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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가 이야기] '바닥 체험'의 유익

고교입시가 중학생들을 들볶던 시절, 낙방의 쓴 체험을 했다. 당시엔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었다. 실패라는 걸 처음으로 진하게 경험한 때문이다. 하지만, 그 체험이 내 삶의 중요한 계기가 되어서 지금 돌아봐서는 감사할 수밖에 없다. 자신만만하던 시절에 바닥에 내려가서야 자신의 참 모습을 보게 된 거다.

삼 십대 말에 겪은 말기암도 같은 체험이었다. 죽음 직전까지 다다랐던 일로 인해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게 되었었다. 그런 체험들이 없었더라면 어찌 됐을지…. 지금쯤 가짜 모습으로 자신을 스스로 속이며 힘들게 살고 있든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데서 방황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다.

바닥 체험은 유익한 것이다. 건강을 자랑하는 사람에겐 좌절에 가까운 큰 질병이 유익이다. 부족 모르는 사람에겐 모든 것을 잃는 체험이 유익하다. 명성도 땅에 떨어져 봐야 그 진실을 보게 된다. 연주자나 연극배우는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다 떠나버린 텅 빈 객석 앞에도 서봐야 한다.

바닥에서 시작해서 하나하나 쌓아가는 것이 참된 삶의 길이다. 자신의 근본부터 시작해야 한다. 결국, 잘난 건 별로 없는 게 인생의 현실이다. 그 현실을 깨달으면 살맛을 잃을 것 같지만 그때가 바로 참된 삶을 살기 시작하는 때다. 성경의 가르침과 같이, 들풀 같고 벌레 같은, 잠시 있다 사라지는 안개 같은 그 바닥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

하나님의 사랑은 자신의 보잘것없음을 깨달은 후에야 깨닫는다. 거기서 자신의 진정한 가치와 존귀함을 발견한다. 그토록 비천한 인생을 위해 하나님께서 친히 인간이 되셔서 죽으셨다는 사실에 경외하게 된다. 예수께서 친히 바닥 체험의 진리를 보여주신 것이다. 십자가의 죽음이라는 더 낮을 수 없는 비천과 참혹에 내려가셨다가 부활로써 그보다 높을 수 없는 영광의 자리, 연약함과 허물이 완전히 정복된 자리에 오르셨다. 신앙인들이 바라보아야 할 표상이요, 품어야 할 소망이다.

인생에서 쓰라린 체험이 꼭 있어야만 할까. 평탄한 삶을 살아갈 순 없나. 순풍에 돛 단 그런 삶은 꿈인 것인가. 대답은 분명하다. 태초에 지어진 모습부터가 그렇다. 형통하고 순탄한 삶을 능히 살아갈 만큼 온전한 모습이 아니다. 그걸 깨달아야 자신을 제대로 만들어가게 된다. 인생의 고초와 험난한 길은 결국 자신의 참 모습 깨닫게 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뜻이다.

"나는 날마다 죽노라"라는 바울 사도의 고백은 날마다 소생의 은혜를 체험한다는 뜻이다. 바닥으로 내려가기 좋아할 사람 없지만 내려가면 반드시 올라간다. 바닥에 떨어져 가는 새끼를 등에 업어 날아오르는 어미 독수리의 훈련처럼, 바닥 체험은 성장의 약속이요, 소망의 일이다. 깊이 내려갈수록 반등의 힘은 커진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곳까지 갔다면 이젠 올라갈 때가 된 거다.

shsyn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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