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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이준수 목사의 신앙 이야기…오른손 검지 하나로 '장애'의 벽을 뛰어넘다

출생 직후 황달로 뇌성마비 장애
학자의 길에서 복음 전하는 목사로
수많은 벽 있지만 불가능은 없어
고정관념 없애면 가능성 깨달아

예수인간의 존재성 깨닫게 해
장애인 목사라도 일반 목회 가능


인생에서 부딪치게 되는 벽을 넘는 다는 것은 그에게는 희망이다. 이준수 목사(45)에게 벽은 늘 그런 의미였다.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이 목사는 수많은 '벽'과 마주했다. 벽 앞에서 그는 눈물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건 체념의 행위가 아닌, 기도로 벽을 넘기 위해 신과 함께한 소망의 궁리였다.

그에게 벽을 통해 꿈을 꾸게 한 건 '예수'였다. 그의 신체장애는 더 이상 '장애'가 아닌 이유다. 현재 그는 남가주밀알선교단에서 영성문화선교 및 홍보 문서 사역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9일 이 목사를 만났다. 그가 생각하는 '벽'의 관념은 달랐다.

검지로 사역하는 목회자



그는 오른손 검지 하나로 언어를 풀어낸다.

자꾸만 몸이 뒤틀리기 때문에 시선을 고정하려면 반드시 왼손으로 머리를 받쳐야만 한다. 컴퓨터 자판은 오직 검지 하나로만 두들긴다. 레터사이즈 한 장을 전부 쓰려면 1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럼에도, 밀알선교단과 관련된 모든 홍보 문서 및 소식지를 직접 작성한다.

"사람들은 나를 볼 때 '어떻게 저렇게 하나' 싶겠지만 나의 삶을 감당케 하는 주체는 내가 아닌 '하나님'입니다. 그분은 연약함과 부족함을 통해 일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그의 꿈은 '학자'였다. 어렸을 때부터 야외활동이 어려워, 책과 함께했던 그는 학창시절 공부를 매우 잘했다. 하지만, 항상 벽이 있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갈 땐 장애인 전형이 없었어요. OMR 카드에 직접 답을 옮겨야 했는데 손이 흔들리니까 시험을 치르는 게 힘들었죠. 어머니가 대학을 찾아다니면서 장애인을 위해 시험지 답을 카드에만 옮겨달라고 부탁하셨는데 거절당했어요".

하지만 이후 서강대 측에서 사정을 듣고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했고 그는 당당히 합격했다. 대학에서 불어와 불문학을 전공한 그는 1993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UCLA 대학원(유럽 역사학)에 입학한 그는 힘겨운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아들에게 독립심을 심어주기 위한 어머니의 선택이었다. 불편한 몸으로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했던 유학생활은 쉽지 않았다.

"석사(1997년)를 마치고 박사과정(2001년)까지 수료했지만 결국 논문 자격을 얻지 못했어요.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 혼자 생활하며 공부를 하는 게 쉽지 않았죠. 나의 첫 번째 실패였습니다(웃음)".

한길만 보며 달려온 그에게 실패는 절망을 남겼다. 그때 이 목사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2000년에 결혼한 아내(문현정 사모)와 출석하던 교회(나성한인감리교회)의 교우들이었다. 실패는 그가 '벽'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계기였다.

학문과 영성의 결합

"그때 주변에서 학자도 좋지만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하는 사명을 감당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조언해 주셨어요. 그때 처음으로 '신학교'를 통한 학문의 방향성을 생각해봤죠".

그는 주전공과 기독교 역사를 연결했다. 학문과 영성의 결합이었다. 그는 교회사(클레어몬트대학원)를 전공한 뒤 시카고 지역 트리니티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과정(2005년)을 시작했다.

아내 문현정 사모는 "시카고의 겨울은 매우 춥고 눈이 많이 오는데 휠체어에 탄 남편이 눈길에 미끄러져 엎어지는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다"라며 "어쩔 땐 아내로서 너무 속상해서 길바닥에서 펑펑 운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목회학을 마치려면 인턴 기간을 채워야 하는데 몸이 불편하니까 아무도 받아주는 교회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그런 상황을 원망해 본 적은 없어요. 그 시간은 '나'의 본질을 예수를 통해 깨달은 감사의 시간이었죠".

