산 코발트 광산사건과 경남 진주 민간인 사건의 방치된 `피해자 유골이 담긴 컨테이너 2개를 광주 비엔날레 전시관 앞 마당 까지 호송하고 두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을 오월 어머니회에서 맞이하는 퍼포먼스 였다. 헬리콥터와 유가족을 태운 버스, 앰뷸런스등이 등장한 이 행위예술은 전시장 비디오 채널로 생중계됐다.

한국전쟁 희생자 유가족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 유가족이 맞이하는, '국가와 정의, 상처와 치유'라는 담론을 제기한 이 화제의 퍼포먼스 주인공 임민욱씨에게 현대미술에 대해 묻는다.

- 현대 미술에 대한 논란이 큽니다. 개념 미술 아티스트로 현대 미술을 어떻게 정의하십니까?



▶현대미술은 현재에 속할 수 없는 예술의 불가피한 실천입니다. 혹은 현재에 거리를 두고 싶은 모든 절실한 헛수고로움이기도 하지요.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보여주는 끊임없는 불일치. 그렇기 때문에 논란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작가의 입장에서 그런 작품하는게 절실한 실천이었는가 하면 그건 모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경매시장의 논리가 배팅하는거라서 작가의 도발에 미디어와 관객 시선의 선정성이 삼박자를 맞춰주면 그게 돈이 되고, 대박이 나는 경우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그런 것 아닐까요. 다만 제가 미술에서 소중히 여기는 것은 삶과 죽음, 모든 존재가 지금 정의를 내릴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환기한다는 것입니다.



-기획과 제작 과정까지 작품이라는 난해한 개념 미술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서구의 미술사와 시장이 만들어낸 미술계 안에서 개념미술을 떠안게 된 관객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뒤샹의 변기는 '국제적'이라는 언어와 비평의 위계가 성립되지 않는 미술관 밖에 있으면 그저 변기일 뿐이지요.

다른 개념미술들도 보편적 감정의 응대와 이해를 주장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소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동양화도 백자도 개념미술입니다. 서양의 개념미술에 대한 학습기간이 없었기 때문에 거부감을 피력하는 것이고 돈에 관심의 촛점이 있어서 이해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개념미술은 현실과 삶에 맞닿은 문제 제기가 펼쳐지는 장르입니다.



- 작품을 통한 메시지를 전달은?

▶저의 경우 주제나 메시지 전달 여부에 앞서 항상 우선하는 것이 있습니다. 묻고 배우고자 하는 과정입니다. 주제 관련 조사를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 물어보고 협력하고, 이것이 개념미술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시공간에서는 그런 과정이 보여지지 않은 채 결과물만 보여주었는데 저는 그것을 관객과의 관계에서 변증법적 열림의 관계로 보았기 때문이었죠. 다시 말해 저는 제 작품의 주제에 집중하지만 관객에겐 한정된 메시지를 강요할까봐 오히려 피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경매시장의 반응을 보고 많은 관람객이 현대미술이란 더럽고 충격적이어야 가치가 있는 것인지 묻습니다.

▶우리가 가치없다고 해서 서구의 미술계가 반성할 리도 없고 난해한 것이 나빠서 쉬운 작품을 지향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서구와 '가만히 있으라'가 감상문화를 지배하는 한국 현실에서 개념미술은 골칫거리이지만 저는 현대미술만큼 또 생생하고 절박한 것도 없다고 믿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나무가 바람에 흔들린건지 마음이 흔들린건지, 스타가 얄미운건지 스타가 되고 싶은건지 제 관점에서는 창작 실천과 아무 상관없다고 봅니다.



- 이번 주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퍼포먼스와 작품은?

▶'내비게이션 아이디'라는 큰 제목 아래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통해 따라가야 할 정체성을 질문하는 영상설치와 퍼포먼스입니다. 프레스 오프닝 때 광주비엔날레 앞마당에 두 개의 컨테이너를 설치했습니다. 이를 위해 진주와 경산으로 부터 컨테이너가 이송되는 장면을 생중계했고요. 그 컨테이너에는 한국 전쟁 민간인 학살 희생자들의 방치되었던 유골이 담겨있습니다. 이 죽음은 아직까지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 이념으로 갈라진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이 죽음들, 지역 갈등으로 또 한번 갈라진 이 국토에서 어떤 미래의 그림이 가능한가 질문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죽음들을 생각한다는 것이 기계 물질문명의 폐혜 속에서 인간다움의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치적 이유로 거절당하고 예술적 맥락에서 다룰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다루고 싶었던 작품입니다.

- 좋아하는 현대미술가는?

▶브라질과 멕시코의 작가들을 좋아합니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구 개념미술에 큰 영향을 끼친 엘리오 오이티시카와 리지아 클락이라는 작가를 좋아합니다. 이유는 그들의 작품이 평면에서 입체로 그것이 다시 사람에 대한 관계를 재설정하는 과정으로 작품이 변화해 나가는데서 많은 감동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 현대미술 이해를 위해 조언한다면?

▶현대미술을 이해라는 잣대로 보려고 하지 말고 안다는 것을 버리는 계기로 찾아보면 어떨까요. 그것은 모든 것이 자본화된 현대사회에서 유일하게 이해와 목적을 갖지 않은 자유와 환대의 장소이니까요. 게다가 비디오와 설치미술등은 이념적 캐털로그에서 빠진 정보가 공간과 시간의 다른 분배 속에 살아 있습니다. 그 속에서 몸을 움직이며 돌아보는 관람객에게 몰랐던 데이터를 업로드 시켜주기도 하지요. 이러한 현대미술은 관람객이 부지런한 바디의 전송 속도를 지녔다면 잊혀진 사실과 감각을 접해서 시야를 넓히게 되고 그런 느낌의 데이터를 축적시켜 인간다움을 돌보게 할 것 입니다.

- 활동 계획은?

▶'내비게이션 아이디-X가 A 에게'라는 제목으로 시사회 형식의 렉쳐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광주 아시아 예술극장에서 커뮤니티 퍼포머티비티의 프로젝트 일환이며 광주 오월 어머니회가 한국 전쟁 민간인학살 유해 발굴지를 순례한 여정을 기록한 장편 다큐입니다. '전쟁과 인민'의 저자 한성훈 박사와의 협력 프로젝트이며 12월 김근태 추모전과 철원에서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임민욱은 누구?

-1968년 대전 출생

-대표작 '타운 고스트'(2005), 'S.O.S'(2009), '손의 무게'(2010), '불의 절벽'(2010~12)등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하는 비디오 설치작품

- LACMA '한국작가 12인전' (Your Bright Future: 12 Contemporary Artists from Korea)참가

- 미국의 워커아트센터에서 '임민욱:그림자 열기' 대규모 초대 개인전-2012년

-과천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전,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프리어/새클러 갤러리의 'Perspective'시리즈에 소개.

-파리 라트리엔날레(2012), 미디어시티 서울(2012), 리버풀 비엔날레(2010)등의 주요 비엔날레와 단체전 참가.

광주=유이나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