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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만에 월드컵 품은 독일] 순혈주의 깬지 12년…'스마트 전차'로 진화하다

다문화 출신 포용…23명중 6명
선 굵은 축구에 섬세한 패스 접목

통독후 무너진 유소년 축구 재건
결승골 합작 괴체·쉬를레 키워


"우리는 10년전부터 오늘의 우승을 준비했다." 요아힘 뢰프(54) 독일 대표팀 감독의 우승 소감이다. 10년을 한결같이 준비하는 꾸준함과 완고함. 그 속에서도 두려움 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도전 정신. 독일 축구는 독일 사회와 사람들을 꼭 닮았다.

독일은 13일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제20회 브라질 월드컵 결승에서 연장 후반 8분 마리오 괴체(22·바이에른 뮌헨)의 결승골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었다. 24년만의 통산 네번째 우승(우승 상금 3500만달러)이자 1990년 통일후 첫 우승. 남미와 북중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유럽 국가가 우승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민자 적극 수용=독일이 과거 우승한 월드컵 대표팀에는 유색인종이 한명도 없었다. 이번엔 다르다. 독일은 전체 인구의 19%(약 1520만명)가 이민자다. 매년 40만명씩 이민자가 늘고 있다. 미국(109만명)에 이어 세계 2위다. 독일은 보수적 사회지만 현명하게 변화를 받아들였다. '디 벨트'의 발로트 라스 기자는 "이민자도 독일 국민이다. 과거 흑인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여러 인종이 모여 독일 축구는 더 다양하고 강해졌다"고 말했다.



독일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가나 출신 이민자 게랄트 아자모아(36)를 발탁했다. 그 뒤를 잇는 위르겐 클린스만과 뢰프 감독은 다문화 포용정책에 더 적극적이었다.

현 대표팀에는 폴란드계인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와 루카스 포돌스키(29·아스널), 터키 이민자 2세 메주트 외칠(26·아스널), 튀니지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미 케디라(27·레알 마드리드), 가나계 제롬 보아텡(26·뮌헨), 알바니아계 슈코드란 무스타피(22·삼프도리아)가 있다. 최종 엔트리 23명 중 6명, 선수단의 26%가 이민자 혈통이다. 선 굵은 축구를 펼쳤던 게르만 전차 군단은 이종교배를 통해 미드필드에서 섬세한 패스도 잘하는 '스마트 전차'로 진화했다.

●뿌리로 돌아갔다=독일은 세계 축구에서 가장 꾸준히 성적을 내는 나라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4회 연속 4강(우승 1회·준우승 1회·3위 2회)에 들었다. 그렇다고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통일 전인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서독이 우승한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같은 해 10월 통독은 독일 사회에 큰 부담을 안겼다. 2조달러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통일 비용으로 경제가 휘청거렸다.

70~80년대 세계 최고였던 분데스리가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이탈리아·스페인 리그에 밀렸다. 2000년과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의 크리스토프 기자는 "독일은 뿌리부터 다시 시작했다. 분데스리가 모든 클럽은 의무적으로 유소년팀을 창단했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10년간 독일 축구가 유소년에 투자한 금액은 7억달러에 이른다. 결승전 결승골을 합작한 괴체와 안드레 쉬를레(24·첼시) 모두 유소년 시스템이 키운 선수다. 독일 유소년 축구 등록 선수는 2011년 기준 180만 명, 유소년 클럽은 2만7000개에 달한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독일 주장 필리프 람(31·바이에른 뮌헨)은 "독일이 최고의 선수를 보유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독일은 최고의 팀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31·바이에른 뮌헨)는 연장 후반 공중볼을 다투다 눈 아래 부분이 찢어져 피가 났다. 하지만 교체를 거부하고 끝까지 뛰었다. 우승 세리머니 땐 부상으로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마르코 로이스(25·도르트문트)의 유니폼을 펼쳐 보였다.

분데스리가도 최고의 리그로 다시 발돋움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관중이 많은 리그가 분데스리가다. 1부는 물론 2부리그 경기에도 수만명씩 들어찬다. 해외 유명 스타를 비싼 값에 사들이는 리그들과 달리 분데스리가는 자국 선수를 중심으로 구단 재정 규모에 맞춰서 리그를 키워나갔다.

그러면서도 바이에른 뮌헨 같은 팀은 유럽 최고 수준을 유지하며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이끌었다. 이번 대표팀 23명 중 16명은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다. 독일 대표팀이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발휘하는 배경이다.

선수들의 심박수·순간 속도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컨디션을 관리하는 첨단 기술도 대표팀을 도왔다. 독일의 총체적인 역량이 축구 대표팀에 투입됐다. 황열병 예방주사 접종 시기도 제대로 못 맞춰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한국과 확연히 대비된다.

리우데자네이루=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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