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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가 이야기] 그정도 '맛' 봤으면 족하다

졸업 시즌을 맞아 이제 자기 길을 개척해 나갈 청년들에게 도움 될 권면을 생각해 봤다.

몇 년 전에 이를 치료한 경험에 대해 나누려 한다. 이가 좋지 않아 어릴 적부터 치과를 자주 드나들었고, 때운 이, 씌운 이, 걸친 이, 심은 이 할 것 없이 손대지 않은 게 하나도 없었는데 어금니 두 밑둥치가 또 썩어서 어쩔 수 없이 신경 치료를 해야 했다.

신경을 치료하면 맛이 좀 둔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어금니가 그렇게 돼서 멀쩡한 건 딱 하나 남았으니 그전과는 맛의 느낌이 많이 다르다.

음식 맛을 꽤 즐기는 편인 내게 맛이 덜하다는 건 맘 상할 일이다. 어떤 분명한 맛을 기대하고 먹는데 그 맛이 영 나질 않는 거다.



이전의 맛을 이젠 못 본다는 사실에 상심하고 있던 중 내 맘에 그런 소리가 들렸다. "그만큼 맛봤으면 된 거 아니냐?".

서울서 목회할 때 들었던 '미운 네 살' 이야기기다. 그렇게 손발이 닳도록 수고하며 키웠는데 애가 학교 들어가기도 전에 벌써 말 안 듣고 속 썩인다고 한숨을 쉬는 부모를 보고 어떤 목사님이 그러시더란다. 이제껏 찰싹 달라붙어서 귀염 떨고 재롱 피워준 것만 가지고도 그 수고의 값은 한 거라고…. 그 말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뭘까. 그만큼 맛 봤으면 됐다는 건 그 정도로 '족하다'는 뜻이다.

사람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산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즐거움 누리는 데는 정도가 있다. 적당한 정도 내에서가 건강한 즐거움이고 삶의 위로이면서 힘의 원천인데, 문제는 그 도를 넘어서는 데 있다.

거기부터가 쾌락에 매이는 것이고 중독의 시작이다. 잘 돌아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쾌락을 위해 힘쓰며, 거기에 지불하는 대가가 얼마나 크며, 그게 인생의 목표인 듯 달려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 때문에 몸이 망가지는 경우도 많다.

어금니를 치료하고 한 달이 돼가면서 어느덧 맛이 덜한 서운함도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그새 익숙해진 거다. 이전에 즐기던 맛을 더 못 즐긴다는 게 별 일이 아니었다. 아마도 우리가 추구하는 낙이란 게 거의 그런 게 아닐까 한다. 그게 없다고 삶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 맛보면 족한 것인데 욕심 때문에 매이는 거다. 생각 나름이고 맘먹기에 달린 거다.

육신의 쾌락은 하나님 주신 삶의 즐거움 중 작은 부분이다. 그보다 더 귀하고 더 깊은 즐거움은 얼마든지 있다.

자신의 성취를 이뤄가는 즐거움,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즐거움, 게다가 하나님께 사랑받는 즐거움과 견줄 만한 건 세상에 없다.

청년이라면 육신적인 쾌락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라 여길지 모른다. 아무리 믿음이 좋고 주님을 열심히 따른다 해도 말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솔로몬 왕의 말처럼 그게 그저 헛된 것임을 알게 된다. "목사님은 다 맛봤으니까 그런 말 할 수 있죠"라고 말할 것이다.

나이가 한참 돼서야 깨달았다. 미리 알았더라면 훨씬 좋았을 텐데…. 한창 나이의 청년들에게 실제적 교훈이 되기를 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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