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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지진으로 댐 붕괴…희생자 구조 훈련

구조는 시간 싸움…빗속 2시간 혈투

LAFD 4개 SWRT팀 참여
1년 훈련 성적표 받는 날
지시는 빠르고 간결하게
이동중 역할 분담 '척척'


"지진에 댐이 붕괴됐다! 호숫가 15~20채 주택 고립. 희생자 5명을 2시간 내 구조하라!"

20일 오후 LA에서 북으로 50마일 떨어진 캐스테익 호수.

주차장에 착륙한 CH46헬기에서 뛰쳐나온 LA시소방국(LAFD) 급류구조반(SWRT·Swift Water Rescue Team) 20명에게 떨어진 훈련 임무다.



팀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훈련은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실시하는 연례 훈련이자 각 소방국 구조팀들의 재난대비 수행 능력 평가를 겸해 실시됐다. 지난 1년간 피땀 흘린 훈련 성적표를 받는 날이다.

훈련에는 4개 소방국 SWRT팀들이 일제히 참여했다. SWRT는 각 소방국의 구조 최정예팀이다. LAFD SWRT는 43명으로 전체 3600명 소방관중 1%만 뽑히는 구조의 엘리트 부대다.

기자를 구명보트에 태우고 훈련장 안내를 맡은 LA SWRT팀의 톰 핸스겐 매니저는 "각 소방국 상위 1% 구조 전문가 간의 자존심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사이 장대비가 쏟아졌다. 바람이 강해져 물살도 급했다. LA SWRT팀이 8인용 구조선 4척에 2~3명씩 나눠 타자마자 어깨에 달린 무전기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GPS 좌표 확인하라! 호숫가 절벽 위 부상자 발견!"

저멀리 상공에 뜬 무인정찰기가 희생자 위치를 팀원들의 휴대용 GPS로 전송했다. 배가 속도를 높이자 비가 얼굴을 때려 시야를 가렸다. 위아래로 요동치는 배 안으로는 물이 계속 넘어들어왔다.

배에 탄 자체가 고역이었던 기자와 달리 팀원들은 기민했다. 이동중에 제프 발로초우스키 SWRT 팀장의 지시는 빠르고 간결했다.

"둘은 로프와 배스킷들고 절벽 위로 올라가고 한명은 나와 함께 아래서 대기한다."

무전 수신 7분 만에 구조선 2대가 절벽 아래 도착했다. 팀원들이 절벽을 타고 올라가 확인한 생존자는 허리 아래가 마비된 상태였다. 170파운드의 생존자를 응급처치하고 로프로 고정해 20피트 절벽 아래로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분. 끝났다 싶었는데 고함소리가 절벽을 때렸다.

"배스킷 풀지 않고 뭐 하는 거야! 다들 죽고 싶어!"

발초우스키 팀장이 일갈한 이유는 팀원의 실수때문이다. 생존자를 묶었던 배스킷을 풀지 않으면 혹시라도 배가 전복됐을 때 생존자가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익사한다.

기자가 탄 보트를 몬 SWRT의 톰 핸스겐 매니저는 "특히 수상에서는 사소한 실수가 치명적"이라며 "구했다고 안심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날 4개팀은 '지진→댐 붕괴→홍수→시민 고립'이라는 같은 시나리오 아래 훈련을 벌였다.

구조는 경사진 언덕, 절벽, 수상 등 복합적인 상황에서 이뤄졌다. 불과 5명을 구하기 위해 20여명의 구조요원들이 2시간 동안 물위에서 지상으로, 지상에서 물위로 쉴틈없이 사투를 벌였다.

또 무전이 울렸다. "호수 북쪽 50도 경사 언덕에 생존자 발견!"

생존자는 160파운드의 성인 남성이다. 비온 뒤 미끄러운데다 바위 많은 경사길이었지만 10분만에 거뜬히 구조했다.

감탄하는 기자에게 핸스겐 매니저는 오히려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실전에서는 혼자 생존자를 업어야 할 때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팀이 호수 남쪽 끝으로 떠내려간 생존자 구조에 나섰다. 구조 작업은 단 3분 만에 끝났다.

발로초우스키 팀장은 "결국 구조는 시간 싸움"이라며 "구조 시간은 훈련 시간과 반비례한다는 원칙을 새삼 깨닫는다"고 말했다.

이날 훈련은 86년 전 호수 부근에서 발생한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캐스테익 댐은 1928년 붕괴된 세인트 프란시스 댐을 대체해 세워졌다. 당시 댐이 무너지면서 홍수로 400명이 숨졌다. 가주에 가뭄이 심각한 상황에서 홍수가 날리 만무하다는 질문에 핸스겐 매니저의 답은 단순 명료했다.

"물론 홍수가 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재난은 잊는 순간 재앙이 된다."

글·사진=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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