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군단' 우승에 취해 매너 걷어찼네…월드컵 독일 대표팀 남미 비하 논란
선수 6명, 조롱하는 노래·춤
“역겨운 나치" "자축일 뿐"
아르헨 축구협·선수단은 조용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 축구대표팀의 우승 자축 노래와 춤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독일 대표팀은 15일 금의환향해 독일 통일의 상징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수십만 명의 팬들과 함께 우승을 자축했다. 아르헨티나와 결승전 결승골 주인공 마리오 괴체(23·바이에른 뮌헨)와 월드컵 최다골(16골)을 세운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 슈코드란 무스타피(22·삼프도리아) 등 6명의 행동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은 어깨동무하고 허리를 반쯤 숙인 구부정한 자세로 “가우초는 이렇게 간다”는 노래를 부르며 걷다가, 허리를 곧게 펴고는 “독일인은 이렇게 간다”는 노래를 불렀다.
가우초는 남미의 목동을 뜻한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아르헨티나를 비하하는 행동이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스포츠지 ‘올레’ 역시 “독일 선수들은 스스로 우월한 인종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아르헨티나 기자 빅터 우고 모랄레스는 라디오에 출연해 “가우초 춤을 춘 독일 선수 6명은 역겨운 나치들”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30·바이에른 뮌헨) 등 독일 선수 5명은 한 손을 앞사람 어깨 위에 올렸는데, ‘슈피겔’은 4강에서 독일에 1-7 참패를 당한 브라질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할 때 동작을 흉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독일 선수들의 주장은 달랐다. 당사자인 무스타피는 “우리는 세계 챔피언이고 그저 즐기고 싶었다. 우리에게는 그저 노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독일 루카스 포돌스키(29·아스널)도 “헐뜯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다” 고 일축했다.
독일 언론의 의견은 엇갈렸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축하 행사는 자살골과 다름없는 실책”이라고 비난했고, ‘테어 타게스 슈피겔’은 “독일은 슬퍼하는 패자를 괴롭히며 만족을 느꼈다. 축구에 엄청난 멍청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일갈했다.
반면 ‘디 벨트’는 “악의가 담긴 인종 차별이라는 주장은 지나치다. 슈바인슈타이거는 결승전이 끝난 뒤 아르헨티나의 스트라이커 리오넬 메시를 위로했다 ”고 독일 선수들을 감쌌다. 독일은 브라질과 4강전에서 전 세계가 경악할만한 7-1 대승을 거두고도 특별한 세리머니 없이 예의를 지켰다. 독일 ‘n-tv’가 축구팬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가우초 춤은 파울이었나’란 설문조사에서 ‘아니다(재미있고 허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90% 이상이다. 반면 ‘그렇다(인종차별과 스포츠맨십에 어긋난다)’는 의견은 10% 미만이다.
볼프강 니어스바흐 독일축구협회장은 진화에 나섰다. 그는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죄송하다. 아르헨티나 협회장에게 편지를 보내 무례한 뜻에서 나온 것이 아니란 것을 분명히 전하겠다”고 수습에 열을 올렸다. 아르헨티나 축구협회와 선수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양국은 오는 9월 3일 독일 에서 친선경기가 예정돼 있다.
박린·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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