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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한미산악회 페루 원정기]〈2>산타크루즈 트래킹-2

하얀 설산과 선명한 초록빛 호수의 대조

7월 3일 셋째 날. 오늘은 타울리팜파(Taul l i pampa 4250m)까지 가는 날이다. 몇몇 회원들이 가볍게 고산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속이 메스껍기도 하고 약간의 설사기가 있기도 하다. 너무 다행인 건 산행 중에는 응급용 말 한 마리가 따라와 고산증을 보이는 회원들이 번갈아가며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는 도중 만난 자툰코차(Jatuncocha)호수의 물빛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떠나기가 아쉬웠다. 호수를 지나니 황량한 광야도 나오고 또 곳곳에 죽은 동물의 앙상한 뼈가 보이기도 한다.

다시 조금씩 비탈길을 따라오르면서 알파마요(Alpamayo 5947m) 파리아(Paria) 피라미다(Piramida 5885m) 아르테손라후(Artesonraju 6025m) 등의 설산들이 겹겹이 둘러있던 그 아름다운 모습들이 앞뒤와 좌우에서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캠프에 도착하니 머리가 띵하다. 나에게도 고산증상이 살짝 오나보다. 걱정하며 두통약 2알을 먹으니 한결 가벼워진다. 캠핑장을 둘러싸고 있는 설산들이 너무 아름다워 숨이 막힐 것만 같다. 해가 지니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주먹만한 별들이 하늘을 꽉 메운다. 내일은 예비일로 마음이 한가로워 다른 회원 2명과 별을 세며 이야기를 나눴다.



7월 4일 넷째 날. 오늘은 고소적응을 위한 예비일로 근처 알파마이요 베이스캠프까지 가볍게 하이킹을 다녀왔다. 알파마이요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3대 봉우리 중의 하나로 완벽한 피라미드 모양과 더불어 미적으론 최상으로 꼽히는 산이다. 약 4시간 정도를 걸어 150m 고도를 올라갔다가 내려오니 온 몸이 노곤하다.

오후 1시경 캠프에 돌아와 점심식사 후 산타크루즈 트래킹이 끝난 후 가게 될 피스코산(Pisco 5750m)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 왠지 두려움이 밀려오고 기운이 빠지기 시작한다.

오후 남는 시간엔 모든 회원들이 연습 삼아 응급용 말을 한 번씩 타보았다. 누구에게 고산증세가 올지 모르니. 내일은 이 트레일의 최고점인 푼타유니온(Punta union 4759m)을 넘는 날이다. 많이 걸어야 하기 때문에 내일 출발일정은 한 시간 앞당겨졌다. 걱정과 설렘으로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7월 5일 다섯째 날. 7시30분경 푼타유니온을 향하여 출발했다. 가이드는 대원들의 고산증을 염려하여 응급용 말에 응급용 덩키 한 마리를 더 준비하여 주었다. 낙오자 없이 우리 회원 모두 푼타유니온을 넘게 해주려는 그들의 마음이 읽어진다.

출발하여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아침 햇살과 더불어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설산들! 굽이진 길을 따라 고개를 넘어서자 광활한 대지가 펼쳐졌다. 크고 작은 바윗길을 지나니 갑작스레 신비로운 빛깔의 호수가 나타난다.

걸음을 더할수록 다채롭게 변화하는 풍경에 사로잡힌다. 이 트래킹을 준비하며 인터넷에서 많이 보았던 '푼타유니온'이라고 적힌 사인판이 갑자기 눈에 들어온다.

11시30분 드디어 산타크루즈 트랙의 최고점에 도달했다. 설산 타울리라후(Taulliraju 5830m) 옆에 있는 푼타유니온(Punta union 4750m)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눈부신 전망과 밑으로 보이는 에메랄드 물빛의 빙하호수! 눈부시도록 하얀 설산과 선명한 초록빛의 대조에 넋을 잃은 회원들은 사진찍기에 열중이다.

고개를 넘자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비록 지치긴했지만 내리막길이라 훨씬 수월하다. 점심식사 후 멀리 설산 착크라라후(Chacraraju 6112m)를 바라보며 다음 캠핑장인 파라이아(Pariah 3850m)를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7월 6일 여섯째 날. 오늘은 약 4시간을 걸어 산타크루즈 트래킹의 종착점인 바케리아(Vaqueria 3850m)까지 가는 날이다. 산간마을의 전원 풍경이 펼쳐졌다. 멀리 설산을 배경으로 평원에선 양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고 폭포가 떨어지고 계곡물이 흐른다.

바케리아는 이 트레일의 종착점인 작은 마을! 정겹고 소박한 얼굴의 주민들이 트래커들을 맞아준다. 이제 우리는 버스를 타고 다음 행선지인 피스코산의 베이스캠프로 향하게 된다.

산타크루즈 트래킹! 굽이굽이 펼쳐져 있는 산길과 간간이 함께 흐르던 시냇물과 많은 호수들 그 주변에 산재한 이름 모를 야생화와 나무들. 모두가 나에겐 신선하고 아름다운 감동이었다.

최현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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