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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퍼거슨시의 흑인들

부소현/JTBC LA특파원·차장

"이 선 넘지 말고 이 안쪽에서 얘기해요. 안 그러면 잡혀 간다고." 밤 11시가 넘어서야 도착한 퍼거슨은 한차례 비가 온 후였다. 10대 흑인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 총에 맞아 숨진 지 11일째. 비 덕분에 시위대 숫자가 많이 줄긴 했지만 긴장감은 여전했다. 시위격화로 주 방위군이 동원돼 쇼핑몰 한 곳에 작전 본부까지 차려져 있는 모습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자정이 넘도록 시위대는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퍼거슨은 이렇게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분노는 브라운의 죽음에서 시작됐다. 친구들과 길을 걷고 있던 브라운은 경찰의 정지 명령을 받는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 후' 수발의 총격에 쓰러지고 만다.

갈등은 이 '얼마 후'에서 비롯됐다. 당시 함께 있던 친구들은 브라운이 총격을 받을 때 손을 들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총을 빼앗으려고 해 어쩔 수 없이 쐈다는 경찰의 설명과 극명하게 대치된다.

흑인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경찰을 향해 '손을 들고 있으니 한 번 쏴보라'며 항의했다. 과격해진 시위대는 상점을 약탈하고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졌다.



시위는 폭동 직전까지 갔다. 휴가 중이던 오바마 대통령이 2번이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철저한 수사를 강조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사태는 흑인 최초 법무장관의 방문으로 겨우 진정 국면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에릭 홀더 장관은 현장에서 흑인 지도자들을 만나 진정을 호소하고 브라운의 부모에게 공정한 수사를 약속했다. 정부 관료가 아닌 자식을 둔 부모로서, 같은 흑인으로서 이 사건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의 약속이 경찰도 정부도 못 믿겠다던 흑인사회의 마음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이후 장례식까지 평화롭게 치러지면서 사태는 어느 정도 일단락 됐다.

JTBC는 이번 사태를 다른 방송에 비해 비중있게 다뤘다. 현장에 기자를 보낸 곳도 JTBC가 유일하다. 해외에서의 일이지만 사건이 가지고 있는 여러 특성에 주목했다. 소수인종이 느끼는 불평등과 이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 분노한 시위대가 다시 정부에 대한 신뢰를 찾아가는 모습 그리고 특히 시위대의 말을 직접 들어보려 노력했다.

퍼거슨에 있는 일주일 동안 많은 흑인들을 만났다. 하나같이 아직 차별받고 있다고 했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검문을 당하고, 의심을 받고 이렇게 비무장 상태에서 총을 맞는 일도 생긴다며 억울해 했다.

미국사회는 흑인을 싫어하고 아시안인 너도 싫어할테니 조심하라고 말했다. 백인들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윌슨 경관은 훈련받은 대로 행동했고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법대로 했고 미국을 지켜주는 것은 바로 이런 법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경험한 흑백갈등은 생각보다 심했다. 삶의 질 차이도 확연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사건이 발생했으니 분노와 갈등이 폭발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부글부글 끓던 솥뚜껑은 가까스로 닫혔지만 아직 고비는 남아있다. 총격을 가한 경관의 기소, 사건에 대한 재판과 평결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다시 분노가 끓어 오를 수 있다. 정부가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를 벌이겠다는 신뢰를 저버리는 순간, 다시 퍼거슨으로 가기 위해 짐을 꾸려야 한다. 그런 날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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