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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재발견-구안괘사(口眼喎斜) …찬바람·찬바닥 조심하세요~ 입 돌아가요

조선시대 입과 눈이 한쪽으로 돌아간 흉측한 얼굴의 남성이 당대 명의 허준을 급하게 찾아왔다.

"살려주십시오"라는 남성의 호소에 허준은 "풍(風)이 혈맥(血脈)에 스며들어 발생하는 구안와사라는 병이오. 땀을 내다 갑자기 찬바람을 맞거나 찬 곳에서 자면 기운과 혈이 허한 곳에 마비가 오는 것이오"라고 진단했다.

조선시대 명의 허준이 여러 환자의 '구안괘사(구안와사는 잘못된 표현)'를 고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구안괘사는 한의학에서 안면마비를 뜻한다. '찬 바닥에서 자면 입이 돌아간다'는 말이 이를 가리킨다.

하지만 요즘 같은 여름철에 발생하는 구안괘사가 더 치명적이라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중앙일보는 한의학의 우수성을 재조명하기 위한 기획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세 번째 주제는 구안괘사 즉 안면마비다.



안면마비의 95%, 중풍과 달라

최근 잦은 야근으로 피로를 느끼던 직장인 김성희(35·여·가명)씨. 뒷목이 뻣뻣하고 두통이 있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한쪽 얼굴의 불편함을 느낀 김씨는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입이 한쪽으로 틀어져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뇌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걱정하며 급히 병원을 찾은 김씨는 안면마비 진단을 받았다.

안면마비는 12개 뇌신경 중 일곱 번째인 안면신경이 마비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안면 근육의 한쪽이 마비돼 이마에 주름이 잡히지 않고 코·입이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눈이 감기지 않는다. 마비된 쪽의 입이 늘어져 물을 마실 때 흘러나온다. 또 마비가 일어난 쪽의 혀는 맛을 전혀 못 느끼고 귀·목에 통증을 나타난다. 경미한 두통 외에는 특별히 전조증상이 없다가 자다 일어났을 때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얼굴에 마비가 오면 대개 중풍을 의심한다. 하지만 구안괘사를 뜻하는 안면마비는 말초성이고 중풍처럼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안면마비는 중추성이다. 안면마비의 95% 이상은 말초성이다.

동의대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 장경전 소장은 "눈을 치켜 떴을 때 마비된 쪽 이마에 주름이 생기지 않거나, 눈이 제대로 감기지 않는다면 말초성, 즉 구안괘사"라고 설명했다. 안면마비가 왔는데 이마에 주름이 생긴다면 뇌 촬영이 필요하다.

스트레스·과로가 원인

한의학에서는 안면마비의 원인을 오장육부의 기능 저하와 기혈(氣穴) 부족, 면역력 저하로 설명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침구과 백용현 교수는 "오장육부가 약하면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안면신경에 혈액공급이 부족해진다"며 "허혈성 변성이 나타나 안면마비가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찬 바닥에서 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찬 자극이 얼굴에 가해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 공급이 떨어져 신경이 손상된다.

면역력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과로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해 안면신경을 손상시킨다. 대표적인 것이 대상포진 바이러스다.

백 교수는 "오장육부가 약하고 기혈이 부족하면 면역력이 약해져 과로·스트레스·찬바람 등 외부 요인에 쉽게 약해지는 것"이라며 "서로 상호적으로 작용해 안면마비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특히 과로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환자 1232명을 대상으로 안면마비 유발 요인을 조사한 결과 37%가 과로, 24%가 스트레스, 11%가 찬바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도 방심할 수 없다. 소아환자 비율이 2006년 전체 3.6%에서 2010년 7.4%로 증가했다.

백 교수는 "요즘 소아청소년들은 미세먼지·알레르기 인자 증가로 인해 호흡 기능이 약하고 야외활동이 적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고 "산모의 영향으로 선천적 안면마비를 겪는 영아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에 발병하는 안면마비가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겨울엔 우리 몸이 체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찬 기운이 침범해도 뼛속 깊이까진 도달하지 못한다. 하지만 여름엔 찬 음식 등으로 인해 몸도 상대적으로 차가울 뿐만 아니라 땀구멍·혈자리가 모두 열려 있어 찬 기운이 깊숙이 들어온다. 여름철 과도한 냉방으로 인한 안면마비가 더욱 위험한 이유다.

25%가 후유증…우울증 되기도

안면마비 치료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발병 초기 1개월 동안은 치료효과가 월등히 높다. 하지만 발병한 지 3개월이 지나면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학계에서는 안면마비 환자의 25%가 후유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후유증은 안면마비 증상과 전혀 다르다. 백 교수는 "손상된 신경가지가 재생되는 과정에서 잘못 뭉치는 것"이라며 "눈을 감을 때 입이 따라 올라가거나, 음식을 씹을 때 눈물이 나는 것(악어의 눈물)처럼 연합운동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후유증이 심하면 사회활동이 어렵고 우울증·대인기피증 같은 2차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한방에서는 한약·침·약침·물리치료 등으로 안면마비를 치료한다.

장경전 소장은 "한약을 통해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허혈·염증·부종을 없애고 환자의 체력을 보강한다"며 "침으로는 마비된 신경·근육의 경락을 뚫고 봉독약침을 안면 경혈에 주입한다"고 설명했다. 초기 치료의 목적은 재발률을 낮추고 후유증을 예방하는 것이다.

하지만 후유증이 왔다면 치료는 복잡해진다. 신경 재생보다는 마비된 근육에 대한 자극·재활을 위주로 치료한다.

백 교수는 "부족한 기혈을 보완해 체력을 보강하는 동시에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부분에 대한 관리를 함께 해야 한다"며 "환자별 맞춤형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지속돼 증상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안면마비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피로·스트레스를 피한다. 여름철에는 과도한 냉방이나 찬 음식을 삼간다. 만약 얼굴 감각이 둔해진다면 재빨리 마사지하고 얼굴을 따뜻하게 한다. 귀 뒤에서 통증이 느껴지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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