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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빈손, 인간 본연의 자연스러움

삶은 분명 내리막을 두려워한다.

인생을 등급화시키는 무의식 속의 습관 때문이다.

등급은 곧 소유와 직결된다. 인간의 소유욕은 저마다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부, 명예, 권력 등 유무형의 요소를 쟁취하기 위한 크고 작은 몸부림으로 발산된다.

어느덧 소유는 인간의 존재성을 증명하는 가치가 됐다. 자아가 이를 통해 확인 또는 실현된다는 것은 근사한 달콤함도 선사한다. 높고 낮음이 생성시킨 서열이라는 개념이 가져다주는 일종의 쾌락이다. 인간의 소유욕이 쉽게 제어될 수 없는 이유다.

반면 소유에 대한 도취는 극심한 불안 및 두려움과 상통한다. 소유의 사라짐은 곧 삶의 추락이자 실패로 각인된다. 인생의 본질적 가치를 '소유'에 둔 폐해다. 소유를 인생의 위치적 상승으로 착각한 나머지 내리막을 마치 삶의 하향으로 여긴 까닭이다.

자아가 소유의 크기와 단단히 묶인 인생에게 바닥이란 너무나 차디찬 관념이다. 수용하기 힘든 삶의 혹독함이다.

쓰라림을 수반한 인생의 '내리막'을 두고 충무로의 거장 이장호 감독은 시각을 달리했다. 〈본지 7월22일자 A-26면>

소유를 통해 부귀영화의 정점을 찍은 그는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그가 다다른 바닥은 그래서 더 암흑이었고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뺏기지 않으려고 두 손을 꽉 쥐어봤지만 몸부림이 격해질수록 더욱 지쳐만 갔다. 어느새 느슨해진 손에서 소유물은 하나 둘씩 빠져나갔고 철저히 '나'만 남았다.

그는 비로소 혼자만 남은 자신의 실체와 마주했다. 빈손은 인간 본연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건 인생이 소유로 증명되는 게 아닌, 존재 그 자체로 존귀하다는 깨달음을 던졌다.

그에게 '바닥'은 오히려 삶의 정점이었다. 시선은 본능적으로 하늘을 향할 수 있었고, 소유를 통해서만 인식되던 높낮이의 개념이 재정의됐다. 바닥은 나락이 아닌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으로 작용했다.

부귀영화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다만, 그걸 본질적으로 쫓는 게 위험한 거다. 인간의 소유욕과 정확히 맞물려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가려서다.

왜곡된 개념에 함몰되면 소유물이 없어질 수록 삶은 더욱 허망해진다. 결국,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또 다른 방식의 소유를 추구하는 우를 반복적으로 범하게 된다.

인생의 가치는 소유가 아닌 '존재(영혼)'에 있다. 이장호 감독은 이를 "예수가 내리막을 통해 알려 준 답"이라 했다.

내리막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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