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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입으로 '쏘~옥'…바게트와 토마토의 상큼함, 부르스케타

와인에 졸인 갈비찜, 뵈프 부르기뇽

바람도 시원한 주말. 멀리 외출을 감행하는 것도 좋지만, 때론 조촐한 휴식이 더 반갑기도 하다. 소파에 아무렇게나 누워 오수를 즐기다가, 배가 허전하면 냉장고 뒤져 대충 버무려서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문다. 시원한 토마토와 치즈의 고소한 맛이 작은 평안을 허락하는 한낮이다.

DVD 상자를 뒤적거리다 예전에 봤던 영화 한 편 꺼내 플레이를 누른다. 팝콘 한 봉지 노릇하게 튀겨 옆구리에 끼고 소파에 벌렁 몸을 젖힌다. 둘이라면 좋지만, 혼자라도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시간이다.

잔잔하면서도 매력적인 영화여서 보통 두세 번씩 꺼내 보는 ‘줄리 & 줄리아’.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간 전설의 프렌치 셰프와 뉴욕 블로거의 따뜻한 요리 이야기가 교차되는 이 영화는 부엌에서 요리하고 싶은 마음이 퐁퐁 솟아나게 하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실제의 인물인 줄리 차일드가 낸 책을 보며 뉴욕에 살고 있던 줄리안은 1년 365일 524개의 레시피에 도전한다. 두 여자는 평범한 삶을 가진 사람들이었지만, ‘요리’를 통해 밋밋한 삶을 생기 넘치도록 바꾸어 나간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줄리의 빈티지풍의 부엌은 앙증맞은 요리의 실험장이다. 크고 작은 프라이팬과 냄비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어도 후덕한 줄리의 미소와 손놀림은 만들어지는 요리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게 한다. 귀찮기만 하던 음식 만드는 일이 갑자기 소소한 기쁨을 줄 것 같은 느낌에 앞치마를 입게 한다.

줄리아가 남편과 함께 담소를 즐기며 먹던 ‘브루스케타’는 색깔만으로도 먹음직스런 프렌치 간식. 잘 달궈진 팬에 올리브유를 바른 바게트 빵을 노릇하게 굽는다. 토마토는 납작한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주고, 양파와 색색의 파프리카도 같은 크기로 썬다. 썰어놓은 재료들을 볼에 담고 올리브오일, 소금, 설탕, 바질가루, 레몬즙, 후춧가루를 섞어 골고루 뿌려준다. 이렇게 잘 버무린 재료들을 바게트 위에 얹으면 완성. 바게트의 바삭함과 토마토의 상큼함이 매우 잘 어울린다. 발사믹식초와 스위트칠리소스를 섞어 사용하면 더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노란 냄비 안에서 먹음직스런 갈색으로 조려진 ‘뵈프 부르기뇽’. 와인에 졸인 프랑스식 갈비찜인데, 와인과 송아지 육즙이 어우러진 깊은맛이 일품인 요리다. 기름기 없는 소고기를 한 입 크기로 넉넉하게 잘라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하고, 밀가루를 씌워준다.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넣어 골고루 갈색이 나도록 겉면을 익혀준다.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와 마늘, 당근 등을 넣고 갈색이 나도록 볶다가 토마토 퓨레와 와인을 붓고 국물의 양이 반으로 줄 때까지 졸여준다. 겉면을 익힌 소고기와 졸인 비프 스톡을 고기의 2/3 정도 부은 후 뚜껑을 덮어 350도 오븐에서 1시간 반 정도 졸인다. 뭉근하게 졸인 고기가 와인과 만나 잡내없이 구수한 풍미를 선사한다.

프랑스에 머물던 줄리가 친구들과 즐기던 ‘코브 샐러드’.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자주 먹는다고 해서 더 유명해진 샐러드인데, 냉장고에 남은 재료들을 대충 꺼내 만들어도 맛있어서 일명 냉장고 샐러드라고도 불린다. 블루치즈와 달걀, 아보카도를 꼭 넣으면 그 맛이 더 업그레이드된다. 수란을 만들어서 얹어 먹으면 반쯤 익은 달걀 노른자의 고소함과 샐러드의 상큼함이 입안에서 어우러진다.

보통 양파, 오이, 양상추, 당근, 아보카도를 작게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서 만드는데, 취향에 따라 모양을 달리해도 좋다. 소스는 간편하게 프렌치 드레싱을 사용한다. 오목한 접시에 가지런히 담고 바싹 구워낸 베이컨을 얹은 후 물에 익힌 수란을 올린다.

‘포치드 에그’라 불리는 수란은 유럽에서 아침 식사를 할 때 접시 위에 오르는 단골 메뉴다. 냄비에 물을 2컵 정도 붓고 끓으면 약한 불로 줄여 소금과 식초를 넣는다. 국자에 기름을 살짝 바르고 달걀을 살살 깨트려 넣은 후, 끓는 물 위에 국자를 띄운다. 가장자리가 야들야들하게 익어가면 물속에 담갔다가 꺼냈다가를 서너 번 반복한다. 반숙이 된 달걀을 꺼내 키친타월을 깐 체에 얹어 물기를 빼면 완성.

영화가 끝나갈 때쯤 아기자기하고 예쁜 영상과 요리가 주는 삶의 열정이 가슴 속에 뭉근히 차 오름을 느낀다. 그들에겐 따뜻한 파트너가 곁에 있고, “당신은 내 빵의 버터이고, 내 인생의 숨결이야…”란 대사가 오롯이 마음에 남을 즈음, 벌떡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어 보자. 평소에 아껴두었던 고운 빛깔의 냄비와 그릇들도 꺼내 보자. 그리고 밋밋했던 주말 오후, 생기가 활짝 도는 손놀림으로 영화의 정찬을 차려내는 거다.

글∙사진 = 이은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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