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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기윤실 '광야의 소리'] 낯선 이의 얼굴에서

“사랑의 빵 공장에 도착했을 때는 무척 추운 날이었습니다. 차가운 물로 설거지를 하니 손이 얼어붙는 듯했습니다. 빵 공장에서 일하는 미옥이가 내 손을 잡으며 말리더군요. 손을 맞잡은 내가 ‘손이 너무 차네요.’라고 하자 그녀는 ‘서 선생님 손이 더 찹니다.’라며 활짝 웃습니다. 빵 공장 직원 미옥이는 낯선 곳에서 만난 나의 새로운 식구입니다.”

북녘에서 온 서 선생의 편지 한 토막이다. 서 선생은 LA기윤실이 북한의 라선 지역에서 직접 운영하는 ‘사랑의 빵 공장’ 책임자로 파견되어 일하고 있다. 미주동포가 북한 인민들과 협력하여 북한 아이들이 먹을 빵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차갑게 얼어붙고, ‘종북세력’이란 말이 횡횡하는 시대에 말이다. 서 선생이 여자의 몸으로 모든 것이 낯선 그 땅에 머무는 이유는 무얼까.

익숙지 않은 낯선 이를 만나면 대개는 불편함을 느낀다. 정치와 이념의 차이로 인해 ‘다름’을 경험하면 ‘틀림’으로 규정하고 두려움과 공포를 키워 간다. 공포가 익숙해지는 순간, 적극적으로는 증오의 언어를 소극적으로는 무관심의 민낯을 드러낸다. 낯선 북한 인민, 무슬림, 동성애자, 그 한 사람의 이름과 온기 있는 얼굴은 사라지고 ‘적’과 ‘죄인’이란 차가운 단어만 남는다. 주입된 공포는 낯선 이를 향한 폭력적 광기로 그 비루함을 드러낸다.

스스로 낯선 땅에 내려왔던 예수님은 병자와 과부, 세리와 백부장의 손을 잡으셨다. 이스라엘이 상종하기 꺼려했던, ‘죄인’과 ‘적’으로 불렸던 이들의 얼굴을 찾아 주셨다. 증오와 무관심에 지친 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었을 뿐 아니라,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들에게까지 사랑을 전염시켜 공포로부터 구원을 가져다주었다.



사랑의 예수님을 믿는다면서 사랑의 능력을 경험하지 못하는 이유는, 낯선 것을 두려워하며 안전함 속에만 머물려 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낯선 곳을 찾아가고 낯선 이에게 손을 내밀며 낯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도록 우리를 이끈다. 분리 장벽을 허물고 경계를 횡단하게 하신다. 서 선생이 먼 북녘 땅을 찾아간 이유도 그 사랑의 힘을 경험했기 때문일 게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내쫓습니다.’라고 성서는 말한다. 낯선 이를 향해 마음을 열고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첫걸음이다. 거기에서 피어난 우정과 사랑이 잃어버린 우리의 얼굴을 발견하게 해주리라.

박상진 목사 (LA기윤실 사무국장)

gopem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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