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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불자가 교회에서 염불을 읊는다면

인도 북동부의 '부다가야'는 불교의 심장입니다.

그곳은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곳입니다. 부다가야는 룸비니(석가모니의 탄생지), 사르나트(석가모니 최초의 설법지), 쿠시나가르(석가모니의 열반지)와 함께 불교의 4대 성지입니다.

최근 부다가야의 마하보디 사원에서 교인들의 '땅 밟기'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개신교인들이 마하보디 사원 내에서 기타를 치며 찬송가를 부르고 큰소리로 기도 하는 영상입니다.

당시 사원에서 한 스님이 이들을 향해 중지할 것을 요청하자 "구원받지 못한 사람들이 불쌍해 하나님을 전하는 것"이라 답했다 합니다. 혹시 개신교인이라면 이들의 행동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용기로 보이십니까. 아닙니다. 이는 현재 한국 기독교의 선교 교육이 상식과 학습의 부재가 상당히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개신교가 무례한 선교 및 극단적인 타종교 비방 등으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4일 한국의 퇴휴 스님은 이번 사태에 대해 "더 이상 인내를 요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바보스럽게 양보하고 참았다. 이제는 한국 기독교가 대답할 차례"라며 재발방지책 수립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봅시다. 만약 타종교인이 자꾸 교회 안에 와서 그런 식으로 똑같이 행동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는 '선교'라는 개념이 완전히 잘못 인식된 결과입니다. 가뜩이나 선교는 '명령' 또는 '사명' 등의 묵직한 개념을 담아내는데, 바른 교육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이는 과도한 의미 부여와 왜곡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선교가 잘못 인식되는 순간 선교지에서 소아적 영웅심이 발휘되는 이유입니다.

현재 개신교에서는 고작 몇 주 일정의 단기 선교팀을 보내는데 '출정식' 같은 다소 무거운 표현을 쓰기도 하고, 대형 깃발을 흔들며 결연하고도 비장한 분위기도 연출합니다. 선교 준비기간을 무조건 '영적 전쟁'과 결부시킨다거나, '땅 밟기' 같은 정복적 개념의 의미를 여과 없이 사용하는 건 선교를 전투적으로 변질시키는 원인입니다.

선교를 내보내는 데 있어 신념의 자극 못지 않게 중요한 건, 심도있는 교육입니다. 선교지에 대한 문화, 역사 등을 이해하려는 충분한 지적 학습도 선행돼야 합니다.

지난주 종교면에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전세계의 '종교적 다양성 현황'을 보도했습니다. 세상에는 기독교 외에도 수많은 종교가 존재합니다. 각 종교는 지역마다 역사 및 문화와 함께 맞물리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포괄하는 거대한 절대 가치와 신념의 체계입니다.

이를 자칫 단순한 시각으로 해석하다간 앞으로 개신교가 밟게 될 땅은 더욱 좁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울러 무례한 선교는 신앙을 떠나 인격과 성숙의 문제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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