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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양념 피하고 가운데 고기 국물만 사용" 황정옥 할리웃 장로병원 한식 담당 셰프

수술환자엔 자극성 음식 피해
환자 맞게 영양사가 열량분석
적게 먹는 습관 들이는 게 중요

한인타운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할리웃 장로병원은 최근 한인병동을 새롭고 넓게 꾸며 한인 입원환자가 빨리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일환으로 한식 식단을 한인 셰프가 전담하고 있다. 황정옥(62) 코리언 셰프를 주방에서 짬을 내어 만났다. 점심식사 시간이 막 끝난 후 였다.

- 한바탕 바쁜 움직임이 지나간 게 느껴진다. 일한 지 오래 됐나.

"올해로 11년째 된다. 미국 온지는 30년이 넘는다. 한국에서는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당시 워커힐 호텔에서 일했고 이 곳에 와서는 한인타운에서 호텔과 한식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했다."

- 일반 주방에서 일할 때와 여기 병원과 다른 점이 많나.



"물론 다르다. 일반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는 좀 더 맛있고 색다른 음식을 만들어 만족과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병원에서는 입원환자들이므로 가장 중요한 것이 영양적인 면이고 그 다음이 소화가 잘 되도록 조리하는 것이다."

- 식단은 직접 짜나.

"병원에서는 셰프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나의 경우는 한식을 만드는 사람이 나 혼자이기 때문에 일단 내가 생각해서 음식을 만든다. 그러면 영양사가 열량을 비롯해서 재료, 양념을 분석한다. 이것이 환자에게 맞도록 재조정해 준다. 예를 들어 밥의 경우 양이 일정해야 한다. 더 많이 담아도 환자에게 좋지 않기 때문에 딱 정해진 분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 밥을 맛있게 한 다음에 주걱으로 푸려고 했더니 안 된다면서 둥그스런 아이스크림을 푸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한 스푼씩 담으라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밥의 맛과 영양은 주걱을 사용해야 한다고 처음에 주장했는데 이해가 됐다. 지금은 환자 입장에서 모든 걸 요리하고 양을 조정하게끔 됐다. 기본적인 한식 식단은 밥과 국 그리고 나물 종류 2가지에 고기 또는 생선인데 환자에 따라서 물론 조금씩 달라진다."

- 요리할 때 어떤 점에 초점을 두나.

"짠 것, 매운 것, 기름진 것을 피하면서 환자의 입맛을 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소금은 천연소금을 사용하고 간을 맞추는 간장은 로우-소디움만 사용한다. 기름은 트랜스지방이 없는 것으로 한다. 고기 국물도 위에 뜨는 기름과 아래 가라앉는 기름은 모두 걷어내고 중간의 맑은 것만 사용하는데 미역국, 무우국, 시금치국, 북어국 등을 만든다. 생선도 절대로 가시가 있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사시미 용의 생선으로 조리한다. 닭고기는 절대 껍질을 사용하지 않고 불고기도 기름기는 다 발라낸다. 되도록이면 고춧가루나 고추장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조금 넣는다. 특히 수술환자에게는 자극성 음식이 나쁘기 때문인데 한식은 알다시피 짜고 매콤한 맛에 젖어 있기 때문에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항상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음식을 만들어 보는 것이 습관이 됐는데 아무래도 천직인 것 같다. 싫증나지 않는다."

- 환자마다 상태가 다른데 어떻게 하나.

"크게 세가지로 표시가 되어 나에게 온다. 씹을 수 있는 환자, 씹기 힘든 환자, 마시는 환자이다. 마시는 환자는 모든 음식을 미음처럼 만들어야 한다.시금치 나물도 간을 맞춘 다음에 믹서로 간다. 잘해야지 비위가 상할 수 있다. 이것이 병원 조리사의 몫인 것 같다. 씹기 힘든 환자는 무엇이든지 곱고 잘게 써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세가지 경우 모두 소화가 잘 되도록 조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하루에 보통 몇인분을 준비하나.

"보통 한인 입원 환자 식사로 40~50인 분을 준비한다. 아침에 6시에 출근해서 국을 안치면서 식사 준비가 시작된다. 그 때는 주방이 다들 정신이 없다."

- 셰프 중에 유일한 여성이라 들었다.

"한인도 나 혼자다(웃음). 총 주방장이 있고 그 밑에 다섯명의 셰프가 있다. 담당이 정해져 있다. 그리고 채소를 손질하고 씻고 썰어주는 보조사가 있고 재료 담당이 따로 있고 또 다 만들어진 음식을 담아서 트레일로 각 입원 병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있다. 맨 파워가 수십명 된다. 나와 같은 세프들은 메뉴를 담당하여 만드는데 입원 환자 담당과 이곳 병원의 식당(외부사람용), 의사 식당 담당이 있다. 나는 한인 병동과 한달에 한번씩 의사 식당에 내보낼 캘리포니아 롤과 스시를 만들고 있는데 이 날이 되면 의사들이 맛있다면서 좋아한다. "

- 드라마같은 데서 보면 주방안의 위계질서가 장난이 아니다. 어땠나?

"모두 자신의 조리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 역시 우리 한국 음식의 특성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 내 주장을 많이 하게 되더라. 그런데 지금은 환자의 특성을 이해하면서 병원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때문에 거기에 맞추도록 노력하고 있다."

-환자도 방문하나.

"한인 병동에 올라간다. 환자들에게 음식이 어떤지 물어 봐야 개선할 것도 알 수 있고 또 무엇보다 환자를 이해할 수 있다. 처음엔 솔직히 어색했는데 지금은 모두 가족같다. 또 아픈 사람들을 보면 나도 마음이 안됐다. 어서 빨리 나아서 밖에서 더 맛있는 음식을 잡숫게 되길 바란다고 말하곤 하는데 진심이다. 그리고 다시는 이 곳에 오지 말라고 말한다."

- 반응은 어떤가.

"대부분 반갑게 대해 주신다. 고맙다고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한다. 가끔 '맛이 없다'는 환자 분도 물론 계신다(웃음). 그럴 때는 이유를 물어 보고 참고로 한다. 미안하다고도 말한다. 환자가 얼마나 불편하겠나. 입맛도 없고. 지금은 아니지만 나 역시 환자로 누울 수 있다는 생각을 병원에서 일하면서 자주 해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겸손해지는 것 같아 좋다."

- 병원의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면서 일반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따로 있나.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이곳 영양사가 강조하듯이 평소에 소금기는 적게, 매운 음식는 적당히, 트랜스 지방은 피하고 올리브 기름을 사용하는 식습관을 갖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한인들은 미국사람들보다 한 입에 넣는 양이 많은 것 같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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