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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기윤실 '광야의 소리'] 열광 속에 숨은 '비겁함'

현재 미주에서도 상영중인 영화 '명량'은 한국 영화의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요즘 한국에서 나오는 말처럼 '나라 꼴이 말이 아닌' 조선 선조 시절, 자신을 버린 나라를 위해 번민 끝에 직무를 수행한, 그래서 성웅의 이미지보다는 온갖 갈등과 두려움을 품은 이순신을 연기하기에는 최민식이 적격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 교황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대체된 역사상 두 번째 인물이다. 독일출신의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본명은 요제프 라칭거로 가톨릭 신학계의 거물일 뿐 아니라, 취미로 하는 피아노 연주가 수준급이고, 교황 복장을 화려하게 입고다닌 것으로 유명했다.

반면 프라치스코 교황은 가톨릭의 비주류인 예수회 소속이다. 라칭거와 달리 젊은 시절 나이트 클럽 입구에서 규율을 잡는 기도로 일한 것만 봐도 모든 면에서 엘리트 전임 교황과 대비된다. 거물 신학자 라칭거를 통하여 교리를 바로 세우는 일보다 대중들 속으로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이 현재 교회에 주어진 사명이라고 교황청은 판단했던 것 같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의도에 맞게 높은 교황이 아니라 낮은 교황으로, 마치 최민식 같은 이순신으로 우리 곁에 와서 많은 감동을 주고 떠났다.



'명량'의 관객은 주로 40~50대 남성들이 견인하고 있다고 한다. 젊을 때의 정의를 향한 열정은 잃어 버리고 비겁하게 살아가고 있는 중년 남성들이 영화를 통해 대리 만족을 얻으려 한다는 어느 영화평이 마음에 와 닿는다. 프란치스코가 보여주는 인간 중심의 가치관을 존경만 하고 실천은 하지 않으려는 대중들의 비겁함도 과열된 교황 환영 분위기에 묻어나는 것 같다.

최민식을 캐스팅한 감독도, 프란치스코를 교황으로 뽑은 교황청도 영웅과 성인을 기다리지 말고 우리더러 그런 삶을 살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대중들은 오히려 그들처럼 되려하지 않고 대리 만족만 얻고 있다. 개신교 신학에서는 모든 이가 성자(만인사제설)다. 우리 모두 프란치스코가 되어 이웃을 돌보고 낮아지며, 정의와 평화를 위한 삶을 살 때 세상은 영웅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통해서 조금씩 변해 갈 것이다.

김기대 목사 (평화의 교회)

gopem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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