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속으로] 롱아일랜드 몰로이칼리지 음악치료학과 정승아 부교수
알츠하이머·자폐·우울증까지 다양한 영역서 증상 개선
임상 연구에 노력하고 싶어…한인 후배 많이 나왔으면
미국 음악치료협회에서는 음악 치료를 정신과 신체 건강을 복원(rehabilitation) 및 유지(maintenance)하며 향상(habilitation) 시키기 위해 음악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분야에 10년 이상 몸담아온 롱아일랜드 몰로이칼리지 음악치료학과 최초의 한인 교육자인 정승아(51) 부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음악 치료에 '나'를 투영= "음악은 제가 늦깎이 이민자로서 겪었던 고독과 단절을 해소해 줬어요. 그 때부터 음악 치료와 연이 닿아있었던 것 같아요." 이화여대 교육대학에서 교육공학(시청각교육)을 전공하고 선생님이 되려고 했던 정 교수는 대학 졸업 후 가족 이민으로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처음에 오니까 정말 영어가 한 마디도 안들리더라구요. 눈 앞이 깜깜했어요. 향수병도 심했고 이민자로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God Bless America' 같은 노래를 들으며 미국의 역사를 공부했고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면 시공간을 초월해 18세기 유럽으로 여행하곤 했다.
몰로이칼리지에서 두번째 학부를 시작한 뒤 뉴욕대로 편입해 공부하던 중 음악 치료라는 분야에 대해 알게 됐다는 그는 "이왕 늦은 나이에 하는 공부인 만큼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교회 반주 등을 통해 음악의 치유적인 힘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었는데 이게 제가 가진 달란트를 나눌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거죠." 음악 치료가 정부교수의 삶이 된 이유다.
음악의 힘 연상 작용=음악 치료에서는 소수계라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됐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차이를 잘 인지하면 다양한 임상경험과 인생경험이 내담자를 더욱 가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내담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를 하기 위해 음악치료계의 대가들을 만나러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서 참관하고 배우고 했던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 같아요." 10년 이상 몰로이칼리지에서 음악 치료를 가르치고 클리닉에서 일해온 그는 이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를 '보람'때문이라고 말했다.
"음악의 힘 중의 하나가 연상 작용이에요. 한 번은 한 양로원에서 진행되던 음악 치료에서 여든이 넘으신 할머니가 조용히 앉아서 연주를 듣고 있다가 세션이 끝난 후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이 노래가 내 웨딩에 나왔던 노래인데 남편은 이미 오래 전에 죽었지만 그 순간이 떠올라 다시 한 번 행복했다'고요.
파킨슨병이나 마비 증상이 있는 내담자에게는 음악이 몸을 움직이는 큐싸인이 되기도 해요. 치매로 기억을 잃어 아내와 딸의 이름을 기억못하지만 'Take me out to the ball game'이라는 노래의 가사와 감정을 모두 기억하는 왕년의 프로야구선수도 있었다. 음악치료사의 의무는 예를 들면 3개월 안에 완전히 잃을 수 있는 기억을 늦춰 주는 것 병세의 악화를 완화시켜주는 역할 등이죠."
열린 교육자로=정 부교수는 "한인 이민사회에 음악 치료를 알리고 부족한 임상에 관한 연구 증진에 노력하고 싶다"고 했다. "세대.문화간의 차이에서 오는 부적응으로 우울증을 겪는 우리 2세 가족들의 어려움이나 장기적인 스트레스에 관한 분석적 음악 치료에 접근하고 싶어요." 한인 학생들이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분야에 대해 정보가 없어 도전하지 못하는 한인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교육자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음악 치료의 분야는 굉장히 광범위 해요. 자폐나 지적장애.학습장애.감정 문제.트라우마.정신분열증.조울증.스트레스.포비아를 앓고있는 내담자에서부터 아기 낳을 때 산모 또는 조숙아로 태어난 아기가 치료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음악치료사는 치료사와 뮤지션이 되는 두 가지 스킬을 공부할 때 배우죠." 음악치료를 통해 보람을 느끼고 이 분야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한인 후배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그가 "교육자로서 또 멘토로서 항상 열린 사람으로 살고싶다"며 활짝 웃었다.
황주영 기자 [email protected]
누나가 말하는 정승진은(뉴욕주상원 16선거구 민주당 예비후보)…
오는 9월 9일 뉴욕주상원 16선거구 민주당 예비선거에 도전하는 정승진 후보의 친누나이기도 한 정 부교수는 "한 살 차이밖에 안나는 누나지만 어릴 때부터 동생에게 늘 존경심이 간다"고 말했다.
삼남매(정승아 .정승진.정승원)는 28년 전 미국에 도착했다. 정 부교수는 "세상으로 잘 나갈 수 있는 길도 있었지만 승진이는 굳이 힘든 일을 선택했다"며 "자신의 젊은 날을 이름도 빛도 없이 이민자들의 권익 옹호를 위해 일해오며 더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줄곧 한 길만을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승진이가 어릴 때부터 굉장히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는데 노래에도 은사가 있어 지금까지 교회 찬양 인도자로도 봉사하고 있다"며 "바이올린.기타 등 서양 악기뿐 아니라 사물놀이.꽹과리 등 전통 음악까지 두루 재능을 보였고 어릴 때 키운 음악성이 리더십에도 큰 작용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양함 음악 활동이 승진이의 문제 대처 능력면에서 정해진 틀을 벗어나 생각하는 창의적인 해결법을 제시하는 바탕이 된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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