그는 시카고 내 작은 미자립교회인 소생교회(담임목사 임영택)에서 인턴 사역을 마치고 2009년에 목사안수(남침례교단)를 받았다.

"인턴 기간 동안 목사님이 설교도 시키셨고, 성경공부를 인도할 수 있게 기회도 주셨어요. 그 때문에 '몰랐던 가능성'을 알았죠. 장애인은 장애인 사역만 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거에요. 장애인도 얼마든지 일반인 목회를 할 수 있습니다".

벽은 그를 막아서는 장애물이 아니다. 넘기 위해 '꿈'을 꾸게 만드는 축복이다.

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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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랑하는 건…”


이준수 목사는 자랑이 많다. 그건 자신이 쌓은 업적이 아닌 인생에서 ‘예수’와 함께한 이야기에 대한 자랑이다. 그의 답변을 정리해봤다.

-신앙을 갖게 된 계기는

“어머님의 영향이 컸다. 어머님은 주일학교에 나를 매주 보내셨고 밤마다 항상 기도를 해주셨다. 내가 잠자리에 들 때 성경 말씀을 읽어 주시는 것을 절대 빼먹지 않으셨다.”

-공부를 참 많이 했다.

“공부를 잘하긴 했다. (웃음) 그러나 확실히 고백할 수 있는 건 내가 받은 은혜는 다른 사람에게 베풀며 살라고 하나님이 주신 축복들이다. 내 인생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모르지만 십자가에서 나를 위해 피 흘리신 예수님이 모든 것을 인도하신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장애가 절망인적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그러나 하나님은 복음을 통해 그런 마음을 하나씩 다 녹여주셨다. 이제 난 스스로 장애인임을 자랑하고 싶다. 능력이 없는 것을 자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약할 때 강하게 하시는 예수 때문이다.”

-밀알에서의 사역은.

“나는 학업도 그렇고 일반 사람들과 보낸 시간이 많았다. 그러나 밀알에 와서 나 아닌 다른 장애인들을 아주 가까이서 보게 됐다. 그들을 보며 오히려 배우고 느끼는 것이 많다. 그들을 위해 일할 수 있고 도울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 (웃음)”

-장애인 사역에 대한 현황은.

“사회적 인식은 많이 바뀐 편이다. 그러나 아직 교회는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 심지어 예배도 따로 보지 않나. 일반 교인과 장애인을 서로 분리해놓기 때문에 괴리가 생기고 서로의 상황을 더 모르게 된다.”

-힘들 땐 어떻게 극복했나.

“문제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하나님의 은혜를 하나씩 깊이 헤아려 보는 거다. 그러면 자연스레 겸손해지고 낮아진다. 그건 하나님 앞에서 ‘나’를 내려놓는 시작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성경 속에 나오는 장애인 이야기들을 통해 ‘장애인 신학’을 연구해보고 싶다. 장애인을 통해 드러나는 하나님의 대한 능력과, 사회적 개선 등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부분을 보수와 진보의 관점을 모두 아우르며 다루려고 한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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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기] 부끄러웠던 고정관념

인터뷰를 마친 뒤 이준수 목사에게 페이스북 친구를 신청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종종 생각의 단상들을 글로 풀어내는가 하면 다양한 사진을 올리며 ‘페친(페이스북 친구의 줄임말)’들과 자연스레 소통한다. 특히 이 목사가 아내와 함께 쌍둥이 자녀(브라이언·조앤나)를 안고 찍은 사진은 절로 미소를 짓게 했다.

그의 페이스북을 한참 구경하면서 인터뷰 전 잠시나마 가졌던 ‘고정관념’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 목사는 인터뷰를 하면서 “일반인이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건 아직 어렵다”고 했다.

내심 뜨끔했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며 몸이 뒤틀리는 그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인터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던 터였다.

그와의 인터뷰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소통의 어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말을 알아듣는 게 어려웠지만 차츰 익숙해졌다. 되묻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서로간의 대화는 자연스러워졌다.

편견의 벽은 자칫 그와의 인터뷰를 망칠 뻔했다. 그걸 없앤 건 ‘함께한 시간’이었다. 다시 한 번 느꼈다. 벽은 고정관념의 산물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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