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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가 조타(좋다) 마실 뿐이엿지 맥주 한병 제조한 사람 잇는가"…(4) 선진 문물에 대한 갈망

한인 하와이 징용포로 소식지 '자유한인보' 발견

미국 문명 경험 조국 걱정
기술·교육 등 개선 애태워
필진의 높은 지식수준 반영


숱한 고비를 넘기다 극적으로 목숨을 구한 일제징용 한인 포로들. 2700명이 미군 하와이 수용소에서 갇혀 있다가 마침내 귀국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만가지 생각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자유한인보'. 고향과 가족을 그리는 마음이 넘쳐났지만 선진 문명을 받아들여 조국이 발전해야 한다는 간절함도 넘친다.

본보에 의해 자유한인보 1~7호 중 4, 5호가 처음 알려졌는데 4호 '세계뉴스' 코너에서는 '우리나라 소식'도 전한다.

'서울의 위생에 대하야'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글이다. "…서울에 수세식 변소가 없는 것은 건강상 큰 위험이며 완전한 수도가 설시(設施)되지 못한 것은 불편한 것이다…위생에 관해서는 한인은 마음 섭섭할만큼 연구나 경험이 없다…." 서울에서 통계 사무를 보던 앤드루 왕이라는 한인 미군대위의 보고서를 번역한 것이다. 하와이 해변 청소 등을 하면서 미국의 문명을 접한 한인들의 눈에는 수세식 변소가 없는 서울의 모습이 낯뜨거웠을 것이다.

'콜롬비아의 도시개선'이라는 논단도 나온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나온 실비아 마틴이라는 사람의 글을 번역한 것이다.

"콜롬비아국은 산이 많아서 국민은 깊은 계곡에 갇혀 살고 각부락은 높은 준령으로써 서로 분리되어 있다. 이러한 나라에 어떠케해서…20세기의 문화를 다른 나라에 지지않게 보존하게 되엿는가. 이 문화 향상의 비결은 공공향상회(The Soceity for Public Betterment)가 잇는 것이다…전국의 지부를 통해서 19세기부터 열렬한 개혁이 잇었다…이 회원은 국가 장래를 위하여 국민을 지도할 만한 공공정신을 갖인 사람들이다…아무도 사리(私利)를 거둔 사람은 없었다…" 이 글을 소개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겠다.

박형무 필자는 '자유독립의 기초-기술자의 양성'이란 글에서 우리나라의 낙후된 기술을 한탄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을 역설한다. "…실상 넓지도 않은 조선내지의 철도 하나를 우리 손으로 움직이지 못하면서 대한사람의 대한이라고 부르짓는 것은 부끄러움이 아닐 수 없고…자연과학의 이론적인 기초연구에 관해서는 여기에 말할 것도 없지만 우리가 '아사히'가 조타(좋다), '키링'이 조타, '삽뽀루'가 조타 하며 마실뿐이엿지 맥주 한병 똑똑히 제조한 사람이 조선 사람 중에서 누구엿뜬가…" 박형무는 이같은 과학기술의 낙후는 일제가 교묘하게 이런 교육을 시키지 않은 탓도 크다고 했다.

글은 이렇게 맺는다. "…귀국일이 목전에 닥친 우리들은 마치 자유독립의 나라에 향락을 찾아가는 것 같은 기대를 가지고 잇으나 자유독립의 기초는 즉 기계를 부리고 고치고 물건을 제조하고 하는 우리 자신의 피와 땀의 실력에 잇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리종실 필자는 '교육과 환경'이란 글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미국의 '해랭케라(Helen Keller)'여사는 맹인과 농아를 겸한 사람이었으나 그 일홈(이름)이 세상에 들내게 된 원인은 교육의 힘이라 할 것이다…패스터롯치(페스탈로치)씨는 서서국(스위스)인으로 자기 일생을 아해(아동)들 교육에 헌신한 사람으로…" 이같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현실을 꼬집는다. "…서당이나 가정에 잇어 아해들의 의사를 전연 무시하며 부형 또는 선생의 의사만 맹목적으로 주장하며 강요하여 왔다…그러니까 의사불상통으로 아해들에게 모욕을 주는 경우가 많다…" 70년 전의 주장으로 보기에 놀라울 정도로 진취적이며 지성적이다. 지금 내놓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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