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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 심사평] 시를 보는 눈, 향수나 그리움에서 삶에 대한 관조로 옮겨 가

타인의 시를 선한다는 것은 다소 곤혹스러운 일에 속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 편이라도 좋은 시를 만났을 때 그것은 곧장 즐거움으로 치환 되는 것이 아닌가.

올해도 저마다의 경험적 자아가 빚어낸 많은 응모작들의 공통점이라면 시적 수준이 예년보다 다소 높아졌고, 시적시야도 과거지향적인 향수나 그리움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 관조 사유하는 쪽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번의 작품들에서 시 언어의 적절한 선택이 시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점, 말하자면 언어가 놓일 자리에 놓일 떄 한 편의 시는 빛을 발하는 행성의 존재가 되고 시인의 어둠조차도 그대로 빛이 된다는 얘기다.



김선호의 "야생화"는 그 점에서 돋보이는 작품이다. '야생들은 다 한 통속으로 불심지 하나를 품고있지' 다소 노골적인 언술로 허두를 꺼내놓고 '엘로페이지에 등재된 이름보다 더 많은 무지렁이가 들판 가득히 봄을 일으켜 세우고 있노라고' 야생화를 무지렁이로 본능의 등고선을 불지르는 불의 이미지로 그리고 진군해 오는 수렵꾼들의 모습으로 변화있게 그리고 있다.

매우 감각적인 언어와 대상의 의인화,약간은 빠른 이미지의 전개로 읽는 이에게 시적쾌감을 주고 있어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가작의 정새희의 시 '겨울 밤'은 제목 그대로 겨울 밤을 보내는 한 가족의 삶의 모습이 정감있게 그려진 작품이다.화자가 그린 지짐질에 쓰는 번철이며 신라면 주문넣고 고장난 벽시계 믿고 모로 누운 남편의 느긋한 모습은 바로 우리 자신들의 자화상 아니던가.

역시 가작의 강남옥의 '고추꽃 피었네'는 '사람들이든 화분속의 푸새것이든 결손이 거름이 되는지'등 화자의 일상을 시속의 대상에 투영해서 비유진술하는 기법이 돋보였다.

손톱만한 고추꽃을 보고 '요놈들 보래 이 올된 놈들 발랑까진 것들'등의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수사도 이 시를 살리는데 한 몫을 하고있다.

입상작에 넣지못한 아쉬운 작품들이 있었다.이매자의 '군화를 벗듯이' 조양비의 '나팔꽃의 기록' 명광일의 '카페 쿠바' 노명현의 시조 '수석' 김태수의 '분재된 삶'등이다.

입상하신 시인들에게 큰 박수 보내고 문운을 빈다.

<심사위원: 김호길 시인 배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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