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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하는 동부여행] 나이아가라, 그 거친 웅장함과 마주서다

1994년 출장 차 들른 이후 꼭 20면 만이다. 강산이 두 번 변했음직한 세월이지만 지축을 흔드는 폭포수의 굉음과 무지개를 피워 올리는 물안개는 예전이나 변함없다. 애초에 딸이 다니게 될 대학방문으로 시작된 여행 일정이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느라 국경까지 넘었다. 라디오 사러 갔다가 오디오 사게 된 셈이라고 할까.

지난 6월 하순, 스패니시 연수차 막 과테말라에서 돌아 온 아들을 돌려 세워 우리 가족은 동부 여행을 떠났다. 워싱턴 D.C.에서 나이아가라 폭포, 세인트 로렌스 강의 천섬(Thousand Islands)을 거쳐 다시 뉴욕 시내관광이 이번 일정이다. 항공으로 이동해서 차를 렌트하고 호텔을 예약하는 일은 여행 성수기를 맞은 타지에서 할 일이 아니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항공료만 해도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경비에 육박했다.

워싱턴 D.C.

LA에서 뉴어크(NewArk)까지 비행시간만 5시간에 시차 3시간을 더하니, 벌써 저녁시간이다. 200년을 훌쩍 넘긴 도시지만 여전히 새롭단다. 뉴욕, 뉴햄프셔, 뉴올리언스… '뉴'자가 안들어가면 작명이 안됐나 보다. 아크는 '방주'란 뜻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쟌 다르크(Joan of Arc)가 살았던 동네 이름에서 온 게 아닐까 싶다.



이튿날, 중국과 호주, 한국에서 날아온 가족과 미 서부와 동부 일대의 한인들로 이뤄진 여행단이 꾸려졌다. 가히 지구촌 여행단이다. 3시간을 달려 도착한 D.C.에서 국회의사당,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백악관, 제퍼슨 기념관, 한국전 참전기념비, 워싱턴 기념관으로 정신없이 쫓아다닌다. 마틴 루터 킹 기념비는 호수 건너로 일별한다. 그 와중에 애써 찾아 본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한국관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한복과 사진 위주로 전시된 관람실은 그 어느 것도 눈길을 잡지 못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나이아가라 폭포

제각기 다섯 개의 거대한 호수의 일원인 이리호에서 흘러나온 나이아가라 강이 온타리오호로 흘러가는 중에 생긴 폭포로 남미의 이과수,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폭포와 아울러 세계 3대 폭포로 꼽힌다.

염소섬을 끼고 양쪽에 미국폭포(American Falls)와 말발굽 폭포(Horseshoe Falls)로 이뤄져 있다. 염소섬에서 양쪽의 폭포를 훑어보고 국경을 건넌다. '강 건너 불구경'이라고 역시 구경은 강 건너서 해야될까 보다.

미국은 미국 폭포에다 말발굽 폭포를 절반씩 나눠 가졌지만 구경꾼은 강 건너 캐나다로 죄다 뺐기니 배 아플 만 하다. 그나마 폭포 아래로 내려가 보는 '바람의 동굴' 코스를 개발해서 서운함을 달랬다. 강 양쪽에서 출발하는 미국과 캐나다의 유람선이 서서히 폭포로 접근한다. 거대한 폭포 아래로 빨려들까, 파도가 거셀까 했지만 갑판은 평온하기만 하다. 바람에 실려 온 물안개는 상쾌하기 그지없다. 양국의 유람선이 시차를 두고 짧은 크루즈를 반복한다. 국경을 넘나드느라 승객들의 우비를 빨강과 파랑으로 나뉘어 놓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지상 160m 높이의 스카이론 타워로 향했다. 4개의 엘리베이터가 탑의 외벽을 타고 오르는데, 오금이 저릿저릿한다. 역시 오르기를 잘했다. 캐나다쪽에서 비춰대는 오색광선으로 폭포가 색동옷을 입었으나 내 눈에는 천박하기만 하다.

자유여행

5일 째의 일정은 뉴욕주 북부의 세인트 로렌스 강에서의 천개의 섬 크루즈다. 애초의 여행목적대로 일정을 감행키로 하고, 식사 후 가이드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라큐스 공항에서 소형차를 빌렸다. 하루 렌트비에 타지역에 리턴한다고 비용이 160달러에 달한다.

드디어 공항을 벗어나 편도 240마일 거리의 프린스턴대학으로 내달린다. 학교도 둘러보고, 식사도 하고, 샤핑도 하다가 다시 북쪽으로 달려 밤 10시, 드디어 맨해튼섬으로 들어간다. 42번 가 초입에서 주차를 하고 타임스퀘어에 이르렀다. 세계의 중심답게 불야성이다. 한국 기업들의 광고가 뿌듯하다. 두시간을 보내고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주차비가 30달러다. 맨해튼 통행료가 현금으로 13달러, 합쳐 43달러로 타임스퀘어를 섭렵했으니 선방이다.

맨해튼

어느새 마지막날이다. 뉴저지의 호텔에서 출발한 버스가 섬 북단의 조지 워싱턴대교를 건너 센트럴 파크를 오른쪽에 끼고 남하한다. 아쉽지만 센트럴 파크도,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도 창밖으로 감상할 수 밖에 없다. 오후가 되면 각기 다른 항공편으로 돌아가야 하니 주마간산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드디어 촌각을 다퉈 도착한 부두에서 배를 탔다. 대략 1시간이 걸리는 크루즈다.

맨해튼 명물 중의 하나인 브루클린 브릿지 아래를 한바퀴 돈 배는 맨해튼 남단을 감아돌아서 다시 자유의 여신상으로 향한다. 9·11테러 이후 완공한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우뚝 솟은 맨해튼이 그림 같은 풍광을 선사한다.

비행기 시간에 맞추느라 점심도 거르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내달린다. 86층 전망대를 한바퀴 도니 맨해튼 일대의 전망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마침내 숨가쁜 일정을 뒤로하고 드디어 비행기에 올라 한숨 돌린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에어컨이 고장난 찜통 비행기는 예정 출발시간을 두 시간이나 넘겨서야 공항을 벗어났으니. 자정을 한참이나 넘긴 다음에야 비로소 집에 도착했다. 지난 여정들이 꿈 속의 도원경이었는지, 고난의 순례길이었는지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대지, 여행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집에 돌아와 오래되고 친숙한 베개에 누워 쉴 때까지 깨닫지 못한다고.

글·사진=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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