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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마음이 닳아 굳은 살이 될 때

마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에 남가주에서 비를 보는 일은 참 드문 일입니다.

너무 가물어 걱정이라고 모두가 아우성친 덕분인지 갑작스런 비가 내렸습니다. 밤새 뿌리던 비가 자동차 유리창에 점을 찍듯 한 방울씩 떨어뜨리며 도망치더니 밤이 되어 구름 사이로 별빛이 언뜻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동쪽 하늘에 쪽배처럼 남아 있던 구름 사이로 아침 해가 나타났습니다.

구름을 물들이며 얼굴을 내밀던 해를 보며 잠시 지금이 저녁인가하고는 놀라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동쪽을 서쪽으로 생각하게 만들 만큼 불그레한 아침 구름이었습니다. 바다에 떨어지는 해에 익숙해 있기에 붉은 구름을 보고는 저녁을 떠올린 게지요. 일상이 만들어준 마음의 굳은살이었습니다.



일상이 닿아 마음의 한구석을 닳게 하고 그러다 생기는 이 굳은살은 일상을 편하게 받아들일 줄 알게 하고 긴장 속에 사는 우리에게 여유를 허락하고, 피곤해진 마음에 쉼터를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익숙해지는 일은 두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편해진 마음은 무례히 행하려 하고, 긴장 없는 생각이 배려를 빼앗아 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높아져서 고집을 부리게 하고, 우리를 생기있게 하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무디게 할 때도 있습니다. 거짓이 마음을 닳게 하면 자신과 남을 파괴하는 무서운 익숙함이 됩니다.

그러나 진실이 익숙을 만나면 우리는 즐거움을 배울 뿐 아니라 진실을 위해 수고와 눈물을 마다하지 않게 됩니다. 고난을 기쁨으로 만드는 비결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진실의 가치에 익숙해지면 거짓과 위선은 자리를 찾지 못합니다.

처음 가는 길은 대개 먼길처럼 느껴집니다. 돌아오는 길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실수하기도 합니다. 엉뚱한 길에 들어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수도 배움을 반복하면 곧은 길을 냅니다. 포기하지 않는 인내가 익숙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힘들고 어려워 보이는, 그러나 아름다운 길에 익숙해지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풀어내는 별것 아닌 이야기도 끝까지 들어주는 일에, 슬픔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주는 일에 익숙해지고 싶습니다.

기뻐하는 일에 함께 즐거워 해 주는 일에, 남의 마음을 소중하게 여기는 일에 익숙해지고 싶습니다.

내가 용서가 필요한 연약한 자이듯 내 앞에 앉은 이도 연약하다는 사실에, 또한 이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내가 보배로운 자이듯 나의 이웃도 보배롭고, 내 사랑이 소중하듯 다른 이의 사랑도 소중하다는 것에 익숙해지고 싶습니다.

내 부족과 잘못을 인정하는 일에, 남을 나보다 높이는 일로 닳아 가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눈 깜박할 순간에도 사랑을 쏟으시는 주님을 향한 감사로 따스하고 질긴 굳은살이 생기기를 바라는 오늘입니다.

한성윤 목사 / 나성남포교회

sunghan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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