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 자전거 대륙 횡단…컬럼비아 대학원생 류승우씨 대장정 마쳐
맨해튼서 SF 금문교까지
66일간 4160마일 달려
타임스스퀘어에서 다시 만난 류씨의 손가락은 장갑 자국이 남겨진 채 검게 그을려 있었다. "자전거를 하도 타 허벅지가 두꺼워져 예전 바지 입기가 불편하네요." 장정 후 한결 가벼워 보이는 류씨의 첫 마디다. 66일을 함께한 자전거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바이크숍에 기증했다.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재활용 자전거를 선물하는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있는 '트립 포 키즈(Trip For Kids)'란 곳에 류씨의 자전거는 전해졌다. 그리고 류씨가 횡단 중 조우한 미국인들이 펜으로 남긴 메시지를 담은 세월호 추모 배너는 한국에 배송됐다.
한국 세월호 사건을 알고 있는 미국인은 생각보다 많았다. "200여 명을 만났는데 그 중 딱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건을 알고 있었다"고 류씨는 말했다.
류씨는 "시작 전 한국에 있는 교수님에게 횡단 계획을 알렸다. '젊은 열정은 좋지만 자칫하면 한국의 부정적인 면을 알리고 올 수도 있다'는 따끔한 조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횡단 중 미국인과 세월호 사건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말을 아꼈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 그리고 오랫동안 잊지 말자는 것,' 이 정도만 많은 이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대륙 횡단일 것이라고 류씨는 믿었다.
류씨가 짊어진 태극기를 보고 가던 길을 멈추던 한인들도 있었다. 콜로라도주에서 한 한인마트 주인 아저씨는 먹을 것들을 '바리바리' 싸주기도 했다. "또 휑한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에 한 차가 옆에 섰다. 그리곤 우르르 내린 한인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는 류씨는 "한인들이 인적 드문 곳에서 발견한 태극기에 굉장히 반가워했다"고 말했다.
잊을 수 없는 '웨스트버지니아주 울룩불룩한 산맥', '콜로라도주 험난한 락키마운틴', '유타주 땡볕의 사막', 그리고 류씨가 머무는 호스트의 집 나무에 걸고 온 '노란 리본들,' 모두 류씨에겐 아직도 생생하다. 하루에 8시간 이상을 달리기 위해 먹었던 바나나와 땅콩, 에너지바는 추억이 됐다. 류씨는 "자전거 횡단은 절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위로하기 위한 횡단은 떠난 이들과 생을 이어가는 이들과의 '나눔'이었고 '도전'이었다"는 류씨는 아직도 일주의 감동이 가시지 않은 눈빛이었다. "모든 것이 도움과 도움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류씨는 오는 겨울에는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뉴욕 마라톤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이조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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