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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이름없는 나무의 맛있는 열매

그 집에는 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멋지게 기와를 얹어 놓은 집 남쪽 뜰에서 자라던 이 나무는 밖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집사람들이 매년 가지를 쳐주어서 나무는 감히 담장 밖으로 나와보지도 못했습니다. 어느 해인가 가지치기를 잊었던 것인지 나무가 담을 넘어 바깥 공터 쪽으로 놀자고 나왔습니다. 봄이 문턱을 넘어 성큼 뜰 안에 들어오던 어느 날, 우리는 동네 공터를 화사한 연분홍으로 물들이며 등장한 나무를 처음 만났습니다.

눈길을 끌만은 했지만 조금 지나자 그저 꽃피는 나무였습니다. 봄날 바람이 불어 놀이터를 화려하게 덮었던 꽃들로 잠시 여자아이들이 환호를 지르고 아이들은 모두 눈 오는 날 강아지처럼 좋아했지만 그뿐이었습니다. 나무가 달걀 같은 잎을 내면서 우리는 나무가 놀이터를 기웃거렸던 사실조차도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를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 왔습니다.

방학하기에는 아직 일렀지만 밖에서 놀기에는 햇볕이 따갑던 유월,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공터를 꽉 메우고 있었습니다. 줄넘기에 지치고, 구슬치기에 구슬을 모두 잃어 짜증이 나고, 오징어 놀이에 싫증을 내던 아이들은 한 아이가 가리키던 곳으로 모두 모였습니다. 바로 그 나무였고, 나무에는 그동안 아무도 보지 못했던 빨간 열매가 달려있었습니다. 가지마다 어느 틈에 소담스럽게 매달려있던 그 열매는 바로 앵두였습니다.

아이들은 담벼락까지 기어 올라가 앵두를 따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 집에 사시던 아주머니가 나와서 아이들을 꾸짖다가 지쳐서 나무를 잘라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마땅한 주변부리가 없던 시절 아이들은 벽돌과 시멘트 속에서 발견한 달콤한 자연의 선물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한번 맛을 알게 된 우리는 그 다음 해를 기다렸지만 나무는 집에 갇혀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담장 쪽 가지를 모두 쳐버렸던 것입니다. 그러나 담장 안에 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안 아이들은 몰래 담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아이들이 붙잡혀 혼났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담을 타고 넘다 한 아이가 떨어져 다치게 되었습니다. 나무 주인은 엄하신 할아버지셨지만 손주들이 있었습니다.

소란이 일어난 이유를 알게 되신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위해 담장 밖으로 자라던 가지를 치지 않고 매년 담장 밖으로 나무를 내주셨고 우리는 꽤 오랫동안 앵두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무의 이름을 몰랐습니다. 푸른 잎은 우리에게 그늘을 주었습니다. 그래도 이름을 몰랐습니다. 열매를 맛보고 우리는 그 이름을 알았습니다.

예배당마다 십자가가 세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이름을 모릅니다. 많은 말들을 외쳤습니다. 그래도 이름을 모릅니다. 성령님으로 사는 열매를 맛보고야 사람들은 예수님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담장을 넘어서라도 예수님을 맛보러 올 것입니다.

sunghan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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